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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오재원 죄질과 수법 불량"…1심 징역 2년 6개월, 감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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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오재원(39)이 끝내 실형을 선고받아 감방살이를 하게 됐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공범 A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오씨에게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와 24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씨에 대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마약 동종 범죄로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고도 수개월 만에 다시 범행했다"며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자 허위 진술을 종용, 초기 수사를 방해하는 등 범행 경위가 좋지 않고 죄질과 수법이 불량해 엄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오씨에게 징역 5년과 2474만원 추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재원은 당시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작년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받고 지인 명의를 도용, 스틸녹스정 20정을 구매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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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은 지인이 자신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오재원은 일단 투약 혐의 등은 깨끗하게 인정했다. 반면 보복 목적 폭행·협박 혐의는 강력 부인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진술내용이 일치되고, 사건 직후 오씨가 적극 부인하기보다는 사과하는 취지로 보낸 대화 내용도 존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재원 지난해 11월 필로폰 약 0.2g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고 있다. 그는 이 혐의도 인정했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오재원은 이미 동료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내용 등이 한 후배 선수의 증언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공개돼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상태다.

채널A는 지난 4월22일 오재원이 현역 선수로 뛰고 있던 2021~2022년 두산 소속 후배 선수 여러 명에게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선수들 중 일부는 수십차례에 걸쳐 대리 처방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오재원은 자신의 대리 처방을 거절한 선수에게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보도 속 한 선수는 오재원에 대해 "무서운 선배였다. 팀에서 입지가 높은 선배님이시고 코치님들도 함부로 못하는 선수였다. 괜히 밉보였다가 선수 생활에 타격이 올까봐"라며 "거절하니까 정강이를 두세 번 맞았다. 그리고 뺨을 툭툭 치면서 '잘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괜히 말했다가 잘못 귀에 들어가면 피해는 나만 보게 될거니까…나는 나만 이렇게 (대리 처방) 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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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개된 메시지에서 오재원은 후배 선수를 향해 심한 욕을 섞어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지겠다' 등의 말로 협박,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

특히 후배 선수가 이런 오재원의 강요에 "죽을 죄를 지은 것 같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 동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 처방은 잘못이 맞지만 '평소 얼마나 심하게 대했으면 저 정도로 사과를 하나.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2003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72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오재원은 이후 경희대를 거쳐 2007년 두산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통산 성적은 1571경기 타율 0.267(4321타수 1152안타) 64홈런 521타점 28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12를 기록했다.

뛰어난 주루 센스와 넓은 수비범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팬들의 속을 뻥 뚫리게 하는 퍼포먼스와 근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리더십도 인정받아 2015년, 2018~2021년에는 팀의 주장을 맡았고,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2회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오재원은 태극마크를 달고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다.

2022년 18경기에 출전한 오재원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팀 두산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2022년 10월 8일 홈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며 화려했던 선수생활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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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은 은퇴 후 모델을 시작으로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지난해 한 스포츠 전문 방송 매체의 해설위원을 맡으며 야구계로 돌아왔다. 풍부한 입담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해설위원 오재원'은 시즌의 반이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자신의 SNS에 "(해당 방송사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직접 계약 해지 요청을 했고 (해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해지 전까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6월 삼성 라이온즈 투수 양창섭을 향해 객관성 없는 말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설위원이기에 사심이 아닌 공정하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지만, 최정(SSG 랜더스)을 향한 양창섭의 몸에 맞는 볼에 대해 "이것은 대놓고 때린(맞춘) 것"이라며 고의사구라 확신했고, 양창섭이 최정을 향해 탈모하며 사과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나오자 "이건 사과할 필요도 없다"라며 고의적인 행위라고 확신해 주장했다. 오재원의 말은 전파를 타고 그대로 야구 팬들을 향했고, 해당 선수와 팬들 모두 얼굴이 붉어졌다.

이후 SNS 라이브 방송에서 양창섭을 언급하며 심한 욕설을 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오재원은 두산 베어스 우승반지,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반지들을 보여주며 "이거 봐라 창섭아, 이게 야구선수다. 내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어딜"이라며 심한 욕설을 섞어 화를 냈다. 방송 말미에는 "창섭아 이거 먹어"라며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오재원이 왜 갑자기 양창섭을 향해 분노를 표현했는지 그 영문을 몰라 황당해 했는데, 모두가 이 6월 빈볼 사건을 그 이유로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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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양창섭은 자신의 SNS에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는 탈무드의 문구가 적힌 그림을 올렸고, 약 3시간 뒤 오재원 역시 '탈무드'를 인용,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한국 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저격한 것도 뜨거운 감자였다. 오재원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코리안특급(박찬호)을 매우 싫어한다"라며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 그 감사함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박찬호가)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런 많은 논란은, 그래도 오재원이 야구계에서 지워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그의 마약 투여 및 구매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야구계에서 사실상 영구추방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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