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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프로야구 선수가 600엔 훔쳤다가 경찰에 체포…소프트뱅크 육성 드래프트 1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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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경찰에 체포된 고야마 가즈히로. 후지 TV 뉴스 화면 / 유튜브 채널 FNN 프라임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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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17일이다. 일본 가나가와현 경찰이 20대 남성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혐의가 눈길을 끈다. 한 업소에 침입해 현금 약 600엔(약 5300원)을 훔쳤다는 것이다. 라멘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금액이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고야마 가즈히로(28)는 지난 3월 22일 요코하마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계산대에 있던 현금을 들고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곳은 1년 전 자신이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하던 곳이었다. 본인 자신도 범행을 시인했다.

피해액이 크지 않지만, 이 사실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체포된 남성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고야마 가즈히로(28)라는 이름의 용의자는 인근 고등학교의 비상근 강사로 재직 중이다.

무엇보다 전직이 이채롭다. 한때 모두가 부러워하는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것도 명문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뛰었다. 과거 이범호와 이대호가 활약한 곳이다. 일본시리즈에서 11번이나 우승한 퍼시픽리그의 강호다. 올 시즌도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용의자 고야마의 1군 기록은 없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육성 선수 1순위로 지명돼 입단했다. 지도금이라는 명목의 계약금 300만 엔(2600만 원)과 연봉도 270만 엔(2300만 원·이상 추정액)을 받았다. 이후 4년간 2~3군을 오가다가 2018년 방출됐다.

육성 드래프트란 정식 지명 순번을 모두 마치고, 추가로 지명하는 일본 특유의 방식을 말한다. 우리로 치면 연습생 혹은 신고 선수와 비슷한 개념이다. 센가 코다이, 야마구치 데쓰야, 니시노 유지 같은 육성 출신의 스타가 여럿 배출되면서 점차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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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호크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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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도야마) 고교 시절만 해도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1학년 때부터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4번 타자를 맡을 정도로 타력도 출중했다. 2학년 때 여름 고시엔 대회 본선에 출전했다. 팀은 8강까지 올라갔다. 이 대회에서 13타수 3안타 타율 0.231을 기록했다.

3학년 때는 손가락 골절상으로 공백이 길었다. 그래도 고교 3년간 통산 25홈런의 장타력을 보여줬다. 191cm, 94kg의 신체 조건으로 대형 슬러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고교 시절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야구도 잘하고, 무척 성실한 친구였다. 대회를 앞두고는 밤 10시까지 배트를 놓지 않고 땀 흘렸다”고 입을 모았다.

후배 한 명은 “성격이 고약한 3학년 선배들도 있었지만, 고야마 씨는 늘 상냥하고 친절했다. 타격에 대해서 물으면 성심성의껏 가르쳐줬다. 야구부에서도 부주장을 맡았다”며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뒤로는, 학교에 찾아와서 후배들에게 배트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이 고작 600엔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소프트뱅크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들의 말도 비슷하다. “기숙사비가 3만 엔(약 26만 원)으로 저렴했고, 하루 3끼 식사도 모두 제공됐다. 좋은 조건에서 야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 무척 감사함을 가졌던 친구였다”고 밝혔다.

학창 시절 학업 성적도 괜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 소프트뱅크에서 방출된 이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며 교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이를 위해 대학(고쿠가쿠인) 진학에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가 고졸 선수의 인생 2막을 위해 마련한 ‘세컨드 커리어(second career)’ 시책의 일환으로 제공한 대학 입시 프로그램을 통해 진학한 첫 케이스였다.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바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임시직 강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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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시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 가운데가 고야마. 유튜브 채널 aka 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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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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