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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오컬트 바람이 불어닥친 2024년, 여름이 다가오자 제대로 된 납량특집이 떴다. 한국의 샤먼, 무당을 찾은 사람들과 무당의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 다큐멘터리인 티빙 오리지널 '샤먼-귀신전'이다.
약 2년간 7명의 실제 귀신 사례자, 6명의 무속인, 1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샤머니즘을 다각도로 풀었다. 총 8부 가운데 1~4부를 지난 11일 공개했는데,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사실적으로 따라가는 과정이 오싹함과 충격을 동시에 안긴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의 역할과 효용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샤먼:귀신전'은 시작과 함께 귀신의 존재를 믿느냐 묻는다. 프레젠터로는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이 나섰는데, 크리스천인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직접 사례자와 무당을 만나며 놀라운 현장을 마주하며 목격자이자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샤먼-귀신전'은 인류학 박사 로렐 켄달의 말을 빌려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효과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고, 무속과 한국의 기복신앙 그리고 그 역할과 의미를 조명하기도 한다. 대형 굿판과 삼산돌기, 군웅거리 등 강렬한 무속 의식들은 색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샤먼-귀신전'의 주역인 허진CP, 박민혁PD, 이민수PD, 오정요 작가를 만났다. 그들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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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PD "반응이 놀라웠다. 특정 대상에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봐주셨다. 실제로 실시간 시리즈 순위 1위를 하고 지금도 순위가 높다. 엄청 놀랐다. 콘텐츠 방향을 잡을때 인문적 요소, 오컬트 요소, 오락 요소를 다 갖추려 했다.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치면 어떡하지 걱정이 있었는데 다 봐주셨더라.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좋은 후기를 남겨주셔서 감개무량하다."
-샤먼과 그를 찾은 사람들을 사실적인 다큐로 접근했다.
허진 CP "교양PD 출신이라 다큐에 관심이 많다. 요즘엔 교양/예능보다는 스크립트/논스크립트로 나누는 추세고 교양/예능의 영역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큐, 그들이 궁금해하는 다큐를 해보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샤먼'이었다."
-올해 초 '파묘' 흥행과 함께 오컬트 붐이 일었다. 그 영향으로 나온 프로그램인 줄 알았더니 '샤먼:귀신전'의 사례는 2022~2023년으로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박민혁 PD "기획은 그보다 먼저 했다. 기계적 중립 없이 현상을 보여주되 나름의 전통이 있고 학문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걸 재미있게 넣어보자 하며 출발했다. 오컬트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이렇게 터질 거라 생각은 못했다. 원래 지난해 9~10월 공개하려다 한번 밀려서 지난 2월로 갔다가 7월로 바뀌었다. '파묘'보다 훨씬 전이고 흥행할지도 몰랐다."
이민수 PD "무당이 휘파람을 분다. '파묘'를 따라한 게 아니다. '파묘'가 현실 고증을 잘 한 것이다."(웃음)
박민혁 PD ""마스터 완성본 뽑아 돌린게 작년 10월이다. 편집에 6개월 정도 걸렸다. ('파묘'가 잘 됐다고 해서) 반영해 수정한 부분은 없다. 계속 여러 사람 의견 반영하고 MZ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대선배작가께서도 그런 의견을 반영하며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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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PD "막내 PD한테 '이런 이야기 들으면 무섭니? 믿니?' 하면 시큰둥하다가 '귀신이든 무속이든 나한테 쓸모가 있는지 그것만 생각한다'고 하더라. 받아들이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하는 문화라고도 하더라. 그 것이 큰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니나다를까 로렐 켄달 박사가 그 이야기를 언급한 장면이나온다."
이민수 PD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작진이 학자나 출연자를 만나 제일 먼저 질문한 것이 '귀신을 믿으시나요'였다. 로렐 켄달 박사가 '아 그 질문부터 시작하는군요'라면서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효과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는데, 젊은 세대 제작진들이 70~80년대 한국 무속을 연구한 70살 넘은 박사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Q. 그래서일까 믿음의 문제는 가볍게 패스하고 사례자와 무당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허진 CP "샤먼은 어차피 답을 내릴 수 없는 영역이다. 서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영역이다. 제작진의 공통된 의견이 '우리가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거였다. 많은 프로그램이 답을 내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는 답을 내리려 하지 말고 현상을 담고 그것을 해석해보자 했다."
오정요 작가 "예전에는 질문 방식이 '진짜 귀신이 있다고?' '그걸 믿게 된 이유가 있겠지'에 가까웠다. 샤먼을 다룬다고 하면 기존 다큐나 제도권 언론은 민속학적 측면, 인류학적 측면, 전통문화 의례로서의 측면 등에서 접근했다. 다 차치하고 '귀신을 보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거짓말은 안 해'에서 출발했다. 그 사람이 진짜 보는 귀신과 무당과 소통관계, 귀신을 보는 사람의 세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다큐의 어법과는 다르다."
이민수 PD "한국 샤먼-무속의 가장 큰 특징인데, 다른 영역에 있는 다른 종교와 다르게 무속에서는 기복행위, 곧나의 복을 바라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정치인, 연예인, 사업가 등 미래가 불투명하고 언제 무엇이 생길지 모르는 분들이 무당을 찾는다. 저희는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비는 행위가 이 세계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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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대로 질문을 던져보면, 제작진은 귀신을 믿나.
이민수 PD "아무도 안 믿었을 것이다. 저도 아니다."
허진 CP "저도 안 믿었다. 시사를 하면서 피디들에게 물어봤다. 여기 연출한 것이 하나도 있냐. '정말 없다'고 하더라. 연출이 1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우린 상품성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해라 했다. 없더라.
저도 크리스찬으로서 그런 존재를 잊고 살았던 사람이다. 시사 끝나고 박민혁 PD한테 '나는 귀신이 없다고 믿고 살았는데 저 사람들이 도저히 연기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박민혁 PD "무속인들이 기도 다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본인의 신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하는 걸 보면 '이렇게까지 하는데 귀신과 신은 있어야 해'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안그러면 무의미해지지 않나. 가깝게는 북한산 인왕산만 가도 안된다고 하는데 밤에 기도하는 분이 많다."
Q. 내레이션 없이 두 명의 배우가 프레젠터를 맡고, 실제 사연과 일부 재연이 섞여 있는 구성이다. 레퍼런스로 삼을만한 작품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틀을 잡아갔는지.
박민혁 PD "큰 포맷은 일반시청자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이 현재 무속세계를 돌아보는데, 이걸 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자는 거였다. 우리끼리도 '이것은 취재기야' 라면서 갔다. 처음 프레젠터들의 대화도 대화도 질문만 두고 즉흥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넣고, 이들이 최대한 궁금한 걸 물어보게 하고 그 답을 담았다. 제작진도 우리가 궁금한 걸 물었다. 답을 내리기보다 '이 세계에서 무속이 돌아가는 걸 알아보는 것'까지만 하고 끝냈다. '이 사례자는 잘 살았대요'하고 후일담을 찍었지만 다 걷어냈다. 철저히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오민수 PD "넷플릭스 티빙은 물론이고 OTT를 다 뒤져가며 논스크립트 스크립트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컬트물을 다 봤다. 해외는 재연 80%에 주로 인터뷰가 더해진다. 그런 방식으로 만들면 해외 콘텐츠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을까 싶었고, 한국의 무속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대중들에게 편하게 알리려면 이 프레젠터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분 모두가 크리스천이다. 무속세계와 동떨어진 분들의 취재기를 찍어보자 했다."
박민혁 PD "중간에 등장하는 재연 CG도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콘티를 그렸다. 1부에는 그렇게 그린 그림이 직접 등장하는데, 콘티작가가 이야리를 듣고 그리게 해서 재연 장면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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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례자들이 실제 얼굴을 공개하고 실명으로 등장해 놀랍다. 섭외 과정이 궁금하다.
이민수 PD "대개 제보를 받았다. 원격으로든 직접으로든 미팅을 했는데 대다수 분들이 스스로 중도하차 했다. 출연하겠다고 오신 분 대부분이 불안정한 상태다. 본인 마음도 왔다갔다 한다. 본 촬영 들어갈 때까지 준비하다가 안하게 된 사례가 많다. 남고 남은 분이 지금의 출연자다.
이를테면 강릉 계신 분은 줌미팅을 했는데 동자승이 자꾸 접신되는 거다. 본인은 신이라는데 무당은 귀신 빙의라고 했다. 무당이 너무 힘든 사례자라 혼자서는 안된다 하더니 그 무당이 잠수를 탔다. 그러다 다른 무당을 섭외해서 답사했는데 촬영 이틀 전 그 분이 안한다고 연락이 왔다."
박민혁 PD "선정 과정에서는 먼저 병원 가보셨냐, 정신과 진료 가보셨냐고 확인했다. 정신과 진료 없이 귀신 문제라고 확신하신 분들은 이미 무속 세계에 들어온 분이라 생각해 제외했다. 본인 믿음과 관련없이 현상에 시달리는 분들을 사례자로 선정하려고 했다.
오정요 작가 "작가의 입장에서 출연자들을 볼 때 우선순위에 뒀던 건 표현력이었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얼마나 설득력있고 진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그냥 '죽겠다 힘들다' 해도 내레이션을 입히면 되겠지만, 그것이 진지하고 솔직하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고 안타깝지만 그런 분은 출연을 못 했다."
박민혁 PD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깨보고 싶었다. 주위에 있을 것 같은, 남 같지 않은 사람. 지극히 이성적이고 인지적으로 문제가 없는 분이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을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그런 부분에서 괜찮다고 판단된 분이 출연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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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PD "잘봤다고 하시더라. 잘 지내시고 계시는 분들이다. 8회까지 전체를 보면 자진 포기하는 과정까지, 왜 이렇게 됐는지 과정을 담은 분도 있다. 다른 분은 잘 지낸다."
오정요 작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기 얼굴을 노출하는 걸 감수하고 출연을 결정한 분들이다. 바꿔 말하면 귀신이 보인다는 세계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설득 과정이 있었던 분들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출연자와 무당의 합이 맞아야 한다. 그걸 맞추는 과정도 있었다. 출연자가 확실히 이 무당이 좋다고 의뢰한 사례도 있다."
Q. 무속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섭외했나.
박민혁 PD "전국에서 유명한 분을 섭외하기보다, 현재의 무속을 반영하려고 했다. 크게 보면 황해도 굿 하는 누구의 신딸 같은, 족보가 있는 무당, 이제 갓 내림받은 애동 무당, 잘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사고 없으신 무당 등이 있다. 새로운 무당을 발굴하려고 여러 분들을 만나고 교차 검증을 통해 출연자를 최종 선정했다."
이민수 PD "영화 '곡성', '방법' 등을 자문하셨던 분들도 있다. 다큐멘터리 외에 다른 콘텐츠 자문을 꾸준히 해오신 분들이다. 그런 부분에서 신뢰를 얻기도 했다. 최대한 제외하려고 했던 기준은 신내림을 너무 많이 해서 신딸이 몇십명 있는 분, 그리고 굿을 안하고 점사만 보는 분 등이다. 본인 모시는 신을 위해 꾸준히 기도 굿을 다니는 분을 위주로 섭외하기도 했다."
-출연한 무당의 경우 이른바 홍보효과도 클 것 같은데.
허진 CP "제작비 10억을 제안한 분도 있었다. 물론 거절했다. 섭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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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PD "혹시 했는데 이상한 게 찍히지는 않았다. 조금 아쉽기는 했다."
박진 CP "시사할 때 편집실하고 시사실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니까 방송국 분들이 너무 무섭다고 했다. 시사 땐 잘못된 점만 찾는데 그러고 나서 집에 가는 엘리베이터 혼자 타면 무섭더라."
이민수 PD "방송국이 복층이라 6층 뉴스룸, 7층 편집실이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니까 소리지르고 무슨 일이냐 물어보고 그랬다."
박민혁 PD "친구가 신부님이다. 이런 아이템 준비한다니까 '너는 세례받았으니까 함부로 절하고 그러면 안된다. 부딪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프로그램 하는데 신부님도 어느정도 인정을 해주네 하고 신이 나서 내용은 까먹어버린 거다. 제작 과정에서 무속인들 많이 만났는데 정말 큰 곳에 갔다. 비서가 여기 왔으면 절을 해야 한다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절을 했다. 그날 밤부터 아프고 설사하고 그랬다. 내가 절을 해서 그런가 싶고. 귀신이 복숭아를 싫어한다기에 황도캔을 대량구매해서 중요한 촬영 끝나면 챙겨 먹었다."
이민수 PD "편집에 들어간 큰 굿을 대여섯번 했는데 모든 무당 분들이 천을 찢어주신다. 영향 받지 말라고 한 사람씩 찢은 천을 주신다. 신내림 굿 경우는 굿에 쓴 과일이나 떡을 가져가서 먹어도 된대서 가져갔다."
박민혁 PD "그런데 첫 굿 촬영하고 몇몇은 찢어주는 걸 안했다. 그런데 그 첫 촬영 끝나고 주요 스태프 한 분이 갑자기 아파서 중환자실에 갔다. 이후엔 다 줄 서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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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PD "굿을 알고 보는 사람과 모르고 보는 것과 천지차이다. 연구자는 한마디 한마디 사설이 어떤 것 때문이고. 못담는다는 것이 아쉬웠다.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방송에 녹였다. 극적이거나 놀랄 만한 것들을 쓰기는 했다. 최대한 뽑아쓰기는 했다."
이민수 PD "황해도 굿 백미가 방송쟁이한테는 군웅거리였고. 서현씨 파트인 3부에서 나왔다.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절대 다룰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7~8부에도 들어간다.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프레젠터도 압도를 당했다. 대수대명이라고 이 목숨을 거둠으로서 이 자의 목숨을 연장한다는 것. 무당이 극한직업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Q. 시즌2 제작 가능성은?
허진 CP "시즌2는 티빙의 몫이다."
Q. 프로그램 잘 되냐고 물어보고 무슨 답을 받았는지.
박민혁 PD "잘 되겠냐 물어보니 무당 중 한 분이 해외에서 상을 탈 것이다 했다."
오정요 작가 "덕담해 주신 걸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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