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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인터뷰] ‘하이재킹’ 문유강, 주연급 존재감…“‘움직이면 쏜다’ 대사 속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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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문유강.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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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으로 두말하면 입 아픈 배우 하정우와 성동일, 여기에 여진구·채수빈까지. 하나같이 경력 최소 10년 이상의 연기 베테랑들이다. 첫 장편 영화 데뷔작에서 이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주눅들 법도 한데 묵묵히 자신이 숱한 고심 끝에 연구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발산한다. 배우 문유강은 신인답지 않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작품이다. 문유강은 항공 보안관 창배 역을 맡았다. 1970년대에 기승을 부렸던 하이재킹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기내에 상주하던 항공 보안관이다. 극 중에서 강직한 성격으로 기내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 개봉 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문유강은 첫 상업 영화 데뷔작 ‘하이재킹’을 마친 소감을 묻자 “매번 촬영을 하고 나서 작품이 오픈되기 전까지 촬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제가 우려했던 지점보다 괜찮은 지점도 있고 제가 조금은 자신 있었던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답했다.

문유강은 “제가 드라마만 하다가 독립영화는 몇 차례 촬영을 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상업 영화에 출연을 한다는 게 내심 기뻤다. 영화가 나오고 나서 그렇게 큰 스크린으로 제 얼굴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본다는 것도 조금 쑥스럽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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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재킹' 창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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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부터 쟁쟁한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기대도 많이 되고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문유강은 “시나리오 봤을 때 너무 재밌었고 선배님들이랑 한다고 들었을 때 많이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 성동일 선배님의 작품을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봐왔다. 듬직하고 비행기를 운항하는 데 있어서 큰 축이 되어주는 어른 같은 분의 모습을 선배님께서 어떻게 그려주실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문유강은 사실 영화의 주연 배우 하정우의 5촌 조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정우와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도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겠지만 한편으론 좋은 공부가 됐을 터. 문유강은 “부담이 더 컸다”면서도 “사실 제 꿈 중에 하나였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 왔고 저에게 배우라는 꿈을 시작할 수 있게끔 해준 존재랑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제 위시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사실 제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긴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조카이면서 같이 촬영을 하는 동료라는 것이 부담이 됐지만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저에게 많은 믿음을 주셨다. 저라는 존재에 믿음을 주시니까 저도 과감히 영화를 위해 이 한몸 던지겠다는 각오로 이렇게 할 수 있게 됐다”고 공을 돌렸다.

사실 김성한 감독은 문유강을 창배 후보에 올려둘 때만 해도 그가 하정우의 5촌 조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디션을 보는 와중에 문유강이 출연했던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짧게 다시 봤고 이와 함께 작가와 다른 감독으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고. 함께 인터뷰에 자리한 김 감독은 “그래서 (문유강) 회사에 얘기를 했더니 ‘알고 얘기 주시는 거냐’ 하더라”라고 떠올려 웃음을 불렀다. 이어 “그때는 기사도 별로 없었어서 전혀 그런 관계를 모르던 상황에서 하정우 씨 5촌 조카라고 그러길래 ‘불편할 수도 있을까’ 하면서 하정우 씨에게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고 문유강을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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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강.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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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만큼 ‘하이재킹’ 촬영장은 문유강에게 큰 배움의 장이 됐다. 그는 “현장에 관한 모든 것들을 배운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어 “선배 연기자분들의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사실 이전에는 개인이 준비해 온 것을 현장에서 혹은 대본리딩 때 선배들이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감독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세세하게 알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문유강은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선배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시고 심지어 현장에 와서도 얼마나 끝까지 가시는지를 옆에서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경력이 얼마 안 된 이름도 유명하지 않은 저라는 애가 ‘벌써 놓치고 있는 지점들이 이렇게 있구나’ 선배들이 기본적인 것들을 끝까지 놓지 않으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이미 배우고 알고 있었던 건데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떠올렸다.

배운 것이 많았던 만큼 현장 또한 행복했다. 문유강은 “‘현장에서 행복하시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도 이전의 작품들이 늘 좋았고 참 예뻤다고 항상 기억하는데, 처음으로 촬영 기간 동안 제가 행복하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 그런 걸 되게 쑥스러워하는데도 말을 해야 되겠더라”라고 미소 지었다.

‘하이재킹’ 촬영은 대전의 세트장에서 통상 3개월 정도 진행됐다. 60여명의 승객으로 열연한 조단역 배우들도 숙소 생활을 하며 그만큼 서로 끈끈해졌다. 문유강은 그곳에서 대학 동기도 마주했다. 그는 “김철윤이라는 배우랑 같이 학교 생활 절반 이상을 같이 보냈다. 같이 공연하고 매번 같이 발표하고 같이 고민했다”며 “그 형도 데뷔를 하고 저도 데뷔를 하면서 각자의 길을 각자 템포에 맞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리허설을 가니까 그 역할이 그 형이라는 걸 알고 보답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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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강.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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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가 학교 생활을 지지고 볶고 열심히 살아냈는데 조금은 이르지만 우리가 사회에 나와서 좀 더 큰 세상에서 만나는구나. 우리가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구나’ 느꼈다. 그래서 저희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 동기 후배들도 되게 많았던 것 같다”고 감개무량했다.

다른 배우들을 두고도 그는 “승객 배우분들께서도 감독님께서 다 직접 오디션 보시고 캐스팅한 배우 선배님들이다. 각자만의 관계와 서사들이 다 존재한다“며 “제가 오랫동안 묶여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승객 분들이 저를 걱정해 주시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할 수 있게끔 밧줄 묶는 것도 계속 도와주시려고 하더라. 제가 계속 한 달 가까이를 묶여서 촬영하는 게 마음 쓰이셨나 보더라”라고 끈끈했던 전우애를 설명했다. 또한 “촬영 끝나고 제 연극 공연을 바로 했었는데 보러 와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스태프분들도 단체 관람 오시기도 했다”고도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문유강이 연기한 창배는 실제 사건 당시 기내보안관을 모티브로 한 인물.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조심스러움도 있었다. 문유강은 “감독님과도 처음부터 가장 얘기를 많이 나눴던 부분”이라며 “저는 시나리오상의 창배를 보고 창배의 성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승객조차 모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창배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가장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영웅적인 면모가 처음부터 드러나는 것보다는 상사 뒷담화도 하고, 업무에 권태로움이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일상 살아가는 현대인 우리랑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일 수 있겠다고 싶었다”며 극이 진행될수록 변해가는 창배의 성장 지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옹졸하거나 못난 마음,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오히려 제가 드러내는 게 이 인물의 성장에 있어서 더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깊이 고민한 흔적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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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로 그 비행기를 탄다면 문유강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는 “(물리적으로 저항할) 자신은 없고, 계속 머리를 썼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창배를 연기할 때도 저는 아무리 본인이 풀려나고 총을 가졌다고 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총을 쏴서 제압하는 게 쉬울까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을 쏘는 일인데 본인이 지금 처한 상황과 모든 승객들의 안전을 짊어진 상황에서 저는 겁이 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아가 “저는 창배가 총을 쏘기 전까지의 모습도 상당히 겁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쏜다’라는 대사의 속마음에 저는 ‘제발 움직이지 마’도 있었던 것 같다. 총을 쏘는 것도 겁나고 인간을 죽이고 싶지도 않으니까 비행기가 잘 착륙하게끔 그 친구가 따라주길 바라면서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던 것 같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문유강. 부모님 또한 아들의 스크린 데뷔작에 자랑스러워 하신다고. 문유강은 “저보다 더 검색을 많이 하신다”고 웃었다. 아울러 “부모님께서 항상 저를 응원해 주시고 대학 시절부터 했던 연극을 포함하면 거의 10번 넘는 공연에 매번 찾아오셨다. 제가 일을 하기 시작할 때 부모님이 주시는 티내지 않는 사랑들이 느껴진다”고 부모님께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에 부모님이 시사회에 오셔서 큰 극장 앞에서 인사를 하고 쇼케이스를 하고 있는 저를 멀리서 보시는 게 색다르셨던 것 같더라. 어떤 역할로 연기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박수를 받고 저라는 사람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바라봐주는 게 신기하셨던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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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강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일기장을 써오며 연기에 대한 고민을 그 안에 담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스스로에 대한 너무 많은 내용을 다 적어낸 일기장이라서 어떤 일기장은 제가 집에 놓고 싶지 않고 갖고 다니고 싶었다. 일기장이 600장이 넘는다.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고민의 흔적이자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한 복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제는 그게 조금 힘든 순간들이 있더라. 행복한 날에도 자꾸 계속 고민하려고 해서 ‘때로는 오프를 하는 순간도 필요하구나’ ‘내가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가’ 생각이 돼서 요즘에는 이동 중에 나왔던 생각을 짧게 적기도 한다”며 현재는 아날로그 일기장을 쓰진 않는다고 밝혔다. 문유강은 “(어플로 쓰는 게) 나름대로 매력적이더라. 사진 같은 것들을 넣을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프린트해서 붙였었는데 이제 그러진 않고 간편하게 어플을 이용한다”며 쉬는 시간도 그냥은 쉬지 않는 문유강다운 습관을 알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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