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협회, 다음날 이례적으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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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명보였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후 5개월여간 외국인 감독에 무게를 두고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하지만 결론은 국내 지도자 홍명보(55) 울산HD 감독. “외국인보다 낫다”는 이유였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는 8일 “외국인 후보들이 유럽 빅리그 경험이 있고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지만, 홍 감독보다 더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를 염두에 두고 면담했지만 홍 감독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가장 구설에 오르는 부분은 이미 실패한 감독이란 점.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기대 이하 성적을 낸 바 있다. 이 이사는 이를 “실패 경험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두둔했다. 이어 “대표팀을 지도한 경험도 아주 중요하다”면서 “클럽과 대표팀 운영은 다르다. 단기간 소집에서 선수들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단합시켜야 한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당장 9월부터 월드컵 3차 예선을 치러야 하는 환경도 작용했다. 이 이사는 “외국 지도자들이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고 (축구 전술) 철학을 입히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이 울산에서 보여준 ‘빌드업 축구’가 한국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추구해오던 방향이라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결국 국내파로 결정할 걸 왜 질질 끌었냐는 의문에는 충분한 해명을 하진 못했다. 결국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협상 과정에서 세부 조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 ‘재택 근무’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클린스만은 대부분 시간을 미국과 유럽 자택에서 보내며 국내 선수 발굴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이사는 “국내 체류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데 외국인 후보 두 명 중 한 명은 이 점을 합의하기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어렵게 선임했지만 후유증을 남겼다. 한창 시즌 중인 현역 K리그 감독을 선임하자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협회는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축구 팬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축구 국가대표 규정 제12조 2항은 “협회는 선임된 자(각급 대표팀 감독·코치·트레이너 등)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는데 전 세계 축구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 조항이란 비판도 나온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지도자 선임 관련 업무는 전력강화위원회 소관인데, 기술발전위원장인 이 이사가 감독을 결정한 과정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발전위원회는 U-17(17세 이하) 이하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관여한다.
일단 협회는 홍 감독에게 계약 기간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로 제안하고 연봉도 외국인 감독 수준에 맞춰 주기로 했다. 또 홍 감독을 전술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유럽 출신 코치 2명 이상을 붙여주기로 했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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