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이길이 아닌가 회의도 들지만” LPBA통산 12전12패…‘엄마선수’ 이은선의 도전은 계속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22/23시즌부터 LPBA에 출전, 통산 12전 全敗를 기록하고 있는 ‘엄마 선수’ 이은선. 매번 탈락할 때마다 “이길이 아닌가?” 회의가 들지만 그때마다 남편의 응원과 격려가큰 힘이 된다고 했다. 남편 류봉천 씨, 두 살박이 딸과 함께한 이은선 선수. (사진=이은선 선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일 LPBA 2차전 1차예선(PPQ)서 또 고배
24이닝에 4점, 애버 1.167로 오지연에 패
12개 대회 출전, 1승도 없이 12전 全敗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남편 응원 큰 힘”
두 살 박이 딸 키우며 선수 꿈 이어가


“매번 1라운드 탈락하면 이 길이 내 길이 맞나싶었죠. 남편의 응원이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 겁니다.”

지난 30일 LPBA2차전(하나카드배) 1차예선(PPQ). 차유람이 하이런10점, 애버리지 2.373으로 펄펄 날면서 가볍게 2차예선(PQ) 티켓을 따낸 날. 그날 출전 선수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기록으로 탈락한 선수가 있었다.

이은선이다. 22/23시즌 LPBA에 데뷔해 벌써 세 시즌째 뛰고 있는 중고참이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당구팬은 거의 없다. 존재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성적이 좋지않았다. 12개 대회에 출전, 12전 전패(全敗)에 모두 1라운드 탈락이다. 미처 이름 석자를 알릴 새도 없이 짐을 쌌다.

트라이아웃 거쳐 22/23시즌 LPBA 데뷔
“올 시즌 목표는요? 소소한 첫 승”
다른 선수 우승보다 연습할 환경 부러워
30일 1차예선 성적을 살펴보니 애버리지 0.167을 기록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어렵게 연결된 전화 너머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웬일로 자신을 찾느냐는 투다. “잘하는 사람만 뉴스에 나오면 되나요. 성적 좋지않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도 소개해야지요.”

매일경제

엄마는 연습하고 남편은 아이 돌보고. 이은선 선수 가족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는 남편은 새벽에 들어와서도 아내를 위해 연습장에 함께 간다. 아내가 연습하는 동안 아이는 남편이 돌보고. (사진=이은선 선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5년생이니 올해 39세다. 두 살박이 딸을 둔 엄마 선수다. 그는 프로 이전 동호인활동도 안했다. 그저 당구를 좋아했다. 결혼 전부터 지금의 남편(류봉천 씨)과 함께 당구를 취미로 즐기다 선수가 됐다. “22/23시즌 앞두고 트라이아웃 통해 선수가 됐습니다.” 주변에서 트라이아웃에 나가보라고 했단다. 트라이아웃을 앞두고는 김한누리, 김동석 선수에게서 짧은 레슨도 받았다.

그리고 트라이아웃 합격. 22/23시즌 개막전부터 출전하기 시작, 30일 끝난 2차전 1차예선까지 12개 대회에 나갔다. 총전적은 12전 12패, 모두 1라운드 탈락이다. 그 동안 가장 좋았던 기록이 애버리지 0.545다.

“실제 당구수지는 23~24점쯤 될 겁니다. 그러나 대회가 25점제 이니, 25점 핸디로 알고 임하고 있습니다.”

22/23시즌은 예선이 서바이벌로 진행됐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운이 좀 따라주면 2라운드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은선은 번번이 조 3~4위로 탈락했다. 8차전(웰컴저축은행배) 9차전(크라운해태배)은 임신과 출산으로 출전도 못했다.

매일경제

LPBA 3시즌차인 이은선 선수는 그 동안 12개 대회에 출전, 12전 전패를 기록하며 단 1승도 거두지못했다. 그러나 당구를 너무 좋아하고 남편의 격려에 힘입어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사진=이은선 선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도중 우는 아이 달래느라 인터뷰가 간간이 중단됐다. 정말 어렵게 선수생활하는구나. 육아로 힘들텐데 연습은 어떻게 할까. “남편이 화성 병점에서 7080라이브카페를 합니다.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데, 다음날 저 때문에 일찍 일어나 연습장에 함께 갑니다.”

연습장은 당구장이 아니다. 화성 병점에 솜씨공방이란 큐공방이 있는데 그곳에 테이블 두 대가 있어 거기서 연습한단다. 아내 연습을 위해 아이는 남편이 돌보고.

LPBA 통산 전적 12전 전패에 모두 1라운드 탈락. 단 1승도 못했다. 이 정도면 지치거나 포기할 법도 하지않을까. 그럼에도 꾸준히 도전하는 그다.

“매번 1라운드에서 떨어질 때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아이나 키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의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자신을 위해 새벽에 들어와도 다음날 낮에 연습장에 함께 가주는 남편이다.

매일경제

아이를 안고 있는 이은선 선수. 22/23시즌 막바지에는 임신과 육아로 두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남편은 “항상 아이를 생각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다”고 했다. (사진=이은선 선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일 1차예선(PPQ)에선 오지연에 4:25로 졌다. 11이닝 연속 공타 포함해 24이닝에 4점, 하이런 1점으로 완패였다.

“요새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제가 실력으로 졌지요. 맘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 점수 차가 벌어지고, 어려운 공도 많았죠. 상대는 또 잘치는 선수잖아요.”

그는 1차예선때 자신보다 더 부진한 선수가 있었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아마 그 선수도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날 24이닝에 1점, 애버리지 0.042를 기록한 선수도 있었다)

매일경제

“다른 선수 우승할 때 감정이입이 돼 저도 눈물이 납니다.” 그러나 이은선 선수는 우승보다는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이 부럽다고 했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소소하게 첫 승을 거두며 1차예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사진=이은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가 다른 선수들에게 부러운게 있다. “선수들이 우승하면 저도 감정이입이 돼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게 부럽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연습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부럽습니다.”

그렇다면 올시즌 목표는. “제가 무슨 거창한 목표를 세우겠어요. 1라운드 통과가 우선입니다. 소소하게 첫 승이라도 하고 싶네요.”

그에게 남편은 백만 원군이다. “남편이 당구칠 때 항상 아기를 생각해라. 아기를 위해서 더 열심히 하자고 합니다. 저도 당구를 좋아하니까 계속 도전해야지요.”

‘엄마 선수’ 이은선. 비록 그는 LPBA에서 단 1승도 못한 꼴찌선수다. 하지만 포기하지않고 소소한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가장 행복한 선수가 아닐까. 그의 첫승은 언제쯤 이뤄질까.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