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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시라카와 vs 엘리아스, 본의 아닌 ‘세기의 선택’…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고민 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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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편안하게 결정할 줄 알았는데…”

이숭용 SSG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둘러싼 구단의 결정이 지연됐다고 알리면서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SSG는 로에니스 엘리아스(36)가 복사근 부상을 당해 6주 정도 결장이 불가피해지자 올해 리그에 도입된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 독립리그 최고 선발 투수 중 하나인 시라카와 케이쇼(23)가 눈에 들어왔고, 5월 24일 공식 계약을 발표했다.

사실 시라카와는 SSG의 1순위 후보는 아니었다. SSG도 처음에는 미국에서 선수를 찾으려고 했다. 마이너리그에 선수가 마땅치 않자 미국 독립리그도 뒤졌다. 그러나 적임자가 없었다. 그때 레이더에 걸린 선수가 시라카와였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확실했고, 독립리그에서 계속 던지던 선수였으며, 시차 적응도 필요하지 않았다. 바로 투입해 6주만 활용하기에는 미국의 선수들보다 나은 점도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라카와가 SSG에 이렇게 큰 고민을 안길지는 아무도 몰랐다. 좋은 활약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엘리아스가 돌아오면 팀을 떠날 선수로 여긴 것이다. “편안하게 결정할 줄 알았다”는 이 감독의 이야기는,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구단의 모든 이들은 물론 팬들도 공유하고 있던 심정이었다. 그런데 시라카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이제는 시라카와와 엘리아스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상황이다. 누구를 선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라카와는 KBO리그 1군에서 5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하지만 스스로 “쫄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엄청 긴장했던 한 경기 난조(6월 7일 사직 롯데전 1⅓이닝 7자책점)를 빼면 나머지 경기에서의 투구 내용은 다 괜찮았다. 6월 1일 키움전 5이닝 무실점, 6월 13일 KIA전 5이닝 1실점, 6월 21일 NC전 6⅓이닝 2실점으로 힘을 냈다. 27일 인천 kt전에서도 5⅓이닝 5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27일 kt전 투구 결과가 좋지 않아 “결국 엘리아스가 선택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SSG 내부에서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이날 약간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시라카와는 9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이중 하드히트(시속 152.9㎞ 이상 타구)는 단 두 개였고 160㎞ 이상 타구는 1회 강백호의 홈런이 유일했다. 오히려 시속 140㎞ 이하의 타구가 더 많았다. 실제 이날 코스가 좋은 빗맞은 안타도 많았다.

닷새를 쉬고 정상 로테이션에 등판했음에도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라카와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1.1㎞까지 나왔다. 평균 구속은 147.9㎞로 오히려 최고의 피칭을 했다던 21일 NC전(평균 147.3㎞)을 넘는 올 시즌 최고치가 나왔다. 시라카와를 둘러싼 하나의 의구심이 시즌을 완주할 수 있는 스태미너인데 그 또한 극복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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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도 26일 국군체육부대(상무)와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가 최고 149㎞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재활 등판 일정을 마무리하고 1군 복귀 준비를 마쳤다. 이에 이숭용 감독은 “이번 주까지는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다”면서 결정을 미뤘다. 27일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를 놓고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했는데 너무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두 선수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집한 결과 정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50”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을 정도다.

엘리아스는 공을 던지는 클래스 자체는 분명 인정을 받는 선수다. 여기에 복사근 부상으로 6주를 쉬었으니 후반기에 더 강한 공을 던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대활약했다. 만약 엘리아스가 부진하다면, SSG는 7월 혹은 8월 새 외국인 투수로 아예 교체해버릴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7~8월 외국인 풀이 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가 있고, 여기에 이런 저런 잔부상이 잦다는 게 불안요소다. 당장 올해도 잔부상으로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양상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시라카와는 지금 구위만 놓고 보면 엘리아스보다 떨어질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공에 좋은 수직 무브먼트를 가졌다. 엘리아스의 패스트볼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포크볼과 커브도 좋다. 아직 젊은 선수라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타자들이 시라카와의 공을 매력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이 ‘낯설음’을 무기로 한 부분이 있다는 건 구단도 분명히 인정한다. 또 풀타임을 돌아보지 않아 시즌 막판 어떤 구위와 몸 상태를 보일지는 정말 그때 가봐야 안다. 만약 8~9월에 처져 버리면 SSG는 교체 카드도 남아 있지 않다. 도박적인 요소가 있다.

SSG는 일단 이번 주까지 더 고심한 뒤 다음 주 창원 NC 원정 중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계약 기간은 7월 4일까지다. 시라카와를 포기한다면 2일쯤 불펜에서 고별전을 가질 수도 있다. 끝까지 고민한다면 3일 시라카와를 선발로 쓴 뒤 투구 내용을 지켜보고, 4일 시라카와와 계약을 포기하고 4일 엘리아스가 선발로 나갈 수도 있다. 계약상, 규약상 문제는 없다. 게다가 엘리아스와 시라카와 모두 타 팀도 대체 자원으로 관심을 보이는 선수라 ‘부메랑’까지 세심하게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SSG가 선택을 뒤로 미룬 것 다 이런 복잡한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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