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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정작 화제가 되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사건에는 침묵하더니, 주장 손흥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가오는 2024-2025시즌 일정을 홍보했다.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다가오는 8월 17일 개막하는 2024-2025시즌 PL 일정을 공개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도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리그 일정이 공개됐다. 토트넘은 1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 원정을 떠난다. 이어 에버턴과의 홈 경기, 그리고 지난 시즌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가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다.
일정이 공개된 뒤 토트넘은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주요 일정인 런던 더비들이 언제 열리는지 정리해 공개했다. 최대 라이벌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는 물론 브렌트퍼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크리스털 팰리스, 풀럼, 그리고 첼시까지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PL 팀들과의 맞대결 일정을 소개했다.
논란이 된 건 토트넘이 일정을 소개하는 이미지에 대표 선수로 손흥민을 내세워서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팀의 주장이었고, 다가오는 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찰 가능성이 높은 데다 토트넘의 인기 스타이기 때문에 손흥민을 대표로 세우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작 최근 화제가 된 인종차별 건에는 침묵을 유지하면서 피해를 입은 손흥민을 마치 모델처럼 세웠다는 점에서 좋은 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는 우루과이 출신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지난 15일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서 손흥민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로 아시아인들을 묶어 말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포르 라 카미세타'의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했는데, 토트넘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출신 선수가 손흥민이라는 점을 생각해 벤탄쿠르는 진행자에게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도 괜찮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이 논란인 되는 건 당연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쏘니, 형제여!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 거다. 사랑해 쏘니"라며 사과했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에 사용한 '쏘니'라는 손흥민의 별명의 기존 스펠링은 'SONNY'인데, 이를 벤탄쿠르가 일본 전자기기 회사 이름인 '소니(SONY)'로 표기해 약간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본질은 이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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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가 팀 동료인 손흥민과 관련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건은 영국 내에서도 이슈가 됐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가 방송 도중 한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그의 사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뒤 손흥민에게 사과했다"라면서 "지난 11월에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한 한 팬이 3년간 축구 경기 관람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라며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짚었다.
영국 '더 선'도 "벤탄쿠르의 부적절한 인터뷰가 SNS에 퍼졌다. 벤탄쿠르는 이 발언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었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뒤 약 1년 만에 다시 인종차별의 중심에 섰다"라며 이번 일에 관심을 가졌다.
'디 애슬레틱'이 짚은 것처럼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팰리스전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걸 비롯해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뛴 9년 동안 수많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일반적으로 인종차별은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혹은 흑인) 선수들 상대로 벌어지는데, 아시아 출신 중 가장 잘나가는 손흥민을 향한 현지 팬들의 인종차별은 꽤나 수위가 높았다.
손흥민은 201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종차별을 당했고, 2019년에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팬들 때문에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팰리스와 토트넘의 경기 당시에는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다가가자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하면서 손흥민을 조롱한 팰리스 팬도 경기장 3년 출입 금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이 사건의 경우 토트넘이 직접 나서서 강력한 징계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출입 금지에 그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당시 토트넘은 "구단은 인종적으로 가중된 위반 혐의로 체포된 팬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도왔다. 해당 팬은 유죄를 선고받고, 60시간의 무급 봉사와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구단은 이 형의 관대함에 대해 런던 경찰과 영국 축구 경찰국에 우려를 제기했다. 구단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영국 축구 경찰국과 협의해 판결에 대한 항소를 결정했고, 직접적인 결과로 법원은 해당 팬에게 3년간 경기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라며 구단이 손흥민이 당한 사례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추가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에도 인종차별이 벌어졌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노팅엄 시즌권을 소지하고 있던 해당 팬은 1654파운드(약 290만원)의 벌금과 3년간 경기장에 출입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물론 솜방망이 처벌의 사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례로 지난 2022년 8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한 첼시팬은 무기한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첼시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에게도 예외없이 강력한 처벌을 내렸다. 오히려 첼시라는 구단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토트넘 팬들도 이번 일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이번 사건을 다루며 "이 상황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벤탄쿠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이는 단지 나쁜 농담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인 발언이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손흥민이 그 발언을 마음에 새기지 않기를 바라고, 두 사람이 프리시즌을 위해 함께할 때 괜찮기를 바란다"라며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영국 매체들의 관심과 충격받은 현지 및 국내 팬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인종차별을 겪은 손흥민을 메인 모델로 내세워 뻔뻔한 태도까지 보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오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토트넘은 프리시즌 기간 동안 일본과 한국 투어를 진행하는데, 7월 31일과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영웅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토트넘이 손흥민이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침묵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토트넘을 마주하는 팬들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자신들이 한국, 그리고 아시아에서 많은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손흥민 덕분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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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트넘 홋스퍼,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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