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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벤탄쿠르가 뭘 잘못했는데?" 우루과이 팬들, 손흥민 인종차별 '인정 X'→토트넘 전담 기자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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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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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일부 우루과이 축구 팬들이 인종차별을 한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를 옹호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토트넘 주전급 미드필더이다. 2022년 1월 토트넘에 입단한 후 69경기 출전해 7골 7도움을 올렸다.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이지만 불운한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놓쳤다. 2022-23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26경기에 나와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2월 경기 중 충돌로 인해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약 8개월 동안 회복과 재활을 거치며 복귀를 준비하던 벤탄쿠르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복귀전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전반전에 발목을 노린 살인 태클을 당하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벤탄쿠르는 처음에 다시 일어나 경기를 끝까지 뛰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저 앉으면서 교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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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입은 부상으로 인해 벤탄쿠르는 2023년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빠르게 회복하면서 2023년 최종전인 20라운드 본머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복귀전을 치른 후 시즌 종료까지 부상 없이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토트넘의 스쿼드에 힘이 됐다.

지난 3월엔 훈련 중 왼쪽 새끼 발가락이 부러졌음에도 경기에 뛰고 있다고 고백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벤탄쿠르는 "완치하려면 3~4주 정도 쉬어야 했는데 불가능했다"라며 팀을 위한 몸을 아끼지 않는 마인드를 보여줬다.

이처럼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벤탄쿠르는 최근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면서 화두에 올랐다.

벤탄쿠르는 현재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오는 20일 미국에서 열리는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준비에 한창이다. 남미 강호 우루과이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개최국 미국, 볼리비아, 파나마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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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Por la camiseta'에 출연해 2024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그는 토트넘 주장이자 동료 손흥민을 인종차별하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각종 매체에 의하면 인터뷰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물어봤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하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벤탄쿠르에게 농담일지 몰라도 그가 평소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줬기에 많은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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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벤탄쿠르가 평소 손흥민과 절친한 관계로 유명하기에 팬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손흥민이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중 안와 골절 부상을 입어 대회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을 때 손흥민을 위로해 준 선수 중 한 명인 벤탄쿠르였다.

이를 잊지 않은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장기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을 가졌을 때 "벤탄쿠르는 날 미소 짓게 하는 믿을 수 없는 선수"라며 "우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난 벤탄쿠르가 오늘 그라운드에 나타났을 때 흥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내 좋은 친구 중 한 명이다. 심지어 내가 작년에 부상을 당했을 때도 뒤에서 날 지지해줬다"라며 "벤탄쿠르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격분한 팬들은 벤탄쿠르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트리뷰나에 따르면 팬들은 "큰일이다", "아버지 조용히 하세요. 심지어 자기 딸이 더 잘 아는 것 같네", "쏘니는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벤탄쿠르가 농담이었다고 주장해도 정말 엿 같은 일이다", '내일 한국인들이 깨어나면 벤탄쿠르 SNS는 쓰레기통이 되겠네"라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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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벤탄쿠르가 올린 사과문에 쏘니는 흔히 사용되는 'SONNY'가 아닌 일본 회사 이름인 'SONY'였기에 사과문에 성의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벤탄쿠르의 발언으로 아시아 축구 팬들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몇몇 우루과이 팬들이 벤탄쿠르를 옹호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들은 벤탄쿠르가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팬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15일 자신의 SNS에 "인터뷰에서 나온 손흥민과 관련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끔찍한 농담"이라며 벤탄쿠르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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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벤탄쿠르는 SNS을 통해 사과했지만 애초에 완전히 바보 같은 발언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라며 벤탄쿠르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러자 '스퍼스 우루과이' 계정이 답글을 달면서 골드 기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들은 "당신은 지금 우리나리에서 이런 종류의 농담이 정상적이고 악의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벤탄쿠르의 명성을 훼손하는 걸 돕고 있다. 토트넘 팬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벤탄쿠르를 비판하는 골드 기자에 비아냥거렸다.

우루과이 팬이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자 골드 기자는 말 없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는 영상을 통해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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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우루과이 팬들과 달리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을 했다고 판단해 징계 수위에 관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FA는 "우린 손흥민의 편에 서며 다시 한번 소셜미디어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손흥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우리 경기에서 용납되지 않으며 우리는 당국과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골드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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