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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방출 3번 당한 투수 맞아?' 39살에 ERA 1.85+110홀드…"솔직히 배팅볼이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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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구위는 솔직히 배팅볼이죠. 좀 창피해요."

LG 트윈스 믿을맨 김진성(39)은 유독 우여곡절이 많은 야구 인생을 살았다. 방출 통보를 받은 경험만 3차례다.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2차 6라운드 42순위로 지명됐지만, 1군 등판 기회 없이 2006년에 방출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0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때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2번째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김진성은 2011년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진행한 트라이아웃에 통과하면서 3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시즌 동안 470경기에 등판해 32승, 67홀드, 34세이브, 494⅔이닝,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하며 NC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NC 창단 때부터 함께해 '개국 공신'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2021년 시즌을 끝으로 NC가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김진성도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나이 30대 후반인 김진성이 은퇴 위기에서 간절히 뻗은 손을 꽉 잡은 구단이다. 김진성은 3번째 방출 통보 이후 NC를 제외한 9개 구단에 모두 전화를 돌려 직접 구직 활동을 했고,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LG로부터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22년부터 잠실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3년차가 됐다.

김진성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것일까. LG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22년 67경기, 6승, 12홀드, 58이닝, 평균자책점 3.10, 지난해 80경기, 5승, 4세이브, 21홀드, 70⅓이닝,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했다. 올해는 LG 불펜 맏형으로서 든든히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25경기에서 1승, 1세이브, 10홀드, 24⅓이닝,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했다.

김진성은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팀이 가장 위기일 때 등판해 또 한번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5-1로 앞선 6회말 선발투수 임찬규의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1사 만루 위기에 놓였고, 김강민에게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해 5-2로 좁혀지자 LG는 먼저 이우찬 카드를 꺼냈다. 이우찬은 첫 타자 최재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다음 타자 이도윤이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또 실점해 5-4를 만들었다. 2사 1, 3루 위기가 계속되자 LG는 김진성을 투입했다. 김진성은 첫 타자 박상언을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다음 타자 김태연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흐름을 끊었다.

김진성은 7회까지 쭉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최인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노시환에게 좌익수 왼쪽 안타를 허용하긴 했으나 위기는 없었다. 한화 중심타자인 안치홍과 채은성을 각각 3루수 파울플라이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1⅓이닝 23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완성했다. 김진성은 3년 연속 10홀드 달성과 함께 개인 통산 110홀드를 기록했고, LG는 8-4로 승리하면서 3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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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은 2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선발투수 디트릭 엔스가 4⅓이닝 만에 강파되는 바람에 2번째 투수로 나서 1⅔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그는 이틀 연속 멀티 이닝을 던진 것과 관련해 "오늘은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참으로서 경기에 나와서 왜 고참들이 팀에 필요한지 그걸 보여줘야 됐다. 그래서 조금 더 집중하고 던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위기 상황을 틀어막은 것과 관련해서는 "NC 시절부터 만루 상황이 되면 무언가가 막 가슴 속에서 솟구친다. 요즘에는 또 후배들 얼굴이 정말 많이 생각난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임)찬규 얼굴 생각나고, 또 (이)우찬이 얼굴도 요즘 따라 많이 생각나더라. 원래는 그러지 않는데, 요즘에는 문득 떠올라서 내가 정말 후배들을 위해서 조금 더 집중해서 더 힘 있게 던져서 막아주자 그런 생각을 막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위기에 강한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삼진 잡겠다는 생각으로 덤비는 것뿐이다. 김진성은 "나는 삼진을 잡으려 한다. 어차피 삼진은 내가 잡는다고 잡아지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삼진을 잡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르면 집중할 수밖에 없다. 4번타자인데 어떻게 할까 이런 것보다는 '그래 내가 무조건 삼진 잡는다. 너 하나만큼은 삼진 잡는다' 이런 식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중력을 높이니까 결과가 좋은 것 같다. 솔직히 내 구위는 배팅볼이다. 한가운데를 보고 그냥 140㎞짜리 공을 던지는데, 그런데 조금 집중력을 높여서 자신감 있게 들어가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조금 창피하다. 140㎞ 나오는데 한가운데 던지는 것을 보면서 타자들이 나 보고 뭐라 생각할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종종 후배들이 원하면 들려주곤 한다. 김진성은 "후배들이 먼저 다가오면 이야기해 주려 하는 편이다. 힘든 상황에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조심스럽다. 오늘(23일) 몸 풀 때는 (유)영찬이가 한번 물어보더라. 그때는 '네가 마무리투수인데 왜 자꾸 시속 150㎞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변화구로 승부하려 하냐. 맞아도 직구로 맞는 게 마무리투수다. 너는 우리 팀 자존심이기 때문에 절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라'라고 조언해 줬다. 그런데 내가 먼저 가서 '너 이렇게 해야 돼'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홀로 불펜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진성은 "아니다. 나도 뒤에 워낙 좋은 수비수들이 많기 때문에 믿고 던지는 것이다.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다. 내 뒤에 야수들이 있기 때문에 믿고 자신 있게 던지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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