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의무제·로스터 제한 등
효율보다 ‘흥행’ 추구 방안 논의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샌프란시스코 로건 웹이다. 33차례 선발 등판해 216이닝을 던졌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3시즌에 대입하면 웹의 기록은 리그 15위에 불과하다. 그해 로이 할러데이가 266이닝, 바톨로 콜론이 242이닝을 던졌다. 2003시즌 당시 44명에 달했던 ‘200이닝 선발’은 지난 시즌 웹을 포함해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투수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다. 각 팀 불펜에는 150㎞를 가볍게 던지는 파이어볼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MLB 각 팀이 내린 최선의 답안이 결국 완투·완봉이 없고, 200이닝 선발이 없는 지금의 야구다.
그러나 문제는 흥행이다. ‘랜디 존슨 대 그레그 매덕스’ 혹은 ‘페드로 마르티네스 대 로저 클레멘스’처럼 선발 매치업만 봐도 가슴 설레는 과거의 낭만이 이제는 없다. 디애슬레틱은 “최고의 야구 전략이 항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전략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디애슬레틱은 전현직 선수들을 비롯한 야구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발 야구를 직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몇 가지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먼저 ‘선발 6이닝 의무제’다. 선발로 등판한 투수는 무조건 6이닝 이상 던지도록 강제하자는 아이디어다. 특별한 이유 없이 6이닝 이전에 선발투수가 교체된다면 그 투수를 부상자 명단에 올리거나, 출장정지 혹은 벌금과 같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선발투수를 교체할 때 지명타자도 함께 경기에서 빼도록 하는 ‘더블 훅’은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에서 2018년부터 시행해왔다.
26명 로스터에 11명까지만 투수를 두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불펜 대기 인원을 5~6명까지 줄인다면 반대급부로 선발의 역할은 확대된다. 로스터 제한은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공개적으로 검토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선발투수가 6회를 넘기면 추가 교체 카드나 타임아웃 기회를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주장도 있고 KBO처럼 일주일에 고정적으로 6경기만 하자는 것 역시 아이디어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시프트를 제한했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으며, 피치 클록을 도입했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뭐든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MLB다. 그리고 지금 MLB는 선발 야구를 그리워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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