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홋스퍼를 지휘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 최종전에서야 손흥민 활용법을 찾았다.
손흥민은 원톱이 아닌 레프트윙이 제격인 공격수였다. 손흥민의 왼쪽 날개 활용을 중심에 넣고 다른 선수들을 끼워맞췄더니 어느 때보다 좋은 조합이 나왔다. 물론 상대가 일찌감치 강등을 확정지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최근 드러나지 않았던 손흥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날 빛을 발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손흥민은 20일 영국 셰필드 브라말 레인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 후반 43분 교체아웃될 때까지 88분을 누볐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14분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선제골을 도와 자신의 이번 시즌 10호 도움을 기어코 해냈다. 이로써 이번 시즌 17골을 합쳐 시즌 10골-10도움을 완성했다.
손흥민이 시즌 10골-10도움을 완성하기는 이번이 3번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즌 10골-10도움을 3번 이상 달성한 선수가 웨인 루니(전 맨유)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상 5회), 프랭크 램파드(전 첼시), 에릭 칸토나(전 맨유·이상 4회), 디디에 드로그바(전 첼시·3회)에 이어 손흥민 6번째다. 프리미어리그 32년 역사에 단 6명만 갖고 있는 대기록에 손흥민이 합류한 셈이다.
이날 경기에선 토트넘 전술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발견됐다. 토트넘 4-2-3-1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이 원톱이 아닌 왼쪽 날개로 뛰었다는 점이다. 손흥민 주포지션이 레프트윙이기 때문에 별다른 점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론 다르다.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 뒤 토트넘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놓고 브레넌 존슨과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뒤를 받칠 것으로 보였다. 원톱을 할 수 있는 브라질 국가대표 히샬리송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명의 역할에 변화를 줬고 손흥민을 제 포지션인 레프트윙에 세운 반면, 쿨루세브스키를 전방 공격수로 세웠다. 그간 쿨루세브스키는 오른쪽 날개로 거의 대부분을 뛰었고 최근 매디슨이 부진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번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톱을 할 수 있는 손흥민의 대체 기능보다는 원래 주포지션인 왼쪽 날개를 통해 그의 활용법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쿨루세브스키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방에서 공격수 역할을 최대한 소화했고 손흥민이 그 뒤를 휘저으면서 날카로운 패스와 위협적인 슛을 쐈기 때문이다. 전반 14분 선제골은 손흥민의 패스에 이은 쿨루세브스키의 마무리가 빛나는,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승리를 위해 의도한 전술 그대로였다. 쿨루세브스키는 후반에도 3-0 완승을 마무리하는 쐐기골을 폭발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일주일 전 번리전에서도 이런 식으로 뛴 적이 있다. 번리 역시 이번 시즌 강등을 당할 만큼 약체였는데 전반 선제골을 내주는 등 답답했던 흐름이 후반 들어 바뀐 배경엔 20세 공격수 데인 스칼렛을 집어넣으면서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포지션 바꾼 것이 있었다. 후반 들어 흐름이 바뀌면서 토트넘이 3-1로 이겼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지난 15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선 상대가 강팀인 탓인지 다시 손흥민 원톱으로 돌아섰지만 셰필드전은 또 달라서 손흥민이 왼쪽 날개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손흥민의 최적의 활용법이 발견됐다. 토트넘에 남은 숙제는 손흥민이 레프트윙으로 준수하게 뛸 수 있도록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우는 '9번' 스트라이커를 찾는 일이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포진하는 '손톱'은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 끌고가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마지막 경기에서야 깨달았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세운 토트넘은 시간이 흐를 수록 공수 연결이 안되는, 손흥민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답답한 팀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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