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영국 런던에서 마시 감독을 만나 한국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희찬(28)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시절 스승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마시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서 감독 경험을 쌓은 지도자.
지난달 말까지 협회 내부에선 황선홍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게 국가대표 지휘봉을 맡기자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U-23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가닥이 잡혔고, 마시가 1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축구협회가 보낸 러브콜에 마시도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세부 조건을 조율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마시가 최종적으로 협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과 세금 등 금전적인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
2022년 3월부터 1년간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맡으면서 60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았던 마시는 리즈 시절 연봉보다는 금액을 낮췄지만, 여전히 협회와 입장 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축구협회가 한국 선수에 대한 이해가 높고, 다양한 리그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는 등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던 마시를 잡지 못한 데에는 여유롭지 못한 재정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협회는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등으로 15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올초 은행으로부터 300억원 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재임 기간 ‘레거시(유산)’로 남기고 싶어하는 천안축구센터가 재정적인 압박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의 잔여 연봉 지급 문제도 협회로선 골칫거리다. 약 29억원의 연봉을 받은 클린스만은 계약 기간이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였기 때문에 2년 6개월치 연봉(약 100억원)을 더 줘야 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국제 축구계 관례상 경질한 그해 1년 치 연봉만 주고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가 많긴 하나 조율이 안 될 경우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압박이 심해 차기 감독에게 넉넉한 금전 지원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비용 해결을 위해 정몽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 2018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엔 정몽규 회장이 40억원을 기부했다고 협회가 밝혔는데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 따르면, 이는 회장 개인 재산이 아니라 정 회장이 있는 주식회사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온 출연금이었다.
마시 감독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협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은 후보군엔 세뇰 귀네슈(72·튀르키예) 전 FC서울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51·스페인) 현 이라크 대표팀 감독, 브루누 라즈(48·포르투갈) 전 울버햄프턴 감독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네슈 감독은 70대 고령이 걸림돌이고, 카사스 감독은 상대적으로 커리어가 화려하지 않은 데다가 이라크와 계약 기간이 남은 만큼 위약금 지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 라즈는 대표팀을 맡은 경력이 없다.
당초 5월 초중순으로 예정했던 차기 감독 인선이 늦어진다면 내달 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원정)와 중국(홈) 경기도 임시 감독에게 맡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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