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주 KIA-SSG전에서 SSG 타자 주자 에레디아가 3피트 주루 가능 구역을 벗어나 파울라인 안쪽 잔디 위로 달리는 가운데 KIA 투수 전상현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티빙 중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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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SSG전 에레디아 잔디로 달려
비디오 판독에도 세이프 번복 없어
KIA“재발 방지를” KBO에 ‘공문’
작년 NC·삼성전도 ‘이상 판정’
KBO “명백한 원인 땐 수비 방해”
명확하지 않은 규정 변경에 ‘혼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7월20일 “3피트 라인 관련 규정을 세분화한다”며 “2023년 후반기부터 주자의 주루가 명백히 수비(송구 또는 포수) 방해 원인이 되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선언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야구규칙은 ‘타자 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 또는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했을 경우 아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서 판정 논란이 잇따른 데 대해 KBO가 내놨던 대책이다.
짧은 시간 사이에 몇 번의 판정 논란이 발생했고 특히 KIA가 지난해 6월16일 광주 NC전과 7월14일 광주 삼성전까지 2차례 연속 공수 입장이 바뀐 채로 이상한 판정을 불리하게 적용받아 논란이 되자 KBO가 일주일 만인 7월20일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KBO는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더 혼란이 일었다. 뭐가 달라진 건지 전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KBO 설명에 현장에서는 대부분 “어쨌든 심판 재량으로 판정한다는 것만 더 명확히 한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초유의 ‘공문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0일 광주 KIA-SSG전에서 2-2로 맞선 8회초 1사 1·2루 SSG 에레디아가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렸고, KIA 투수 전상현이 타구에 발을 맞고도 잡아 1루로 송구했으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에레디아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파울 라인 안쪽의 잔디를 밟으며 뛰어갔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돼 세이프 처리됐다. “세분화해서 더 명확하게 보겠다”던 KBO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년도 안 돼 3번이나 같은 일을 겪자 KIA는 지난 11일 오후 구단 주체의 공문을 KBO로 발송했다. 너무도 명백한 3피트 위반 행위로 투수와 1루수가 수비 방해를 받았는데 왜 세이프인지 근거를 요구했고, 플레이 발생 시 김성철 주심이 한 손을 들어 파울 라인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은 3피트 위반 지적이 아니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범호 감독은 물론이고 KIA 최고참 선수인 최형우도 인터뷰를 자청해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자가 엄연히 방해해서 제대로 던지고 받질 못하는데 자꾸 세이프 판정을 준다면, 주자를 맞혀야만 수비 방해로 인정해줄 것이냐는 선수들의 항변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3피트 라인 위반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벗어나지 말라고 그라운드에 분명히 선이 그어져 있는데, 벗어나더라도 아웃 여부 결정은 심판이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심판이 잘못 판단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오심 논란의 가능성을 매우 크게 품고 있는 규칙이다. 심지어 이 3피트 수비 방해 영역에서 유난히 상식을 벗어나는 오판 사례가 계속 나온다. 판단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KIA는 10일 경기에서 아웃·세이프 여부와 3피트 위반 수비 방해까지 두 가지에 대해 동시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상황 발생 직후 그라운드에 나갔던 이범호 KIA 감독이 3피트 위반 수비 방해 여부에 대해 먼저 문의했으나 심판이 뚜렷하게 답을 해주지 않자 이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것이다. KBO는 ‘심판 재량’이라고 강조하는데 심판이 현장에서 수비 방해다 아니다조차 소신있게 설명해주지 못해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의 근원을 보여준다.
지난해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면서 문제의 핵심을 피해갔던 KBO는 이번 판정 역시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판정이 번복될 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KIA가 공문까지 발송한 것은 유독 억울한 판정을 반복해서 받은 데 대한 항의가 아니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게 제발 정리 좀 해달라는 요청이다. KIA가 보낸 ‘공문’의 의미를 KBO는 잘 이해해야 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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