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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쟤는 왜 1군 엔트리에 있냐고? 묵묵히 준비했던 최경모는 자격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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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3월 23일 개막전을 앞두고 발표된 SSG의 개막 엔트리에서 어쩌면 가장 놀라운 이름 중 하나는 최경모(28)였을지 모른다.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프에서 주목을 끌었던 이름도 아니었다. 내야 유틸리티 대수비 및 대주자 요원으로 발탁됐지만, 사실 팬들의 시선은 그렇게 곱지 않았다.

공격에서 특별한 선수는 아니었다. 경북고-홍익대를 졸업하고 2019년 팀의 2차 6라운드(전체 56순위) 지명을 받은 최경모는 2019년 1군 데뷔 후 7일까지 통산 타석 수가 128타석에 불과하다. 165경기에 나갔으니 경기당 한 타석도 소화를 못한 전형적인 벤치 선수였다. 수비는 충분히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일부 팬들은 이제 20대 후반인 최경모가 젊은 내야수의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고 못마땅했다. 팀이 리모델링을 천명하고 들어간 시즌이라 더 그랬고, 내야에 기대를 걸 만한 자원들이 있기에 더 그랬다.

사실 그 정도 대접을 받을 선수는 아니었다. 최경모는 2022년 SSG의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를 지킨 우승) 통합 우승의 뒤를 받친 선수였다. 2022년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98경기, 75타석에서 기록한 타율 0.301 때문은 아니었다. 2루수·유격수, 때로는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비력이 원동력이었다. 김원형 당시 SSG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어렵게 차지한 그 자리를 지난해 잃었다. 팀의 주요한 백업 선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수비가 잘 되지 않았다. 준비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고, 기량이 떨어질 나이도 아닌데 수비에서 미스가 났다. 수비를 보고 엔트리에 넣은 선수가 수비에서 실수를 하니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 한 번 2군으로 밀리자 기회도 잘 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군 28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는 올해까지 최경모가 팬들의 눈밖에 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최경모의 수비력을 아깝게 여긴 코칭스태프가 그를 캠프에 추천했고, 최경모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미 주전으로 성장한 박성한, 안상현 등 캠프 내내 2루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다른 내야수들, 그리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인 박지환 등이 온통 기대를 모은 가운데 최경모가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으니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유 없는 1군 합류는 없다.

빛이 나지 않아도, 팬들의 비판이 귀에 들려도 최경모는 항상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였다. 경기 전 타격 훈련보다는 수비 훈련에 땀을 흠뻑 쏟았다. 때로는 2루에서, 때로는 유격수에서, 때로는 3루에서 공을 받으며 플레이 하나하나 집중하며 1루로 공을 던졌다. 그런 최경모의 가치를 아는 코칭스태프도 개막전 이후 그를 한 번도 2군에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최경모는 7일 잠실 LG전에서 그 1군의 자격을 증명했다.

이날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최경모는 팀이 3-1로 앞선 6회 선발 2루수였던 신인 정준재를 대신해 경기에 들어갔다. 정준재도 이날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경험 측면에서 이기는 경기에서는 더 수비가 좋은 최경모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최경모는 이날 호수비 퍼레이드를 선보이며 팀이 4-2 리드를 지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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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로 앞선 7회 무사 2루에서 홍창기의 강한 땅볼을 감각적으로 처리한 것은 핸들링을 비롯한 최경모의 기본적인 수비력과 센스, 그리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강한 타구가 수비수 앞에서 순간적으로 튀었는데 이를 감각적인 핸들링으로 건져 내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웃카운트로 잡아냈다. 최경모의 호수비에 힘을 낸 노경은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2점 리드를 지켰다.

9회 2사 후 마지막 상황에서도 신민재의 느린 땅볼을 좋은 경로로 대시한 뒤 낚아채 1루로 가볍게 송구하며 발 빠른 주자를 잡아냈다. 스텝을 한 박자만 더 밟았어도, 대시 타이밍이 조금 늦었어도 발 빠른 신민재가 1루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었지만 최경모의 물 흐르는 듯한 수비에 넉넉하게 아웃됐다. 최경모는 이날 호수비는 물론 한 차례 타석에서도 볼넷을 고르며 공격에서도 플러스 성과를 냈다.

SSG 코칭스태프는 최경모가 장기적으로 김성현의 몫을 이어 받을 내야의 만능 수비 요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숭용 감독도 “만약 최정이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 김성현이 없는 지금 당장은 누가 3루로 들어가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최경모”라고 말할 정도로 수비에 대한 믿음은 크다. 누가 뭐래도 경기 중 올까 말까한 딱 하나의 타구를 위해 매일을 묵묵히 준비하는 최경모가 지난해의 수비 슬럼프를 이겨내고 이날 승리의 큰 지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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