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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스무 살 애어른’ KIA 곽도규 “야구일지 쓰며 하루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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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필승조 활약’ 2년차 좌완

빼어난 언변으로 ‘팬심’ 사로잡아

독서습관 등 성숙한 마인드 눈길

“우승 때까지 1군 동행” 포부 밝혀

경향신문

프로야구 KIA 곽도규가 지난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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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곽도규(20·KIA)는 2004년생이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KIA에 입단했다. 2년차인 올해 바로 필승계투조로 뛰고 있다. 19경기에 등판해 1승 5홀드 평균자책 2.40을 기록 중이다.

곽도규가 좀 더 유명해진 것은 인터뷰 때문이다. 빼어난 언변으로 속이 꽉 찬 소리만 골라 했던 방송 인터뷰 몇번에 팬들이 풍덩 빠져들었다. 갑자기 나타나 야구를 잘하더니 말도 잘하는 곽도규의 ‘실체’를 지난 주말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나 파헤쳐보았다.

“공부를 많이 한다는데 사실이냐”고 먼저 물었다. 곽도규는 “마운드 위에서 그 어떤 것도 부담스럽지 않은데 (갑자기 생긴) 그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며 “책은 하루에 딱 한 장씩만 읽는다. 멘털에 관한 책인데, 경기 전에 딱 한 장씩만 읽고 들어가면 침착해지는 것 같아 루틴으로 만들었다. 공부는 영어 공부를 작년에 꾸준히 하다가 올해는 귀찮아서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규가 영어를 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외국인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호주 전지훈련에서도 능숙하게 현지 생활을 했다는 것이 KIA 선수와 구단 직원들의 목격담으로 전해진다. ‘작년에’ 1년 공부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한다고? 어떻게 된 걸까.

곽도규는 “고3 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사실 부모님도 모르신다. 보시면 놀라실 수도 있어 인터뷰 같은 데서도 영원히 말하지 않으려고 했었다”며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공주고 3학년 때 슬럼프를 겪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 외에 다른 준비를 열심히 했었다. 그것이 영어 공부였다.

곽도규는 “내가 사랑하는 야구로 꼭 성공하고 싶었는데 3학년 올라갈 때 기량도 마음도 슬럼프가 왔다. 이러다 프로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달리 없으니 방법을 고민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비자 준비부터 호주에 어떻게 가서 어떤 일부터 할지 방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3학년 내내 영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매일 열심히 공부했다. 호주에 가서 돈을 벌고 생존하기 위한 공부였으니 문법, 독해가 아닌 회화를 맹렬히 팠다. 합숙 중에 휴가를 받아도 집에는 운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혼자 숙소에 남아 운동을 하고 남는 시간 영어 공부를 했다. 엄마를 보고 나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팔 각도를 조정하면서 슬럼프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기량이 다시 상승하면서 곽도규는 드래프트에서 KIA에 5라운드(전체 42순위)로 지명됐다. 지명됐던 순간에 대해 곽도규는 “행복하거나 좋다기보다는 다행이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2월 KIA는 호주 캔버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곽도규는 “최악의 상황에 갈 거라고 계획했던 호주를 유망주로 평가받으면서 스프링캠프로 가게 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고3 때 혼자 그냥 예민했었던 것 같아 웃기기도 하다”고 했다.

곽도규는 야구일지를 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간 매일 꼬박꼬박 그날 훈련과 경기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놓았다. 지금도 쓰고 있다. 학창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대충 쓴다.

곽도규는 “야구일지를 다시 보는 의미는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안 좋은 감정은 최대한 안 쓰고, 좀 왜곡되더라도 오늘의 피칭은 좋았다고 쓴다. 작년에 같이 뛰었던 숀 앤더슨이 ‘그냥 입 밖으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다 어색할 정도로 그냥 막 쓴다. 내 속마음과 감정을 낙서로 털어놓는 것에 의미를 둔다. 요즘은 경기 때 상황에 억압되지 않고 어떤 식으로 집중했다는 내용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피곤해도 매일 그걸로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다음 등판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듣다 보니 청산유수지만, 곽도규는 불과 2년차다. 곽도규는 “집중하면 소리를 아예 못 듣는 편이다. 그런데도 요즘에는 마운드에 올라갈 때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야구장 나오는 게 보람차다. 이 경기에 내가 함께하고 있는 것 같고, 우승할 때까지 계속 여기(1군에)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2004년생 곽도규는 아이돌을 잘 모른다. 몰라서 안 좋아한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좋아하는 곽도규는 “시리즈 끝까지 다 본 사람을 정말 호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킹데드>는 무려 시즌11까지 나와 있다.

경향신문

글·사진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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