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못해도 너 쓸게, 쫄지 마" 감독 한마디에 '김민' 부활…"팔 싱싱, 많이 던지고파" [현장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수장의 한 마디가 마음에 꽂혔다.

KT 위즈 우완투수 김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갑자기 달라진 비결이 무엇이냐고.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김민은 "(이강철) 감독님 덕분이다.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일까. 김민은 "감독님께서 '못해도 너 계속 쓸 거다. (마운드에서) 겁먹는 모습만 보이지 마'라고 하셨다. 믿어 주시니까, 그때부턴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며 "예전에는 못하면 바로 2군에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금은 무조건 한 타자씩 잡아낸다는 마음뿐이다. 오히려 더 단순하게 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가면 빠른 템포로 투구하려 한다.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인데 감독님께서 '어차피 네 공 치기 쉽지 않다. 바로바로 던져라'라고 하셔서 공 잡으면 포수 보고 바로 던진다"며 "그랬더니 결과가 더 잘 나온다. 심리적인 면이 좋아졌다. 그 영향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김민은 올해 1군에서 6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달 7일 LG 트윈스전서 첫 등판에 나섰다. 선발투수로 출격해 1이닝 3피안타 6볼넷 6실점으로 부진했다. 패전투수가 됐다.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서는 구원 등판해 ⅓이닝 2피안타 2실점을 떠안았다.

금세, 확 좋아졌다. 지난달 23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30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4경기 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이 기간 사사구는 한 개도 없었다. 1홀드를 챙겼다. 지난 2일 KIA전서 1이닝 1실점으로 주춤한 뒤 4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두 번째 홀드를 거머쥐었다. 54.00으로 출발했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8.68까지 떨어졌다. 훌륭히 허리를 이어주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은 "올해 스프링캠프 때 제구가 정말 잘 됐다. 어느 해보다도 좋았다"며 "그런데 시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너무 심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안 돼 나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돌아봤다.

절치부심했다. 툭툭 털고 일어나 미소를 되찾았다. 김민은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면 약간 부담이 되지만 떨리진 않는다. 솔직히 재밌다. '잘 막아야지'라고 다짐한다"며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도 긴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비결이 있다. 김민은 "포심 패스트볼을 거의 안 던지고 투심을 많이 구사한다. 지난 LG전 때 포심 구속이 시속 150km/h 정도 나왔는데도 타자들이 가볍게 치더라"며 "내 포심은 팀 후배 (박)영현이처럼 무브먼트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있는 구종을 구사하려 했고 투심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퓨처스팀에서 홍성용 투수코치님과 투심 연습을 열심히 했다. 2019년에 선발로 뛸 땐 투심을 던졌는데 그 이후엔 가끔 한 번만 썼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부연했다.

실점해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 김민은 "꾸준히 잘해야 한다. 만약 실점하더라도, 투수는 점수를 주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최소 실점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 시즌 개막 전 선발투수를 꿈꾸던 김민의 목표는 10승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김민은 "가능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홀드 등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며 "그동안 공을 많이 안 던져 팔이 싱싱하다. 2연투, 3연투 등도 해보고 싶다. 마운드에 오르는 게 즐거워 계속 출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은 "언젠가 체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식단과 훈련에 신경 쓰는 중이다.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박)영현이 따라다니면서 운동하고 있다. 다른 투수들이 (부상, 부진 등을 털고) 돌아올 때까지 잘 버텨주는 게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보직에 대한 욕심은 지웠다. 김민은 "원래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감독님께서 시키시는 것을 잘 해내고 싶다. 중간계투진에서 선전하고 있으니 이게 맞는 옷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강철 감독은 김민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요즘은 투구 수 8~9개만으로 1이닝을 끝낸다. 결정구가 있어서 그렇다"며 "캠프 때부터 제구가 잘 됐다. (선발에서 중간으로) 옷을 바꿔 입혀보자고 생각했다. '그냥 강하게 던져라'라고 주문하며 같이 대화했는데 살아나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특히 최근 제구가 정말 잘 된다. 중요할 때 기용하니 얼굴이 밝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진 듯하다"며 "1이닝을 맡아줄 중간투수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2이닝까지도 소화해 준다. 무척 고맙다"고 칭찬했다.

<에필로그>

김민의 인터뷰 도중 신인 선발투수 듀오인 원상현, 육청명이 발걸음을 멈췄다. 원정경기에서 김민과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는 원상현은 "(김)민이 형이 제 이야기는 안 합니까?"라고 물었다. 대뜸 김민에게 악수를 청한 뒤 와락 안겼다. 원상현은 "민이 형이 요즘 조언을 자주 해주시고, 엄청 챙겨주신다. 감명 깊게 들은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나가던 투수 손동현은 "네? 누가 누굴 챙긴다고요?"라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