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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범호 직접 사과하고, 크로우는 야밤에 “절대 고의 아니었다” 강조… KIA는 왜 이기고도 웃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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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IA 외국인 투수이자 올해 에이스감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윌 크로우(30·KIA)는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네 번째 승리를 거뒀다. 5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

최고 시속 153㎞까지 나온 패스트볼은 위력이 있었고,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SSG 타자들의 빗맞은 타이밍을 유도했다. 전완근 쪽의 뭉침 증상으로 5회까지만 던지고 내려왔지만 팀 타선이 초반부터 워낙 활발하게 터진 데다 경기 막판까지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팀이 11-3으로 크게 이겨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5이닝 이상 투구하고 무실점을 기록한 두 번째 경기였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3.86에서 3.12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크로우는 경기 후 자신의 승리와 팀의 대승에도 웃지 못했다.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기다리는 크로우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날 기록한 2개의 4사구 중 하나가 바로 1회 최정(37·SSG)의 몸에 맞는 공이었고, 이 몸에 맞는 공이 최정의 큰 부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크로우는 최정의 이야기에 고개를 숙였다.

최정은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영웅이 됐다. 3-4로 뒤진 9회 2사 후 KIA 마무리인 정해영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뜨려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팀이 어려울 때 항상 뭔가를 해내는 최정 모습 그대로였다. 최정의 홈런 덕에 기사회생한 SSG는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와 한유섬의 끝내기 투런포가 나오며 6-4로 이길 수 있었다.

이 홈런은 최정의 시즌 9번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가지고 있는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하나만 더 치면 역대 1위로 올라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었다. 당장 SSG가 최정의 468번째 홈런볼에 시가 15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거하게 걸었고, 최정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18일 경기에는 테이블석이나 응원지정석이 아닌 외야석부터 다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이 홈런을 맞는 선수, 맞는 팀으로서는 역사에 불명예로 남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부터 정면 승부를 주문했고, KIA 선수들도 17일 경기에서 최정을 피해가는 느낌은 없었다. 경기장은 SSG 팬들도, KIA 팬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하나의 축제 분위기였다. KBO리그 역사가 새로 쓰이는 대기록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대감은 첫 타석부터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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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에서 던진 크로우의 150㎞ 투심패스트볼이 최정의 옆구리를 향했고, 피할 겨를도 없이 공에 맞고 쓰러졌다. 최정은 이 몸에 맞는 공을 포함해 KBO리그 통산 330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지만, 사실 맞은 뒤에는 특별한 반응 없이 1루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정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충격이 컸고, 호흡도 쉽지 않아 보였다.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에 패스트볼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충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1루까지는 걸어서 나갔지만, 결국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교체됐다.

X-레이와 CT 촬영을 모두 해본 결과 왼쪽 갈비뼈 부위에 미세골절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18일 한 번 더 검진을 해볼 예정이지만, 이미 골절이 발견된 상황에서 진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SSG 관계자는 “뼈가 붙을 때까지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468호 홈런이 문제가 아니라, SSG의 전력이 휘청거릴 판이다.

크로우는 몸에 맞는 공 직후 모자를 벗고 최정에게 사과를 할 타이밍을 기다렸다. 다만 충격이 너무 컸던 최정이 마운드 쪽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였고, 교체 되기 직전에야 눈이 마주쳐 의사를 전달했다. 최정도 손을 들어 보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크로우는 1회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이나 1루 더그아웃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가슴을 치기도 하는 등 바디랭기지로 미안함을 전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고, 이 결과를 안 크로우의 심정도 편할 리는 없었다. 크로우는 경기 후 “내가 의도했던 일이 아니다. 최정이 어떤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최정을 보러 찾아온 팬들에게도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사과했다. 승리의 기쁨은 없었고, 오직 몸에 맞는 공 하나가 기억에 남는 듯했다.

논란이 인터넷상에서 계속되고 크로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비난이 쇄도하자 크로우는 다시 글을 올려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최정의 쾌유를 기원했다. 크로우는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사과드리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공에 맞은 최정 선수에게 사과드리고 절대 고의가 아니였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해당 일에 대해 팬 여러분들이 많이 놀라셨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면서 “다만, 제 가족을 언급하며 다소 지나친 욕설이나 폭언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열렬한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시는 KBO 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오늘 있었던 사구 관련하여 사과 말씀드립니다”고 적었다.

최정의 부상 소식과 검진 결과는 경기 중간이나 끝에 KIA 선수들에게도 전달이 됐고, 이범호 KIA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단을 대표해 사과하는 등 KIA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경기 직후 최정 선수 부상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모쪼록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을 직접 찾아가 상황을 전달받고 사과의 뜻도 전했다.

KIA 베테랑 선수들도 최정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홈런을 친 김선빈은 “최정 선배가 경기 중간 갈비뼈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고 들었고, 빨리 쾌유를 하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IA 선수단 최선임인 최형우 또한 “경기하는 동안 최정 선수 부상이 걱정됐다. 대기록이 걸려있는 선수인 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은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걱정했다. KIA도 지난해 박찬호가 몸에 맞는 공 여파로 시즌 아웃이 되는 등 이 아픔을 잘 알고 있기에 승패나 기록을 떠나 최정의 몸 상태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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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하다보면 몸에 맞는 공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요소다. 이것이 작은 통증으로 끝나면 가장 좋겠지만, 1년에 몇 차례는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절대 다수는 고의성이 없는 경우로 이는 맞힌 선수에게도 트라우마가 된다. 실제 2022년 김광현(SSG)이 던진 공이 소크라테스 브리토(KIA)의 얼굴로 향해 큰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 당시 소크라테스는 코뼈가 부러져 역시 꽤 오랜 기간 재활해야 했다.

김광현이 전화로 사과했고, 소크라테스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감정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양쪽에서의 특별한 보복구 논란도 없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그 몸에 맞는 공 이후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에 공을 던지지 못할 정도로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맞은 선수의 빠른 회복인 만큼, 여기에는 KIA 선수들도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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