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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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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판정 조작 논란에도 의연했던 NC 원조 토종 에이스 “이미 다 지난 일…다음 준비하고 있다” [MK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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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지난 일이다.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판정 조작 논란의 피해자였음에도 이재학(NC 다이노스)은 의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재학은 지난 14일 예상치 못한 시련과 마주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2회말까지 삼성 타선을 단 1피안로 봉쇄했다. NC 타선도 3회초 오영수의 좌월 솔로포로 이재학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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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만난 이재학은 ABS 판정 조작 논란에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창원)=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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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NC 이재학.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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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3회말 2사 1루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재학은 이재현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136km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이는 ABS로부터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았지만, 심판진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태블릿으로 이를 확인한 강인권 감독은 즉각 항의에 나섰지만, 심판진은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여기에 중계 방송을 통해 심판진들의 대화가 고스란이 전해지면 논란은 커졌다. 이민호 심판 조장이 구심에게 “(ABS)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그것 밖에 없는 거에요”라고 한 말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본인들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음에도 실수를 덮기 위해 ‘기계 오류’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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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는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1루에서 이재학의 2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사진=SBS SPORTS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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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NC-삼성전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심판진. 사진=SBS SPORTS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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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는 컸다. 이 사이 8분이 지나갔고, 마운드에 홀로 있던 이재학의 어깨는 차갑게 식어갔다. 결과론적이지만, 삼진으로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재학은 이재현에게 볼넷을 범했고, 구자욱,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각각 1타점 적시 2루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주춤했다. 4회말에는 이성규와 김재상에게도 각각 우중월 솔로포, 좌월 투런 아치까지 헌납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민호 심판, 문승훈 심판, 추평호 심판이 직무 배제된 것은 물론 인사위원회로 회부됐지만, 3.1이닝 6피안타 2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6실점이라는 이재학의 해당 경기 성적은 달라지지 않는다. 3패(무승)까지 떠안으며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재학은 의연했다. 1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다.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순간은 또 경기의 일부라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하려 했다”고 14일 삼성전을 돌아봤다.

이어 이재학은 “제가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과는 일어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다. (2구를 심판진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했으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있었겠지만, 그 뒤에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지나간 거라 생각한다. 잊고 다시 준비하려 한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 들어 이재학의 불운은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등판할 때마다 아쉬운 수비가 연달아 나오며 승리 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285경기(1321이닝)에서 82승 76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52를 작성한 이재학은 베테랑다웠다. 그는 “제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 좋은 일이 있으려 하나보다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나간 것은 다 잊으려 생각하고 있다. 제가 하던 것을 단단하게 준비하려 마음먹고 있다. 좋게 가다가 조금씩 아쉬운 것이 나오면서 결과가 항상 아쉬웠는데 그 부분들을 좀 더 보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마음가지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고 모든 부분을 탄탄하게, 단단하게 만들려고 생각을 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이재학은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많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으니 준비를 잘해서 다음 경기 때는 좀 더 좋은 피칭을 하려고만 생각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한편 NC의 사령탑 강인권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있고, 그 과정 속에 있는 부분들을 제가 다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나중에 따로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 까지 방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ABS를 하며 태블릿으로 전송되는 시간에 대해서도 항상 문제 제기를 했었다. KBO에서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 시즌 시작되면 개선될 거라 하셨는데 일찍 개선되지 않은 부분들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음성 인식 판독을 일주일 뒤에 도입한다고 하셨는데 일찍 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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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은 불운을 이겨내고 다음 등판에서는 승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사진=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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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를 이끄는 강인권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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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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