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규칙 전문가서 코스 읽어 주는 남자로
골프 규칙을 설명하던 경기위원장이 코스를 읽어주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최진하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경기위원장 이야기다.
최 전 위원장은 서강대,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원을 수료했다. 이후 용인대 골프 학과로 편입해 대학원을 마쳤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두 단체인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과 미국골프협회(USGA)의 레프리 스쿨을 이수하고, 최고 등급을 받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을 역임하고 KLPGA 경기위원장을 맡았다. KLPGA 투어에서는 7년간 활약했다. 사임한 것은 지난해(2023년).
그런 그를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아이젠하워 캐빈 앞에서 만났다.
KLPGA 경기위원장 재임 당시 입었던 짙은 녹색 상의는 벗었다. 마스터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옷을 걸치고 선글라스를 꼈다. 한결 편안하고, 가벼워진 모습이다.
가벼운 만큼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골프 규칙을 설명하던 남자에서 코스 읽어주는 남자로 변신했다.
"코스 읽어주는 남자가 돼볼 생각이다. 코스 설계 관련 서적을 50권 정도 주문했다. 최근에는 토리 파인스, 와이알레, TPC 소그래스, 리비에라 등 전 세계 10개 코스를 탐방했다. 요리사에게 비평가가 있듯, 코스 설계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설계가의 의도, 대회장 설정 입장, 일반 골퍼, 프로 골퍼의 입장을 조화롭게 풀어 가볼 생각이다."
그런 그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거닐었다. 이 골프장에는 아멘 코너(11~13번 홀)가 있다.
아멘 코너 중간인 12번 홀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홀이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홀을 모나리자에 비유했다. 12번 홀을 고치는 것은 모나리자를 만지는 것과 같다면서다.
최 전 위원장은 "12번 홀은 천재적인 설계가의 작품이다. '모나리자' 비유에 공감한다. 바뀌지 않는 전통"이라며 "이 홀은 오전과 오후 분위기가 다르다. 오전에 티잉 구역에서 보면 왼쪽에 그늘이 있다. 오후에는 반대다. 바람, 벙커, 페널티 구역 등은 골퍼에게 겁을 준다. 인 랜드 최고의 홀이자, 환상의 홀"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전 위원장은 "아멘 코너 중간에 있는 승부처다. 2019년 이곳에서 (타이거) 우즈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희비가 엇갈렸다"고 덧붙였다.
최 전 위원장은 다른 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5번 홀은 왼쪽에 벙커가 있다. (콜린) 모리카와도 3번 우드로 온 그린을 했다. 6번 홀은 축제 분위기인 파티 홀이다. 10번 홀도 좋은 홀이다. 16번 홀은 밋밋하지만, 분위기 좋은 파3다. WM 피닉스 오픈 16번 홀이 인공미라면 이 홀은 자연미다. 18번 홀은 클로징 홀로는 최고다. 피지의 비제이 싱은 이 홀에서 '170야드(155m)를 남기고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면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최 전 위원장은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코스를 설계한 알리스터 매켄지 박사와 보비 존스의 천재성이 버려진 땅을 살렸다. 코스 원판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 목축장으로 사용했다. 소를 키워서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항상 아이디어가 좋았다. 좋은 코스를 위해 매년 수정하는 리들리 회장의 의도가 잘 반영돼 있다. 재밌는 점은 매켄지 박사가 보기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존스는 메이저 13승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골퍼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스 설계가가 굳이 잘 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최 전 위원장은 한 곳을 가리키더니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저곳은 너무 아름답다. 앞으로 3~4권의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한 권의 이름은 '코스 읽어주는 남자'다. 저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그 책에 적을 계획이다."
아주경제=오거스타=이동훈 기자 ldhliv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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