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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했던 23번째 생일…김재희, KLPGA 투어 개막전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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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재희가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 2번 홀에서 파로 홀아웃하고 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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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새 시즌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개막전의 주인공은 2021년 프로 데뷔 후 우승 없이 침묵하던 김재희(23)였다. 운명처럼 자신의 23번째 생일을 생애 최고의 날로 장식했다.

김재희는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을 밟았다. KLPGA 투어 대표 장타자 방신실(20)과 고교생 국가대표 오수민(16)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 상금 19만8000싱가포르달러(약 2억원)을 품었다.

2001년 3월 10일 태어난 김재희는 인천금융고와 연세대를 나왔다. 프로 데뷔는 2021년. 입문할 때만 하더라도 국가대표 출신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3년간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반면 데뷔 동기인 송가은(24)과 홍정민(22), 홍지원(24) 등은 차례로 정상을 밟으면서 간격은 더욱 멀어졌다.

절치부심한 김재희는 겨우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숏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클럽을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최대한 많은 파 세이브를 건질 수 있던 비결이다.

마수걸이 우승으로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4언더파 단독선두 오수민에게 3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김재희는 전반 4번 홀(파3)을 시작으로 파5 5번 홀과 6번 홀(파3)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어 파4 9번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였지만, 같은 홀에서 오수민도 버디를 낚아 15언더파 공동선두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승부는 더욱 팽팽했다. 김재희는 13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핀 2m 옆으로 붙여 1타를 줄였다. 또, 파3 14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리드를 2타로 벌렸다. 그러자 방신실과 오수민도 각각 2타와 1타를 줄여 다시 김재희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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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대회장에서 만난 김재희. 2021년 데뷔 후 우승이 없던 김재희는 겨우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KLPGA 투어 개막전에서 열매를 맛봤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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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희비는 파4 17번 홀에서 갈렸다. 김재희가 먼저 파로 홀 아웃. 이어 방신실의 버디 퍼트가 홀 옆을 스쳐지나갔고, 오수민은 보기를 기록했다. 추격 동력을 잃은 둘은 18번 홀(파5)에서도 모두 파를 기록했고, 김재희도 이 홀을 안전하게 파로 막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준우승은 16언더파의 방신실이 기록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메인 스폰서인 SK텔레콤을 만나 활짝 웃은 김재희는 “생일을 맞아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올해 목표는 원래 우승이었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목표를 이뤘다. 이제는 상금왕과 대상을 새로운 목표로 잡고 뛰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선 2008년생 오수민의 이름도 새롭게 각인됐다. 장타자 방신실을 위협하는 호쾌한 스윙으로 3라운드까지 14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리며 신선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선 2타의 간격을 뒤집기 위해 세컨드 샷으로 드라이버를 잡는 대범함도 보였다. 오수민은 이번 대회를 15언더파 3위로 마쳤다.

한편 KLPGA 투어는 싱가포르 개막전을 통해 올 시즌 일정을 시작했다. 11월 열리는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까지 모두 30개 대회로 총상금은 320억원이다. 대회 숫자는 지난해보다 2개 줄었지만, 총상금은 약 2억원 늘어난 규모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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