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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은 왜 일본 러브콜 거절했나… 스플릿 생존의 화신, 뉴욕 메츠 계약 긍정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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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지만(33)이 뉴욕 메츠와 계약하며 새 소속팀을 찾았다. 비록 원래 그렸던 그림과는 다소 엇나간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조건에서 다시금 FA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섰다. 조금 더 안정된 환경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어려운 여건을 수차례 극복했던 최지만은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지만의 에이전시인 GSM은 17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최지만이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지만 측의 공개 내용에 따르면 최지만과 뉴욕 메츠는 스플릿 계약을 했다. 스플릿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약속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분리된 계약이다. 최지만은 스프링트레이닝 초대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제 시범경기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에 들어간다.

최지만의 경우도 메이저리그 현역 로스터에 등록되면 계약서에 기재된 조건이 자동적으로 발동된다. 최지만 측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진입시 퍼포먼스 보너스 포함 1년 총액 350만 달러(약 47억 원)를 받는다. 흔히 인센티브로 불리는 퍼포먼스 보너스 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다수는 타석 수에 상당 부분을 건다. 타석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수령하는 구조다. 즉, 최지만은 일단 뉴욕 메츠의 26인 로스터에 진입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은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확보해 보너스 규모를 키워야 한다.

최지만은 16일 개인운동을 하던 애리조나를 떠나 17일 뉴욕 메츠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진행되고 있는 미 플로리다주로 향했다. 17일 오전부터 뉴욕 메츠 구단 지정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같은 날 저녁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해 끝내 정식 계약에 이르렀다. 까다로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은 최지만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GSM은 ‘뉴욕 메츠 야수들의 스프링캠프는 한국시간으로 26일부터 시작이지만 최지만 선수는 메디컬 테스트를 패스한 다음날부터 캠프에 나가 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할 계획’이라면서 ‘뉴욕 메츠에는 최지만 선수의 밀워키 시절 단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운영부문 사장도 있고, 탬파베이에서 함께 뛰었던 투수 브룩스 레일리 등이 있어서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GSM은 계약까지의 비화도 밝혔다. GSM에 따르면 최지만은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린 뒤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다. 현지 보도가 잠잠했을 뿐 물밑에서는 꽤 나름대로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졌던 셈이다. 최지만 측은 결국 계약에 골인한 뉴욕 메츠를 비롯,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그리고 지난해 최지만의 정규시즌 최종일 소속팀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총 6개 팀이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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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팀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최지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본 구단들도 참전했다. 최지만 측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달콤한 오퍼가 3개나 있었지만 최지만 선수가 ‘아직은 일본에서 뛸 때가 아니다’라고 판단해서 정중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일본 구단들도 수준급 외국인 타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최지만에 관심을 보였으나 메이저리그를 더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GSM은 ‘최지만 선수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고, 향후 메이저리그 플레잉타임 등을 고려해서 뉴욕 메츠와의 계약에 이르렀다’면서 ‘최지만 선수도 최근 샌디에이고와 재계약한 주릭슨 프로파 선수와 유사한 규모 (1년 1백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오퍼도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이 가능하기에 스플릿 계약을 수락했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최지만 선수가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에 다수의 구단이 ‘건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는 조건으로 스플릿 계약을 원했다. 이에 최지만 선수는 ‘현재 건강하고,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스플릿 계약을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있었기에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 FA 대박 깨뜨린 부상 악령, 스플릿 계약? 생존 자신감 있었다

최지만은 2023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을 예정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이라는 큰 뜻을 품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태평양을 건넌 최지만은 숱한 시련을 극복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서비스 타임 6년을 채워 얻은 정말로 소중한 FA 자격이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선수이기도 했고, 2023년 성적이 좋다면 생애 마지막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피츠버그가 최지만을 활용하기 위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만큼 출전 기회는 계속 주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최지만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재활에 매진하는 등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했다. 피츠버그에서는 베테랑 대우도 받았다. 카를로스 산타나와 1루와 지명타자를 나눠 가지며 팀의 주전 선수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에 모든 구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왼쪽 아킬레스건을 다쳐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를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후 재활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복귀했으나 장기간 공백에 따른 타격감 저하 문제가 있었고, 정신을 차릴 때쯤인 트레이드 마감시간을 전후해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당시 1루 포지션이 문제였던 샌디에이고는 마지막 대역전 카드 중 하나로 최지만을 지목했으나 결과적으로 최지만은 샌디에이고에서도 타격감을 찾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최지만은 빅리그 통산 8시즌을 뛰며 525경기에서 타율 0.234, 출루율 0.338, 장타율 0.426, OPS(출루율+장타율) 0.764, 67홈런, 238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비교군 대비 OPS는 리그 평균보다 12% 높았다. 나름대로 견실한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정작 FA 대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즌이었던 지난해 39경기에서 타율 0.163, 출루율 0.239, 장타율 0.385, OPS 0.624에 그치며 험난한 FA 시장을 예고했다.

실제 FA 직전 시즌을 망친 최지만의 시장 가치는 많이 떨어졌고, 원하는 수준의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 최지만 측에 따르면 1년 1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개막 26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는 게 더 안정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무조건 출전 시간이 보장되고, 역시 1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일본도 하나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지만은 뉴욕 메츠와 1년 최대 35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다른 팀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다른 팀 제안보다 더 못한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스플릿 계약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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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지만은 경력에서 스플릿 계약을 두려워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상황이 만들었을 때도 있지만, 이번처럼 승부를 걸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지만은 2017년 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스플릿 계약을 했고, 결국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성공했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도 역시 밀워키와 스플릿 계약을 한 뒤 역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올랐다. 두 번의 계약 모두 메이저리그 진입시 보장된 금액을 모두 수령했다. 이번에도 그런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 메츠는 최지만의 9번째 메이저리그 시즌이 될 무대이자, 개인 경력에서 총 8번째 팀이다. 최지만은 2009년 시애틀과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하며 마이너리그 무대를 거쳤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행사해 볼티모어로 이적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룰5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고 다시 팀을 옮겼다.

이후 2017년은 뉴욕 양키스에서, 2018년은 밀워키와 탬파베이에서 시간을 보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탬파베이에서의 생활은 최지만을 어엿한 메이저리그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비록 플래툰 시스템의 늪에 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5년 동안 414경기에 나가 타율 0.245, 출루율 0.352, 장타율 0.431, 52홈런, 203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공격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받았다. 특유의 활발함으로 탬파베이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어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라는 부자 팀들에 속하며 메이저리그 경력을 이어 가게 됐다.

◆ 좌타자-지명타자 부족한 뉴욕 메츠, 최지만에게도 기회는 온다

메츠의 광팬으로 알려진 스티브 코헨 구단주가 구단을 인수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뉴욕 메츠는 지난해 커다란 시련을 맛봤다. 많은 돈을 들여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팀의 주축 선수들과 차례로 연장 계약을 했으나 정작 월드시리즈 우승까지는 아직 팀 정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만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구단 수뇌부가 교체됐고, 1~2년 더 내실을 다진 뒤 다시 투자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런 기조 속에 이번 오프시즌은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필요한 부분에 가성비 선수를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지만도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메츠가 최지만을 영입한 건 단순하다.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욕 메츠의 좌타자 OPS는 0.720으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1위에 머물렀다. 게다가 지난해 지명타자로 뛰었던 좌타자 다니엘 보겔백이 팀을 떠났다. 핵심 타자 중 좌타자는 브랜든 니모 정도다. 최지만의 포지션인 1루나 지명타자 쪽에도 좌타자가 부족하다. 최지만을 영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계약이다.

일단 로스터에 들어가는 게 관건이지만,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메츠의 주전 1루수는 강타자이자 홈런 타자인 피트 알론소다. 2019년 메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알론소는 메이저리그 통산 684경기에서 192개의 홈런을 때린 거포다. 데뷔 시즌인 2019년에는 53홈런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2022년 40홈런, 2023년은 46홈런을 기록했다. 총 5시즌을 뛰었는데 100타점 이상 시즌만 세 차례다. 알론소의 기량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최지만이 당장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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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업 1루수로 거론되는 마크 비엔토스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다. 202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격 성적도 특별하지 않다. 통산 OPS는 0.609에 불과하다. 최지만이 넘어설 수 있는 상대다. 지명타자 포지션에서는 좌타자인 DJ 스튜어트와 경쟁한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다. 그러나 역시 경험에서 최지만보다 떨어지고, 타격 성적도 크게 나을 게 없다. 253경기에서 타율 0.220, OPS 0.754, 37홈런을 기록했다.

일단 스튜어트만 넘어선다면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까지 큰 장벽은 없는 상태다. “플레잉타임도 고려했다”는 최지만 측의 계약 배경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좋은 활약을 한다면 시즌이 끝난 뒤 다시 FA 자격을 얻고, 다시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자신을 괴롭히던 건강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게 긍정적이다. 부상을 피하면서 자기 능력만 과시한다면 메츠는 최지만에게 충분히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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