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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항명 파동, 진실규명 없이 이대로 끝? “시시비비 보단 성장 계기로...” [MK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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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속팀 선수들이 아니라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이...”

상처로 얼룩진 축구대표팀의 탁구 항명 파동이 이대로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사실관계 확인이나 책임 소재 규명, 추후 징계 등도 없이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의문과 실망만 남긴 채 그대로 묻힐 분위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진실규명을 거부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벌어졌던 ‘캡틴’ 손흥민(32)과 ‘에이스’ 이강인(23)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항명 파동을 ‘체력적, 심리적 압박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설명하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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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 서울)=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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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공식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의 최종 회의를 거쳐 오후 정몽규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직접 발표했다.

동시에 이 자리에서 정몽규 회장은 아시안컵 대회 기간 벌어졌던 대표팀 선수단의 갈등과 항명 사건에 대한 사죄의 뜻도 밝혀졌다.

정 회장은 “최근 선수단 내부 문제가 불거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다”면서 아시안컵 사건을 두루뭉술하게 언급한 이후 “한 달이 넘는 긴 단체 생활과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온 가운데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야 할 부분과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향후 코칭 스텝 구성이나 선수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이상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도를 구하겠다”면서 “이번 대회에 관련해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리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배경이나 개요, 정황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은 물론 사건 자체에 대한 언급도 피한 반쪽짜리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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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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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4일 영국 언론 더 선을 통해 아시안컵 대표팀 기간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이 멱살잡이와 주먹질 등으로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일파만파 파문이 일었다.

준결승전 요르단전 전날 일어났던 대표팀의 갈등을 모두 지켜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수수방관했고, 감독을 견제하고 조정하며 도왔어야 할 대한민국축구협회(KFA)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졌다.

64년만의 우승을 염원했던 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대표팀은 흩어져서 결속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손흥민과 이강인이 멱살잡이와 주먹질을 서로 주고받았다는 유력한 보도와 함께 축협 관계자의 인정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불화를 수수방관하고 수습하지 못한 것은 물론 부족했던 리더십, 감독 재임 기간 불성실, 아시안컵에서의 전략 부재 등의 여러 문제가 겹쳐지면서 계약 기간 1년만에 초라한 모습으로 한국 축구에서 퇴장하게 됐다.

하지만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대표팀 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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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발표 이후 추가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정 회장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강조하며 사후 해결 방안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팀 사건과 향후 수습 방안에 대해 정 회장은 “국내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거의 한 70일 동안, 나머지 유럽에서 직접 온 선수들은 1월 2일~3일에 걸쳐서 와서 거의 50명의 남자 선수들만 해서 40일 이상 동안 계속 합숙을 하고 또 120분 경기를 연속해서 계속했었다”면서 대표팀에서 일어난 갈등이 대회를 치르는 심리적 체력적 한계 속에서 또한, 대표팀 합숙이란 특수 상황에선 일어날 일어난 일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팀에서 일어나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더욱 후벼파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진실규명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언론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도 도와주셔야 될 것 같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대표팀에서 일어난 갈등을 그대로 묻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징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과 재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정 회장은 ‘차기 감독의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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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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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조항을 살펴봤다. 그 징계라는 거는 우리 소속 선수는 아니라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이것은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그때 그 인사와 이 방안을 잘 논의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감독에게 미소집 등의 징계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또 계속해서 정 회장은 “그전에 계속 국내파, 국외파, 92년생 이상의 고참, 96년생, 또 어린 선수들, 이렇게 너무 팀을 나눠갖고 생각하고 그런식으로 대표팀을 가르고 개개인으로 나누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이 된다”면서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그것이 다음 대표팀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고 했다.

답변을 마치면서 정 회장은 아시안컵 우승의 실패가 ‘한 팀이 되지 못 한 것’으로 규정했다. 정 회장은 “다들 같이 아시안컵에서, 중요한 일 속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우리가한 팀이 되지 못한 것이 그 이유가 되겠다”면서 “시시비비 그걸 하나하나 따지고 더 자세하게 누가 뭘 어떻게 했느니 마니, 이런 걸 따지는 것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것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하고 한 팀이 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새로운 감독과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과 임원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만큼 대회 기간 벌어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 규명이나 사후 수습 없이 이대로 묻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구)=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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