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작년 100이면, 올해는 6만2000 정도 준비됐다…자신 있으면 들어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작년에 준비해서 야구한 게 100이라고 한다면, 올해 지금은 6만2000 정도라고 느껴요. 아예 다르니까요."

1일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 얼굴 전체가 새까맣게 탄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두산 우완 투수 이영하(27)였다. 이영하는 올 시즌을 자신이 반등하는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일찍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달 3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시설에서 진행한 미니캠프에 참가했다. 2주 정도 일본 투수들과 함께하면서 야구에 조금 더 눈을 뜨는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도 이영하는 부족하다 느끼는 게 있으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방문했다. 그렇게 평소보다 한 달 먼저 시즌 준비를 시작한 결과가 검게 탄 얼굴로 나타났다.

이영하는 지난해 당연히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학교폭력 관련 혐의로 법정 싸움을 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도 함께하지 못했다. 이영하는 긴 법정 싸움 끝에 지난해 5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혐의를 벗으면서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지만, 무죄를 받았기에 지난해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야구 공을 잡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받듯 올겨울 더 땀을 흘린 이유다.

이영하는 지난해 완벽히 시즌 준비를 하진 못했기에 선발 대신 불펜으로 모든 경기에 나섰다. 36경기, 5승3패, 4홀드, 39⅓이닝, 평균자책점 5.49를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무죄를 받고 합류했을 당시 불펜에 카드 하나가 더 늘었다는 점에서 만족했지만, 이영하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투구를 보여주진 못했다. 이영하는 올해 결국 삭감된 연봉을 받아들여야 했다.

올해는 선발 복귀를 목표로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영하는 일단 선발을 목표로 하되 팀이 필요로 하면 마무리투수, 중간 투수 어디든 상관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은 역시나 준비 과정에서 나왔다.

이영하는 "야구를 잘해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다녔다.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은 했다. 내 마음이 편하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 열심히 해놓으면 결과가 조금 안 좋더라도 내가 열심히 한 뒤에 안 좋은 것과 안 해보고 안 좋은 것은 다르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해놓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도 안 좋으면 또 더 해보면 되니까 그런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년에 준비해서 야구한 게 100이라고 한다면, 올해 지금은 6만2000 정도라고 느낀다. 아예 다르니까. 일본에서 운동할 때부터 느꼈다. 준비를 이렇게 하면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1월 시작과 함께 따뜻한 곳에 가서 운동하니까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좋은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 선수들이 왜 좋은지 알겠더라. 이렇게 1월부터 따로 개인훈련을 한 건 처음이었다. 지난해 재판했을 때 빼면 사전캠프는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도 미리 훈련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일찍 운동한 시즌은 계속 잘했으니까. 그러다 겨울에 일찍 준비 못하는 일이 계속 생기면서 내가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지고 그랬다. 한 달 먼저 시작했더니 오늘(1일) 캠프 첫날인데도 나는 지금 마지막날 같은 느낌이 든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찍 준비했다고 체력이 떨어질 걱정은 없다. 이영하는 "아실 분은 다 아실 것이다. 나는 지치진 않는다. 물론 단기전에서 자주 던지면 몸이 피곤해서 몸에서 그런 티가 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나는 150㎞는 던진다"며 스태미나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겨울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배운 점은 뭘까. 이영하는 "일본에서 배우면서 새롭게 안 점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한국에서도 분명 다 아는 훈련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안 해봤던 게 있어서 이런 운동도 같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정도다. 결국은 공 던지는 걸 배운 것이다. 내가 제구가 계속 문제가 있지 않았나. 공 던질 때 폼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포수를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지 경기할 때 어떤 생각으로 던져야 하는지 그런 걸 배웠다. 경기를 해봐야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피칭할 때 스스로는 조금 더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영하는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선발 경쟁에 뛰어들어 보겠다고 선언했다. 이영하는 21살 시즌이었던 2019년 무려 17승(4패)을 수확하면서 두산의 차기 에이스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해 세부 성적은 29경기, 163⅓이닝, 평균자책점 3.64였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이후 이영하는 해마다 5~6승 정도 챙기면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수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럴 때마다 17승 시즌이 언급됐는데, 이영하는 과거는 과거로 두고 올해부터 다시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이영하는 "커리어(17승)라는 건 과거형이지 않나. 선발이 목표라고 말한 건 희망을 이야기한 것이다. 보직 확정이라는 게 어디 있겠나. 다 싸우는 것"이라고 비장하게 말한 뒤 "자신 있으면 다 들어오라고 해라"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올해 두산 국내 선발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경쟁자 수 자체가 훨씬 늘었다. 곽빈이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최승용이 왼손 선발로 거의 낙점됐고,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이영하를 비롯해 최원준, 김동주, 박신지, 김민규, 김유성 등이 경쟁하는 구조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영하의 선발 도전과 관련해 "이영하가 준비만 잘 돼 있으면 선발투수도 할 수 있다. 캠프 동안 한번 지켜보겠다. 지금은 열린 경쟁이라고 보면 된다. 잘하는 선수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영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올해가 더 심한 것 같다. 올해는 투수들이 어리다 보니까 분명 그런 경쟁이 더 심할 것이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경쟁하고 있다. 아마 (김)택연이도 나를 경쟁 상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투수조 분위기를 전했다.

농담처럼 김택연을 언급한 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룸메이트가 돼서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19살 나이에도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으면서 타기 마무리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영하는 "택연이랑 방을 쓰는데, 같이 있어 보니까 정말 착하더라. 그런데 첫날 같이 있는데 어색했다. 문득 (이)용찬이 형이 떠올랐다. 용찬이 형이 (어린 시절) 나랑 방을 썼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용찬은 2021년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하기 전까지 두산에서만 12시즌을 뛴 베테랑이었다.

궁극적으로는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면 어디든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이영하는 "선발이 하고 싶어도 결국 감독님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던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발이 안 되면 중간으로 던지면 되고, 마무리로 필요하다고 하시면 또 마무리로 던지면 된다. 다만 내가 기복이 심하다 보니까. 어느 자리든 꾸준히 던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선발을 목표로 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어느 자리든 시켜주시면 다 한다.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길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