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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는 늘 놀라워"…지한파 버밍엄 감독, 직접 영입한 백승호와 훈련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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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한국의 마에스트로' 백승호(26)가 버밍엄 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버밍엄 시티는 3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백승호와 2026년 6월 30일까지 총 2년 6개월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버밍엄 시티 이적이 공개됐던 백승호는 메디컬 테스트를 잘 통과했고, 1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배정받았다.

버밍엄 시티는 이번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이다. 그러나 구단 역사는 아주 깊다. 1875년에 창단해 149년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까지는 최상위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2010-2011시즌 18위를 기록해 챔피언십으로 내려오면서 13년째 승격을 목표로 뛰고 있다.

올 시즌에는 생존이 급하다. 개막 초반만 하더라도 6위까지 올라갔던 버밍엄 시티지만 28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는 8승 8무 12패 승점 32점으로 24개 팀 중 20위에 머물러 있다. 3부리그로 내려가는 강등권은 22위부터 24위까지. 버밍엄 시티는 당분간 승점 확보에 신경쓰며 최하위권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웨인 루니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하고 토니 모브레이 감독을 급히 선임했다. 모브레이 감독은 한 달여 전까지 선덜랜드를 지도하다 해고됐지만 버밍엄 시티로 적을 옮기면서 재건에 힘을 쓰고 있다. 모브레이 감독이 버밍엄 시티에서 고쳐야 할 가장 첫 번째 포지션으로 미드필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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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 시티는 최근 안드레 도젤을 임대 영입했다. 백승호 영입도 미드필드 보강 차원이다. 이번 겨울에만 서른 명이 넘는 후보군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백승호가 낙점을 받았다. 모브레이 감독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백승호가 이적 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브레이 감독은 백승호에게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다. 지난 29일 영국 매체 '버밍엄 라이브'를 통해 겨울 이적 시장 2호 영입으로 백승호를 암시하며 "앞에서 뛰고 멀리서도 슈팅을 때릴 줄 안다. 패스도 잘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고 장점만 나열해 눈길을 모았다. 백승호를 호평한 모브레이 감독은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화상 통화로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도 백승호를 버밍엄 시티의 중원 해결사로 본다. '풋볼리그 월드'는 "백승호는 홀딩 미드필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플레이 메이커가 가능하다. 에너지가 넘쳐 측면 공격수로도 뛸 수 있다"며 "모브레이 감독에게 분명하게 다재다능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선수를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건 버밍엄 시티에 있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바라봤다.

버밍엄 시티 유니폼을 들어올린 백승호는 모브레이 감독과 환하게 웃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백승호는 "버밍엄 시티의 일원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대된다. 빨리 시작하고 싶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영국에서 축구하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버밍엄 시티에서 내게 관심이 있다고 하니 정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구단이다. 감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다. 감독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운영 계획에서 어떻게 내세울 것인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 모든 부분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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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레이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 궁합이 괜찮았다. 과거부터 이어진 한국 선수들과 연도 깊다. 셀틱에서는 기성용, 웨스트 브로미치에서는 김두현을 지도했었다. 모브레이 감독은 "이전에 한국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다들 열심히 하고, 경청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선수들이었다"며 "백승호의 합류도 기대된다. 우리가 정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버밍엄 현지 매체인 '버밍엄 메일'은 "최근 한국에서 잉글랜드로 향하는 선수들이 증가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황희찬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배준호는 스토크 시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백승호의 이적과 맞물려 한국 선수들이 잉글랜드에서 활약하는 부분을 크게 조명했다.

색다른 도전을 앞둔 백승호에게는 감독의 신뢰가 힘이 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참 다양한 리그를 누볐다. 어린 시절부터 백승호는 유럽에서 활동했다. 유소년 시절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하며 크게 이목을 끌었다. 단계를 밟아 바르셀로나 B팀까지 올라갔고, 때에 따라 1군팀 훈련에도 부름을 받았다.

현재 이강인을 지도하는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이 어린 시절의 백승호를 보고 훈련 파트너로 종종 불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 파리 생제르맹이 전북 현대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펼칠 때 백승호와 엔리케 감독이 악수하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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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바르셀로나에 내린 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 징계에 따라 백승호는 성인 무대로 발돋움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실전 없이 지내야 했다. 그 기간을 참아낸 백승호였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데뷔하는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이후 2018-19시즌 지로나로 이적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에 성공했다. 기어코 스페인 무대를 밟은 백승호는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차분하게 입지를 굳혀나가던 백승호는 조금 더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기 위해 국내 복귀를 택했다.

K리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영입 우선권이 있었던 수원 삼성과 마찰을 빚어 화제가 됐던 백승호는 기량 측면에서도 여러 이슈를 만들었다. 전북에서 뛴 세 시즌 동안 K리그1 82경기에 출전해 9골 6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신임을 받아 본선 무대를 밟았다. 특히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황선홍 감독을 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와일드카드이자 주장 역할을 맡았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유럽 재진출의 동력을 얻은 백승호는 잉글랜드 외에도 독일, 프랑스의 관심을 받아왔다. 가능한 유럽 5대리그 1부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가장 호의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버밍엄 시티와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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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는 이미 버밍엄 시티 훈련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전북 팬들에게 작별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개인 SNS에 "3년 전 전북과 계약하던 날이 가장 생각난다. 차 안에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할 때 계속 눈물이 났다. 내 감사함을 표현할 수 없었기에 이 구단, 팬분들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내 모든 걸 쏟아부을 거란 결심을 했다. 그리고 매 훈련,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3년 동안 한 번의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했지만 더 만은 걸 이루지 못해 아쉬운 건 나보다 팬분들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전북은 대단한 구단이다. 전북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은 지금까지 내 축구 인생 중 가장 행복했고 보람찼다"면서 "이 글이 ‘잘 있어요’가 아닌 ‘우리 또 만나요’였으면 좋겠다. 멀리서도 항상 전북 현대를 마음속에 품고 응원하고 있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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