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나자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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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한 선수를 모두 이길 수 있다고 보나요?”
말레이시아와의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이 끝나고 난 뒤 우연히 만난 말레이시아 기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대기록을 쓴 손흥민(토트넘)에 관한 관심은 대단하다. 어느 나라 취재진을 만나도 꼭 손흥민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이 말레이시아 기자도 “손흥민이 어느 정도 레벨의 선수라고 보느냐”며 한국 내 평가를 궁금해했다. 이에 “월드클래스 선수라고 생각하고, 마무리 능력에서는 세계 어느 선수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답하자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최고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대표팀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주요리그에서도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이 우승을 노릴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선수들이 팀을 이룬 대표팀의 경기력은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게 저조하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말레이시아전에서 극에 달했다. 대표팀이 공격할 때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말레이시아 기자는 “왜 연습경기처럼 하느냐. 16강에서 일본을 피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대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질타였는데, 한국 기자들로서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전략적인 힘 아끼기가 아니라 그저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한국은 어느새 해 볼 만한 상대로 추락했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이 16강에서 일본을 피해서 다행이지 않느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이라크에 덜미를 잡히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전방압박과 유려한 쇼트패스 게임 등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은 여전하다.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쳤지만, 여전히 우승 확률 1위에 올라 있는 이유다. 어떤 축구를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클린스만호와 대비된다.
말레이시아 기자의 질문은 팀 스포츠라는 축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고 싶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참가한 모든 공격수 중 최고다. 하지만 그가 속한 대표팀은 최고가 아니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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