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3년 만에 PGA 투어 ‘아마의 반란’…스무 살 대학생 닉 던랩이 해냈다

닉 던랩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라킨타 | AP연합뉴스

대회 2주 전 스폰서 초청 출전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정상 등극
1991년 필 미컬슨 이후 새 역사

리디아 고 LPGA 개막전 우승
명예의전당 포인트 1승만 남겨

“믿을 수 없다. 만약 누군가 대회 전날 ‘5일 후에 네가 우승할 거야’라고 말했다면 그 사람을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앨라배마대 2학년 닉 던랩(20·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3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 역사를 쓰고 감격에 젖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해 2020 도쿄 올림픽 우승자 잰더 쇼플리, 메이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등 강자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약관의 청년이 일으킨 ‘아마추어 반란’에 세계 골프계가 흥분했다.

던랩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4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치고 합계 29언더파 259타를 기록,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하우트(28언더파 260타·남아공)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7번홀(파4) 더블 보기 이후 접전을 펼쳤지만 17번홀에서 단독선두에 오른 뒤 18번홀 보기 위기에서 1.8m짜리 우승 퍼트를 넣고 포효했다.

2주 전 스폰서 초청을 받아 출전한 던랩은 1991년 노던 텔레콤 오픈(1월)을 제패한 필 미컬슨(미국) 이후 33년 만에 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을 재현했다. 191㎝의 장신에 장타와 쇼트게임, 퍼트, 운영 능력까지 두루 갖춘 던랩은 2021년 US 주니어 아마추어 선수권과 2023년 US 아마추어 선수권을 제패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 대기록을 썼고, PGA 투어에서 1950년대 이후 5번째 아마추어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던랩은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상금 151만2000달러(약 20억원)를 2위에게 양보했지만 2026년까지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를 획득했다. 우승 직후 눈물을 글썽거린 던랩은 인터뷰에서 “프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주위와 상의해야 한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리디아 고(가운데)가 22일 열린 LPGA 투어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경쟁을 펼친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올랜도 | AP연합뉴스

한편 2024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에서는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통산 20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리디아 고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알렉사 파노(12언더파 276타·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트로피를 들었다. 2022년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11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챔피언 클럽에 복귀하며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3억원)를 챙겼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인 15세에 2012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미국 여자골프에서 29번째로 통산 20승을 채웠고,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27점)까지 1승을 남겼다. 리디아 고는 “시즌 3승을 거둔 2022년 직후 2023 시즌 부진은 큰 물음표다. 골프는 그런 게임인 만큼 자만하지 않고 다음주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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