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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스프] 최고의 콘택트 히터이자 최고의 장타자라는 '형용모순'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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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은 얼마나 대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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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들이 이정후를 소개하는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Bat to Ball Skill'이다. 말 그대로 날아오는 공에 방망이를 갖다 대는 능력, 즉 '콘택트 능력'을 말한다. 또한 헛스윙을 피하는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통산 타율 1위에 오른 이정후가 이 능력이 뛰어날 거라는 건 누구나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나다'는 단어는 이정후의 '공 맞추기 능력'을 표현하는 데 부족한 감이 있다.

배트로 공을 잘 맞추는 타자는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이정후도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 프로 생활 7년 동안 3947타석에 들어섰던 이정후가 당한 삼진은 고작 304개. 전체 타석의 7.7%에서만 삼진을 당한 것이다. 현역 선수들 중에서는 당연히 '최소 삼진 비율' 1위, 프로야구 전체 역사를 살펴도 6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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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 표에는 함정이 있다. 이정후보다 위에 있는 5명이, 이정후보다 '삼진을 더 잘 피하는 타자'라고 결론을 내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활약한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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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사를 관통하는 '장기 흐름' 중 하나는 삼진의 증가다. 프로 첫 해인 1982년에는 전체 타석의 10.4%만 삼진으로 마무리됐다. 80년대 내내 10% 내외였던 삼진 비율은 90년대 이후 꾸준하게 늘어났다. 1996년에 15%, 2002년에 17%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18.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지금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40년 전보다 삼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두 배쯤 높아진 것이다. 이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1982년에 13.2%였던 메이저리그의 삼진 비율은 올해 22.7%가 됐다. 1982년 12.4%였던 일본 프로야구의 삼진 비율은 올해 19.3%로 올라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장타를 노리는 타자가 늘었다. 단타만 치는 3할 타자보다, 홈런 40개를 치는 2할 5푼 타자가 더 많은 공격 기여를 한다는 게 밝혀졌고, 홈런 타자의 몸값이 높아졌다. 많은 타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웠고, 장타를 만드는 '풀 스윙'을 장착했다. 장타를 노리는 타자들은 일반적으로 헛스윙과 삼진을 세금으로 낸다.

2. 투수들의 구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40년 전의 투수들은 지금보다 공도 느렸고, 구종도 단순했다. 커터와 체인지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고,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도 드물었다. 극소수의 에이스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때려낼 수 있는 투수'들이었다. 투수들 입장에서도 '맞춰 잡는 피칭'이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지금보다 파워가 부족한 타자들의 타구 속도는 지금보다 한참 느렸다. 방망이에 맞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거나 장타가 될 확률이 지금보다 많이 낮았다. 즉 맞춰줘도 위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위의 <표1>에 나온, '이정후보다 삼진을 덜 당한' 타자들은 모두 1980년대에 활약한 타자들이다. 당시에는 이들의 '삼진 피하기' 능력이 대단히 특이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가 삼진을 안 당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가령 통산 삼진 비율 5.9%로 역대 최저치인 김일권은 1988년, 2.3%라는 '한 시즌 최소 삼진 비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2.3%는, 1988년 리그 평균 삼진 비율 9.9%보다 고작 7.6% 낮은 수치였다.

이정후의 시대는, 그때와는 다르다. 지난해 리그 전체 삼진 비율은 18.7%, 1988년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런데 이정후의 지난해 삼진 비율은 고작 5.1%. 1991년 백인호 이후 31년 만의 최소치였고, 리그 평균보다 무려 13.6%가 적었다. 삼진 비율이 리그 평균보다 13%나 낮았던 타자는? 프로야구 역사상 없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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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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