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두 달 만에 20달러 하락해 부정적 래깅 효과 우려
장기 안정세 유지하면 원가 부담 완화…전방 산업 회복 관건
LG화학 여수 공장(LG화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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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국제유가 하락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석유화학사업 특성상 원가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급락에 가까운 현상은 역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불러오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7일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75달러다. 지난 9월 96달러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만에 20달러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이유로 단기 급등을 끝으로 하락세에 진입했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렸다.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나프타 톤당 시세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지난 9월 718달러에서 지난달 말 기준 642달러로 조정됐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싸게 미리 사둔 나프타를 유가 하락 시기에 투입하는 시차 발생이 수익성을 깎아내린다. 국내 석화업계가 3분기에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래깅 효과의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경기 호황 시기라면 원가를 판가에 반영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시황이 부진한 상황에선 판가 인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석화기업이 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흑자를 이끈 래깅 효과가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사는 실적발표 등을 통해 여전히 수요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은 유가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에틸렌 가격은 두 달 동안 톤당 8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다.
전방산업이 반등한다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 중국 수요는 바닥을 찍고 회복 기미를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의 누적 에틸렌 수요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6% 늘었다. 프로필렌 역시 10.1% 증가했다.
일단 내년 공급 압박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 물량은 960만톤이다. 2024년 추정치는 340만톤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증산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유가 저점은 70달러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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