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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수)

차명석 단장이 구광모 구단주에게 제출한 'LG 우승 5개년 계획', 현실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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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로야구 LG 트윈스를 정상으로 이끈 차명석 단장.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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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요? 5년 동안 휴가를 하루도 못 갔어요. 단장이 쉴 시간이 있나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차명석(54) LG 단장은 우승의 기쁨보다는 숙제를 하느라 피곤해 보였다.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2차 드래프트, 우승 포상, 선수단 정리, FA 협상 등 산더미 같은 과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차 단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선수 시절인 1994년 이후 LG를 29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차 단장은 2001년까지 LG에서 투수로 뛰었다. 중간 계투로 최초 ‘억대 연봉’을 달성했지만, 2년 뒤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변신했다가 2004년부터 LG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잠시 KT 위즈에서 육성총괄을 맡았으나 2019년에 단장으로 LG에 돌아왔다.

때마침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임 구단주에 취임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야구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 단장은 "직접 보고를 하러 가는데, 야구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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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LG 트윈스 우승 축하행사에서 축하주를 함께 따르는 차명석 LG 단장과 구광모 구단주.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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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구단주는 차명석 단장과 첫 만남에서 질문을 하나 던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차이가 뭡니까?" 휴스턴은 2017년, 보스턴은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었다. 차명석 단장은 "'휴스턴은 100패까지 당하면서 유망주를 모으는 탱킹을 했고, 보스턴은 시기적절한 영입을 했다'고 답했다. 그룹을 이끄는 분이라 시야가 넓고, 미래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차 단장은 "구단주가 '왜 모든 감독이나 단장은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하느냐'고 물으시더라. '임기가 3년이라 그렇습니다'고 답했더니 '그럼 몇 년이 필요하냐'고 하길래 '전력이 갖춰지지 않은 팀은 5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2019년)는 가을야구에 가고, 5년 뒤에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5개년 계획'을 수립한 LG는 그대로 움직였다. 2018년엔 외야수 김현수를 잡았지만, 이후 3년 동안은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박해민, 2023년 박동원, 허도환을 데려왔다. 거짓말처럼 LG는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차 단장은 "매년 가을 야구를 했고, 5년간 전체 승률 1위다.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을 할 거라 생각했다. 데이터 분석팀에서 뽑은 자료로 LG와 KT가 84승, SSG 랜더스가 80승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차명석 단장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코치 육성이다. 이번 겨울에 가장 고민중인 것도 코치 인선이었다. 차 단장은 "우승하고 나니 외부 유출이 많다. 사실 코치 덕분에 선수가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망가지는 경우는 많다. 드래프트에서 아무리 좋은 선수를 뽑아도 가르치는 건 코치"라고 했다. 이어 "예전 코치들은 자신의 경험으로만 가르쳤다.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속된 말로 '찍히는 선수'도 생겼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명석 단장은 메타인지 학습법을 참고했다.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게' 된다. 단장 부임 이후 한 달에 한 번 설명회를 열었다. 코치들이 선수들에 어떻게 가르쳤고, 뭐가 잘되고 안 됐는지를 설명하는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개선책도 질문한다. 사장, 단장부터 30여명이 보는 앞에서 설명해야 하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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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를 정상으로 이끈 차명석 단장.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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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LG 코치들은 노력했다. 영상 장비 및 편집 프로그램 등을 배워 직접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코치들도 있었다. 차명석 단장은 "단순히 코치가 된 걸로 만족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만의 코칭,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선수 때 배운 걸 그대로 써먹으면 무슨 코치냐"고 했다. 이어 "내가 코치들에겐 엄하게 질문한다. 어떤 코치가 '단장님 질문이 너무 어렵다. 그날만 다가오면 심장이 떨린다'고 했는데, 그걸 하셔야 '성공한다'고 했다. 다들 단장 욕을 얼마나 했을까 싶다"고 했다.

신임 코치 선임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했다. 올해 은퇴한 내야수 정주현을 비롯해 김용의, 최승준 등을 선임했다. 수퍼스타 출신은 아니지만, 소통 능력을 눈여겨봤다. 차 단장은 "선수 시절 선수들과 관계가 좋았던 사람들을 뽑았다. 기존 코치들도 생각했지만, 구단 매뉴얼이 있으니까 공부하는 지도자들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 소감으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달리겠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2011~14년) 이후 2연패를 한 팀도 없다. MLB도 21세기엔 2연패 팀이 없다. 차명석 단장은 "첫 번째 우승은 팀 전력이고, 두 번째 우승은 철학이다. 두 번째 시즌은 선수도 나태해지고, 누수현상도 나올 수 밖에 없다. 감독, 구단의 철학이 없으면 못 막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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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를 정상으로 이끈 차명석 단장.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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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단장은 '겨울은 단장의 시간'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LG는 이번 겨울 자유계약선수(FA) 3명과 협상중이다. 국내 최다승인 14승을 거둔 임찬규, 메이저리그 신분조회를 받은 구원투수 함덕주, 멀티 내야수 김민성이 FA를 신청했다. 포스팅을 통해 MLB에 도전중인 고우석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2연패 도전에 나서는 LG로선 모두 필요한 선수다.

차 단장은 "임찬규는 본인이 남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설득을 안 해도 남을 거라 보지만 액수의 문제"라며 "고우석은 본인이 헐값은 안 가겠다고 하니까 조건이 맞는다면 보내줘야 한다. 나머지 두 선수는 잡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모두 남는다면 LG는 샐러리캡(연봉 총합 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첫 해에는 초과액의 50%가 제재금으로 내려지고, 두 번째 해에는 제재금 100%와 1라운드 지명권 9순위 하락 벌칙이 부과된다.

LG는 왕조 건설을 위해 샐러리캡 초과도 감수할 전망이다. 차명석 단장은 "성적이 나면 선수들의 연봉이 오른다. 구단주께서도 샐러리캡에 대해 '구단의 투자를 제한하는데, 이게 맞는 거냐'고 물었다"며 "10원이 넘으나, 1억이 넘으나 똑같다. 한 번 넘기면 다음 해에 또 넘길 수밖에 없다"며 전력 누수를 줄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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