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김연경과 함께 우승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 라운지] 흥국생명 이끄는 아본단자 감독

조선일보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 흥국생명 연습 체육관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자신의 ‘상징’ 중 하나인 전술 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매해는 감독에겐 우승을 위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라며 “항상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프로배구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 부임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배구계는 술렁였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 리그를 평정한 명장이 한국 땅을 밟는다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섞였다. 여자배구계에선 여제로 꼽히는 김연경(35·흥국생명)과 튀르키예에서 호흡을 맞춘 지도자이기도 했다. 다만 부임 시점이 전임 권순찬 감독이 마땅한 명분 없이 경질된 이후라 어수선한 가운데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럼에도 그는 흥국생명을 리그 1위로 이끌고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한국도로공사에 1·2차전을 잡고도 3·4·5차전을 모두 내주는 ‘역스위프(reverse sweep)’ 수모를 겪었다. “한국 시스템이 아직 낯설었다. 선수들의 체력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실감했다”며 “이번엔 긴 시즌을 잘 소화할 수 있게끔 선수들 체력 안배에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부상 선수들 때문에 다양한 로테이션을 운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7연승과 더불어 리그 1위(승점 28·10승1패)에 올라 있다. 1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8연승에 도전한다.

최근 흥국생명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과 함께 (우승)하기 위해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다. 과거 우승들은 이제 내겐 지나간 역사일 뿐”이라며 “튀르키예에서 6개 우승 타이틀을 합작하는 등 좋은 기억이 있고, (팀에서) 헤어진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과 교류를 했다. 부임 전부터 김연경과 사전 연락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에 대해선 “여전히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선수”라고 치켜세우며 “다음 시즌에도 뛸진 모르겠지만, 김연경은 한국 배구계 ‘보물’이다. 의리도 있다.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한국 배구를 위해 기여하리라 믿는다. 나는 최고 선수는 최고의 지도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본단자 체제에서 흥국생명 연습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일 컨디션, 부상 여파 등에 따라 실력별로 차등을 두고 2~3그룹으로 나눠 연습을 진행합니다. 처음 왔을 때 코트 밖에서 그냥 서성이거나 팔짱 낀 선수들이 보이더라고요. 이런 모습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나이·경력에 상관없이 선수들은 경기뿐만 아니라 훈련 때도 100%를 쏟아야 합니다.”

그는 경기 중 큰 몸짓과 손에 있는 ‘전술 보드’를 써가며 열정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서 “코트 안에서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선수들 경기력을 비난하는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지시를 내리긴 해도 선수들을 폄하하거나 손가락질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배구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있다. 가족도 전부 한국에서 생활 중이다. 그는 “한국 V리그는 팬 주목도와 미디어 관심도 등에 있어서는 최고”라면서도 “선수들 기술이나 리그 규모는 개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튀르키예는 톱 리그 외에 2부·3부 리그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선수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선수 자원이 선순환되지만 한국엔 프로 1부(V리그) 외엔 마땅한 ‘2부 리그’가 없어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 최근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와 아시아에서도 고전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아본단자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4-2025시즌까지. “프로의 세계는 냉정해 제가 더 이상 이기지 못하면 ‘계약 기간’은 무의미하죠. 우승에 대한 열정이 있을 때까진 감독 생활을 할 겁니다. 한국에 온 이후 왠지 모르게 우승 열망이 100%를 넘어가고 있습니다(웃음).”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폴란드 헤믹 폴리체,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클럽팀을 이끌었다. 각 리그에서 수차례 정상을 맛봤다.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하는 등 명성이 높다. 김연경과는 페네르바체에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김연경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아본단자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리그 우승과 컵대회 및 유럽배구연맹컵 우승을 합작하는 ‘황금기’를 보냈다. 튀르키예 리그는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일보

[용인=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