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UEFA 챔피언스 리그

낚시꾼 스윙 50세 최호성 “PGA 챔스투어 티켓 낚아 올게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8일부터 美서 열리는 Q스쿨에 도전

조선일보

28일부터 미 PGA 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하는 최호성이 특유의 낚시꾼 스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민학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세리 키즈’입니다. 박세리 선수가 미국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1998년 골프를 시작했으니까요. 박세리 선수 맨발 투혼을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겁니다.”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하신토 소보바 스프링스 골프코스에 있는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푼 최호성(50)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처럼 마음이 설렌다며 말문을 열었다.

클럽을 낚아채 듯 들어 올리고 몸을 뱅뱅 돌리는 독특한 ‘낚시꾼 스윙(fisherman swing)’으로 유명한 그는 28일부터 나흘간 소보바 스프링스 골프 코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에 나선다. 예선을 통과하면 다음 주에 열리는 최종 예선에 나서고 최종 5등 안에 들어야 다음 시즌 PGA 챔피언스 투어 풀 시드를 받게 되는 ‘좁은 문’이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뛰는 PGA 챔피언스 투어는 ‘큰 형님’ 베른하르트 랑거(66)를 비롯해 비제이 싱(60), 짐 퓨릭(53), 스티브 스트리커(56) 등 왕년 스타들이 뛰고 있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트리커는 올해 398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최경주(53)가 2021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우승하고 양용은(52)이 지난해 가세해 국내 팬에게도 친숙하다. 최호성은 지난 9월 23일 50세가 됐다.

최호성 ‘낚시꾼 스윙’은 미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9년 PGA투어 대회인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와 존 디어 클래식, 배러쿠다 챔피언십 등 3개 대회에 초청을 받아 뛰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최호성을 알아본 팬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거나 스윙 동작을 흉내 냈을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PGA투어 출전권이 없던 그가 미국 무대 경험을 하게 된 것도 2018년 한국오픈에서 낚시꾼 스윙을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본 미국 팬들이 온라인 청원 전문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최호성을 초청하라”는 청원을 올린 게 계기였다. PGA투어 15승을 올린 저스틴 토머스(30·미국)를 비롯해 많은 PGA 스타들이 앞다퉈 최호성의 스윙을 흉내 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는 “놀라운 스윙이다. 하지만 보는 내 허리가 다 아프다”라는 농담 섞인 평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최호성을 초청했던 스티브 존 몬터레이 페닌슐라 재단 CEO는 “독특한 ‘낚시꾼 스윙’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최호성은 골프의 본질이 결국 즐거움이란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많은 팬이 그를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4년 전 페블비치 프로암대회에서 같은 조로 함께 경기했던 미국 골프 스타 제리 켈리(57·미국)는 내년 봄에 열리는 챔피언스 투어 대회에 최호성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최경주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최경주는 “미국에서 함께 뛰자”며 격려했다.

최호성이 전날 집을 떠날 때 두 아들이 “우리 아빠의 멋진 도전을 응원한다”며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때부터 캐디백을 메기 시작한 아내 황진아씨가 남편과 동행했다. 아내 이전에는 장인이 캐디를 맡았다.

그는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골퍼다. 나이 들수록 매력을 더한다. 골프장 직원으로 20대에 처음 골프와 인연을 맺어 한국 투어 2승, 일본 투어 3승을 거뒀다. 우승 경력 덕분에 한국과 일본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박세리 이야기 역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안양 컨트리클럽 직원으로 현관에서 손님 골프가방 옮기기, 그늘집 비품 채우기, 라커룸 청소를 하다 스물다섯 나이에 처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2년 만에 프로 골퍼 자격증을 땄다. 당시 라운드 온 박세리 가방을 옮겨준 적도 있다고 한다. 최호성은 “고향인 포항에서 수산고를 나와서 참치 해체 일을 하다 오른손 엄지 마디를 잃고 나서는 쇼핑센터, 마트 배달, 광산, 자판기에서 동전 거둬들이고 음료수 채워 넣는 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며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던 저에게 평생 직업을 마련해준 골프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최호성은 “이번 퀄리파잉 스쿨이 바닷가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갖고 경기하겠다”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