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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내야 유망주인 정해원(19)은 1년 동안 그런 루틴 속에서 살았다. 모든 루틴이 오후 1시 경기에 맞춰져 있었다. 아쉽게도 1군에 올라갈 기회가 없었기에 그랬다. 하지만 정해원은 1군에 못 갔다고 해서 그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2군에서 풀타임을 뛰어본 것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그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깨달은 1년이었다. 어쩌면 그 자체로도 동기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3년 KIA의 3라운드(전체 22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정해원은 올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93경기에 뛰었다. 타석 수가 300타석을 훌쩍 넘어선다. 2군이기는 하지만 신인치고는 아주 많은 경기에 나간 셈이다. 신인들이 2군 경쟁에서도 밀리거나 혹은 부상 탓에 재활군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해원은 한 시즌을 모두 뛰는 값진 경험을 했다. 정해원은 “1군에 가지 못했지만 2군에서 풀타임을 뛴 게 나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1년을 돌아봤다.
오르막도 있었고, 내리막도 있었다. 전반기에는 홈런도 곧잘 치는 등 타격에서 재능을 보여줬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기록한 7개의 홈런 중 거의 대부분이 전반기에 나왔다. 정해원 스스로도 “전반기 때는 내 기대 이상으로 잘 됐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힘든 시기도 있었다. 몸에 힘이 빠지고 야구가 잘 안 될 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몸으로 느꼈다. 정해원이 주목받는 건 그 안 됐을 때의 진단을 명확하게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해원은 “경기가 많았고 타석에도 이렇게 많이 나갈 수 있게 해주셨다”고 코칭스태프에 감사함을 드러낸 뒤 “확실하게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차이점을 알게 된 것 같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까 이제는 나갈 때 조금 편해졌다. 수비 훈련을 할 때도 내 것이 조금 생긴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후반기 안 좋을 때 이 흐름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 어차피 한 시즌을 쭉 하다 보면 안 좋을 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안 좋은 시기를 최대한 빨리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돼서 좋았다”고 성과를 뽑았다.
후반기 성적 저하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게 말하는 정해원이다. 이 어린 선수가 반성과 고민을 많이 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해원은 “체력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겠지만 메커니즘 쪽으로 전반기에 좋았던 느낌에 너무 과하게 신경을 썼다”면서 “그러니까 그것에만 빠져 있고, 다른 부분이 안 좋아질 때 그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많이 안 뛰었다면 그것도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쭉 잘 된 것보다는 그런 안 좋은 기간이 있었던 게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의욕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럴까.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정해원의 말투는 제법 차분했다. 프로 입단 후 첫 해외 캠프임에도 불구하고 흥분보다는 냉정했다. 정해원은 “작년에 처음 마무리캠프를 할 때 가르쳐주시면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잘하려고, 보여주려고 하다가 다쳤다”고 떠올리면서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좋았던 것은 좋은 대로 정립하고 안 좋았던 것들도 느끼면서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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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은 내려놓은 정해원과 달리,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1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김종국 KIA 감독은 정해원을 기대주로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올해 스무 살인데 몸이 가지고 있는 힘이 많이 붙기는 붙었다”고 지난해와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지금 타격 쪽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타도 있는데 스윙 메커니즘도 안정적이다”고 타율도 더 높아질 것이라 기대를 걸었다. 3루에서 훈련을 시키며 가능성을 타진하고 꾸준히 관심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이범호 KIA 타격코치 또한 “작년 마무리캠프와 올해 마무리캠프를 하면서 느끼는 게 치는 체력이 있다. 이런 선수들은 계속 시키면 가능성이 폭발하는 시점이 분명 온다고 생각한다”면서 “큰 부상 없이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몇몇 부분에서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을 것이다. 정해원은 스윙의 결이나 치는 느낌이 있다. 스카우트 팀에서도 뭔가 있기 때문에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했을 것이다. 내가 봤을 때도 타격에서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욕심이 없지는 않다. 자신이 노력한 것을 1군에서 실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수비 활용성에 대한 속내를 살짝 비추는 것도 그와 연관이 있다.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외야도 겸업할 수 있다고 했다. 정해원은 “주 포지션을 확실히 해두면 좋지만, 중간중간에 외야 연습을 해두면 나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KIA 3루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1년 선배 김도영이 있다. 정해원은 이 선배를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다. 정해원도 김도영에 대해 “멋있고 어떻게 보면 부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뒤만 바라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 정해원은 “먼 미래를 봤을 때 내가 여기나 2군에 있는 시간들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훗날을 기약했다. 스스로 아침잠이 많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정해원이 오후 1시가 아닌, 오후 6시 30분을 준비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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