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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2023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도입이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리그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지향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재정 전전화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 리그 사례를 많이 검토했다.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리그 역시 각 구단의 재정적인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자금이 가장 많이 넘쳐나는 프리미어리그(PL) 상황은 다르지 않다. PL은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실시하는 재정 제도 외에도 2013년부터 리그 자체적인 재정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규제 내용은 많이 간단하다. 3년 동안 누적 적자가 1억 500만 파운드(약 1687억 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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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리그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연맹은 리그와 구단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에 최대한으로 초점을 맞췄다. 구단의 수익 구조 문제부터 시작해 과다 지출되고 있는 선수단 비용 문제, 재무 건정성 확보까지 여러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연맹의 궁극적인 지향점과 방향성이 비슷했던 리그는 스페인 라리가였다. 라리가는 '이코노믹 콘트롤'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리그와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코노믹 콘트롤' 속에서는 연맹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 또한 같이 해결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 도입 배경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와 '이코노믹 콘트롤'의 연관성을 말하기 전에, '이코노믹 콘트롤'이란 제도가 라리가에서 어떤 시기에 도입됐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비에르 테바스가 라리가 회장으로 부임했던 2013년, 라리가 구단들의 재정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많은 중소형 구단들이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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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스 회장은 '이코노믹 콘트롤' 제도를 통해 라리가 구단의 재정 상황을 정상화하려고 시도했다. 이 제도가 가져온 효과는 매우 극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파산 위기에 봉착해 있던 구단들이 이제는 큰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다. 2014-15시즌부터 2019-20시즌까지 라리가와 라리가 하이퍼모션(2부리그) 구단 총재산이 무려 250%나 증가했다.
어떻게 갚아야 할까 고민하던 공공기관에 대한 부채도 2013년 기준 6억 5000만 유로(약 9147억 원)에서 2021년 기준 2300만 유로(약 323억 원)로 급감했다. 선수 연봉 미지급 문제 역시 2013년만 해도 미지급 금액이 8900만 유로(약 1252억 원)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150만 유로(약 21억 원)로 감소하면서 사실상 문제 자체를 없애버렸다.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이 가장 빛을 발했던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했을 때였다. 당시 유럽도 시즌이 중단됐던 2019-20시즌에 라리가는 유럽 5대 리그 중 유일하게 순이익을 기록했다. 해당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리그) 구단들의 적자는 무려 10억 유로(약 1조 4073억 원)에 달했고, 유럽 전역은 적자로 몸살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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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위기를 라리가는 '이코노믹 콘트롤'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극복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과도한 선수단 비용 지출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면서 동시에 재정적 위기를 미리 막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코노믹 콘트롤'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연맹이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을 벤치마킹한 이유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 제도가 이렇게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실시하는 재정 건전성 규칙(Rinancial Sustainability Regulations)과는 다르게 사전통제형 제도였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선 규칙(FRS)은 흔히 알고 있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의 새로운 이름이다.
라리가에서도 '이코노믹 콘트롤'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두고 "클럽은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을 미리 알고 있으므로, 한도 내에서 재정을 유지하기가 더 쉽다. 이로써 지속 불가능한 부채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라리가가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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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연맹도 사후제재 성격의 제도를 고려했다. 하지만 사후제제식 제도는 연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과 공존할 수 없었다. 만약 과도한 지출로 인해서 벌금을 지불해야 하는 A구단이 이미 파산 근처의 상황이라면? 재정이 더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적자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연맹 관계자는 "사후제제의 제도는 이미 죽은 사람에게 CPR하는 것과 같다. 이미 적자나 파산 위기에 처한 구단에게 제재하는 건 의미가 없다. 실시간으로, 사전에 통제하는 게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이었다. 이러한 사전통제형 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다"라며 K리그가 사전통제형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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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통제형 시스템과 함께 벤치마킹한 또 다른 포인트는 선수단 비용이다. '이코노믹 콘트롤'에서 제일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가 바로 선수단 비용 제한(Squad Cost Limit)다. 라리가에서 지정한 선수단 비용 안에는 로스터에 등록한 선수 전원을 비롯해 감독과 코칭스태프과 관련된 모든 지출액이 포함된다. 심지어는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서도 보상금을 받거나 연봉을 보조받는 선수가 있다면 그 비용도 포함해야 한다.
SCL이 정해졌기 때문에 라리가 구단들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선수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라리가는 실시간으로 각 구단의 SCL이 통제되기 때문에 초과 지출을 하려고 해도 쉽사리 할 수 없다. 사전통제형 제도의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역시 선수 비용을 제한한다. K리그 구단은 수익 대비 선수 비용을 7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선수단 비용 계산에서 '이코노믹 콘트롤'과의 사소한 차이가 있다면 온전히 선수와 관련된 비용만 포함한다는 점이다.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관련된 비용은 전체 비용에서만 계산될 뿐, 선수 비용과는 별개의 항목으로 분류됐다.
#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와 '이코노믹 콘트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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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이코노믹 콘트롤'의 주요 특징을 벤치마킹한 건 맞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차이가 많다. 라리가는 연맹 차원에서 매 시즌마다 A구단이 선수단 비용으로 얼마를 지출할 수 있을지를 지정해 발표한다. 또한 선수단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수익과 부채 같은 재정적 요소들이 고려된다.
K리그는 라리가처럼 강력하게 통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수익 대비 70%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 70% 이상 투자하고 싶은 구단들도 있을 것이다. 이때 K리그 구단들은 이익잉여금이 있으면 된다. 이익잉여금이란 간단하게 말해 구단이 지금까지 축적해온 순이익의 총합이다. 물론 이익잉여금도 투자할 때는 총 비용의 70%만 선수 비용에 투자가 가능하다. 라리가는 구단이 이익잉여금이 있다고 해도 K리그보다 더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
징계에 대한 내용도 다르다. 이제 걸음마를 뗀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아직까지 징계에 대한 내용이 다소 불분명하다. 비교적 구단들이 협조적으로 제도를 지켜주면서 아직 징계를 고려해야 할 구단은 없지만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징계 규정도 명확하게 정해질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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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구단은 다른 징계사유들과 마찬가지로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는 의미는 상벌위원회에서 내릴 수 있는 모든 징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연맹 관계자는 "아직 재무위원회, 상벌위원회와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정이 어려운 구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단 비용을 한정해버리는 제재가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다. 정말로 심각한 경우에는 승점 삭감 등의 징계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 다른 차이는 인원과 권한의 차원이다. 라리가는 '이코노믹 콘트롤'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무려 10명이다. 1부리그와 2부리그의 42개 팀을 10명이 나눠서 관리한다. 1명당 4.2개 구단을 관리하면 된다. 업무적으로 여유가 있기에 각 지원들은 자신이 맡은 구단의 재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K리그는 25개 구단을 2명이서 관리해야 한다. 2명의 인원으로 구단의 재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진정한 사전통제형 성격의 제도를 갖추기 위해선 추가 인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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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맹이 가진 권한도 다르다. 라리가 직원들은 구단 재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컨설팅도 해주면서 구단 재정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잡아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리그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각 구단의 재무 상황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업무 환경상 지금 당장은 연맹에서 각 구단의 재무 상태에 대해서 관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각 구단의 재무 상태가 더 좋아지기 위해선 중앙에서의 통제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5월 라리가에서 '이코노믹 콘트롤'를 담당하는 직원이 방한해 연맹과 소통했을 때도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안에서의 연맹의 권한 확대를 개선점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차후에 재무위원회와의 소통을 통해 구단 재무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손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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