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름 영화성수기 사상 최대기록 속출…애국소비 바람에 할리우드작은 맥 못춰
중국 배우 판빙빙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녹야'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3.10.05 /사진=김창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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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영화시장을 다투고 있는 중국이 급격하게 '탈 할리우드' 하고 있다. 미중관계가 얼어붙고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애국주의가 영화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중국 영화자금국에 따르면 중국 박스오피스엔 10월 중순부터 올 연말까지 총 52편의 신작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중 할리우드 영화는 11월 10일 개봉하는 '캡틴마블2' 단 한 편뿐이다.
이달 20일 전세계에서 개봉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기대 신작 '킬러즈 오프 더 플라워 문' 역시 중국 개봉이 확정됐었다. 그러나 배급사 사정이라는 석연 찮은 설명과 함께 중국 본토 개봉이 전면 취소됐다.
중국 영화 역사상 최대 성수기로 기록된 지난 여름 박스오피스는 중국의 탈할리우드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화자금국은 지난 6~8월 중국 내 영화티켓판매액이 206억1100만위안(약 3.8조원), 관객수가 5억400만명으로 둘 다 같은 기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집계했다. 코로나로 억눌려 있던 중국 영화관람 수요가 대폭발한 거다.
이 기간 중국 서스펜스 영화 '사라짐(The Disappearance)'과 역시 중국 영화인 '옥타곤', '장안 3만마일' 등이 박스오피스 상단을 지킨 가운데 흥행 10위권을 대부분 중국 영화들이 채웠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본편에 이어 속편까지 중국과 미국이 공동 제작한 '메그(메가로돈)2'가 7위를, 흥행 보증수표였던 '트랜스포머'의 새 시리즈가 8위를 차지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이후 흐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전통적 영화 비수기가 시작된 41주차(10월 9~15일) 흥행수입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66.8% 줄었는데 할리우드 영화 관객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 경찰영화 '바위처럼 단단해'와 로맨틱코미디 '엑스4:젊은결혼'이 1~2위를 달리는 가운데 10위 내에 할리우드작은 8월 말 개봉한 '오펜하이머'(8위)뿐이었다.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 내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중국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관람객들의 관람 패턴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또 할리우드에서 진행 중인 배우 파업 등으로 인한 콘텐츠 제작 차질도 이유로 꼽았다. SF영화 듄2가 개봉 연기된 게 대표적 사례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중국 영화 소실적타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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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탈할리우드는 영화계에도 일대 사건이다. 중국은 사실상 세계 최대 영화시장이다. 당장 올해 역대 최대였던 2017년 수준을 회복하고 내년부턴 시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내 중국 점유율은 2018년 13.4%, 2019년 9.7%였는데 올해 이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PwC는 전체 영화관련 시장 점유율도 2027년 중국이 27%를 차지, 미국(23%)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영화 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관객은 물론 여성관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도시의 영화관람률이 높아지는 점도 영화시장 성장을 점치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런 중국 영화시장 성장의 과실을 이전엔 할리우드가 함께 누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그간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중국 연간 티켓판매 상위 3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10위권 턱걸이도 어렵다.
중국 내에선 연이은 할리우드 영화 참패의 배경에 미중관계 악화로 인해 달라진 중국인들의 인식이 있다고 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조되는 반미감정과 애국소비 바람이 할리우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이 흐름 속에서 아예 개봉작 자체가 줄어든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중국 시장의 움직임은 결국 할리우드 자본이 중국의 정치체제에 대해 우호적 메시지를 영화에 반영하지 않는 한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으름장이다. 한 북미 OTT기업 중국법인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요즘 중국 관람객들은 영화의 시사성과 맥락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듯 하다"며 "이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할리우드의 사고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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