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등 편법 상영으로 약 1천만 달러 매출 올리기도
모스크바 시내의 한 영화관에 놓인 '바비' 광고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영화사들이 러시아에 대한 영화 수출을 막고 있지만 모스크바 등 현지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버젓이 상영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모스크바에 위치한 14개 극장의 웹사이트에서 할리우드 인기 영화 '바비'의 티켓을 400~500루블(4~5달러·약 5천∼6천원)에 판매 중이다.
'바비'의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자신들의 영화를 수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극장은 지난해 개봉한 '더 배트맨', '메이의 새빨간 비밀' 등 할리우드 영화의 불법 복제 영상을 공개적으로 상영해왔다.
'바비' 등 올해 개봉한 영화의 경우에는 다른 단편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상영작으로 내걸고 영화관에서는 예고편이나 광고가 나오는 시간에 할리우드 영화 본편을 전부 보여주는 편법도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6분짜리 단편 영화 '스리 굿 디즈'(Three Good Deeds)는 올해 1월 개봉 이후 9억9천만 루블(1천만 달러·약 134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으나 이는 사실 영화 시작 전 '아바타:물의 길', '바비', '오펜하이머' 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현지 매체 RBC 등은 전했다.
이 같은 편법 상영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세계가 가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의 타격을 줄이기 위한 러시아의 고육지책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 영화 시장에서 미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이후 미국 영화 수입이 막히자 2022년 러시아 극장 수익은 2021년에 비해 44% 가량 급감했다고 러시아 극장주 협회는 밝혔다.
이에 극장주 협회는 러시아 정부에 '바비'와 '오펜하이머' 등 미국 영화를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상영하는 걸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두 영화가 "러시아의 전통적인 정신적·도덕적 가치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세계와 이념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할리우드 영화가 인기를 끄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올해 러시아 문화부는 러시아 군인의 영웅적 행위나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 유럽에 대한 비난 등 17개의 허가된 주제만을 다루는 영화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선전을 담은 영화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약 2억 루블(2백만 달러·약 27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러시아의 전쟁 선전 영화 '목격자'(The Witness)는 지난 8월 개봉 이후 1천4백만 루블(14만 달러·약 1억9천만원)의 수익만을 거둬들였다.
러시아 극장주 협회 회원인 로만 이사예프는 러시아 매체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5억 루블 이상의 매출을 올린 러시아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의 한 영화관에서 나오는 '바비' 예고편 |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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