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티켓 가격 제시해주세요."
공연문화계의 고질적 문제인 암표 거래가 나날이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화된 매크로 프로그램(하나의 명령으로 여러가지 명령을 일괄적으로 수행하도록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은 좌석을 다수 선점한 뒤, 팬들에게 고가에 되파는 '플미(프리미엄) 거래'가 빈번히 발생해 많은 피해를 낳고 있다.
최근 KBS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그룹 지오디(god) 콘서트 불법 티켓 거래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지오디는 내달 9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데뷔 25주년을 기념한 콘서트 '2023 KBS 대기획 ㅇㅁㄷ 지오디' 공연을 개최한다.
전 좌석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지난 9일 티켓 오픈 직후 5만 1900명에 달하는 접속 대기인원을 기록하는가 하면, 3분만에 전 좌석이 매진돼 지오디의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프리미엄 거래 역시 빗발쳤다. 각종 SNS와 중고마켓 등에는 지오디 콘서트 티켓에 프리미엄 가격을 붙인 판매글이 다수 게재됐다.
무료 공연임에도 많게는 수십만원 가격에 판매되는 상황에 KBS 측은 "콘서트 불법 관람권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불법 거래 사례가 발각되면 법적조치 예정"이라며 "구역별 스탠딩석 입장 번호 200번까지 본인 확인을 반드시 거칠 것이다. 예매자와 관람권 소지자 신분증이 다른 경우 입장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소속사나 공연 기획사 측에서 프리미엄 거래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는 상황은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플미 거래를 근절하고자 본인 명의가 아닌 양도 티켓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해진지 오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플미 거래를 위한 더 치밀하고 새로운 방법이 생겨날 뿐이었다.
비단 아이돌 콘서트 뿐만 아니라 임영웅과 같은 인기 솔로가수나 대형 뮤지컬, 유명 배우 팬미팅 등에서도 플미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거래 대상이 공연을 간절하게 가고싶어하는 팬들이라는 점과, 온라인상의 프리미엄 거래를 처벌하는 법적 제도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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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수백만원대까지 티켓값을 불려도 판매되고 있다. 티켓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만큼, 많은 팬들이 터무니 없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좋아하는 스타를 보고싶어하기 때문. 이런 팬심을 이용해 리셀러들은 더욱 프리미엄가를 높이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여기에 아예 티켓을 편하게 양도, 양수할수 있는 리셀 플랫폼까지 등장해 플미거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더군다나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 암표를 판매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오프라인에서 웃돈을 얹어서 티켓을 판매하는 행위에만 해당될 뿐, 온라인 거래에 대한 조항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는 암표 부정거래 대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2023 암표 근절의 해'를 목표로 ▲ 암표 부정거래 설문조사 ▲ 공연주최사, 티켓 예매처, 팬클럽 등 간담회 개최 ▲ 암표 부정거래 캠페인 등을 펼치고 관계당국과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는 것.
음공협 측이 공연 기획사 측 140명과 티켓 수요자 2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획사 측은 74.5%가 암표와 부정거래 근절을 위한 방법으로 "경범죄 규정으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티켓 수요자들의 경우 81.9%가 "공연기획사의 암표 취소 처리", 64.1%가 "지속적인 예매 내역 모니터링"을 암표 근절 방법으로 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일에는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 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박현경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공연법이 올해 3월자로 개정되어 매크로를 통한 예매를 처벌할 수 있다. 또 예술국, 콘텐츠국, 체육국 각 소관 과에서 신고사이트를 운영 중"이라며 "신고 이후 조치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법이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것 중 매크로 처벌만이 강화된 것이다. 이제 시행까지 1년 남았는데 업계와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실무적인 방안을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KBS, 음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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