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식비 연간 상승률 7.7%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5.1%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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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아이들 간식비가 밥값이네요. 다 줄였어요."
30대 박지영씨는 장을 볼 때마다 두렵다. 주말이면 나들이 삼아 5·7세 아이들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을 즐겼던 박씨지만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올해는 아이들이 쇼핑카트에 담은 간식을 덜어내기 바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의 가격은 올해 6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나 올랐고, 스낵과자도 10.5% 급등했다. 쑥쑥 크는 성장기 아이들이라 옷도 금세 작아지기 일쑤지만 이달 유아동복은 작년 동월보다 13.7%나 폭등했다. 간식으로 빠질 수 없는 우유 가격도 9% 올랐다. 박씨는 "물가가 둔화했다는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전혀 체감이 안된다"며 "아이들 간식 사기도 빠듯한데 누가 아이 둘을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석유류 가격만 하락했을 뿐…허리 휘청이는 물가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체감하기 힘들다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물가 상승을 부추기던 주범인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하락,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기·가스·수도는 전기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작년 동월보다 25.9%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가 확연한 둔화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체감물가 간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무서운 기세로 오르는 외식비는 체감물가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점차 진정세를 보이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더욱 키웠던 축산물 가격도 이달 4.9% 내렸지만 외식가격은 6.3% 오르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외식비 연간 상승률은 7.7%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을 크게 웃돌았는데, 올해 6월까지 외식비 누계 상승률은 이미 7.2%에 달한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도 전년 동월보다 4.1% 올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목욕료는 14.2%나 올라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고, 보험서비스료(13%), 택시요금(9.5%), 구내식당식사비(8.2%)도 줄줄이 상승세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반면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내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 주머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인서비스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치"라며 "외식 등 서비스 부분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데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며, 과거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사는 상품 따라 체감물가 천차만별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벌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 458개를 선정한 뒤 상품별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평균해 지수로 작성한다. 반면 체감물가는 가구별로 자주 사는 상품들의 가격변동을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다. 가구별로 주로 소비하는 상품이 다르다면 체감물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산쇠고기와 수입쇠고기를 즐겨 먹는 가구는 6월 이들 품목의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각각 5.1%, 8.0% 하락하면서 물가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여길 수 있지만, 박씨처럼 아이 간식을 주로 사는 가구는 이들 품목이 급등하면서 물가 둔화세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는 바로 직전에 제품을 샀던 시점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쌌던 시점과 비교해 현 물가를 판단하기 때문에 현 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지수 작성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5년 주기의 정기 개편을 통해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과 품목별 소비지출액 변화 등을 지수에 반영하고 있는데, 현재 지수 기준연도는 2020년이다. 올해는 기준연도가 3년 지난 데다 코로나19로 소비지출 구조에 일부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같이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면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를 보조지표로 활용하면 된다. 통계청은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를 내놓고 있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3% 상승했고, 채소·과실·생선 등 55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3.7%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둔화됐다고 하면 물가가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지만 정확히 말하면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것일 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통계가 편제된 1965년 이후(전년 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적은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19년 9월(-0.4%)과 2020년 5월(-0.2%) 단 두 번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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