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해설위원이 연일 논란의 행보로 또 한 번 야구계 설화의 중심에 섰다. 긍정적인 행보가 아닌 자극적인 이슈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도 피로감이 가득해지는 모양새다.
사건의 시작은 24일이다.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 SSG가 13-7로 앞선 1사 1,3루에서 양창섭의 공에 최정이 맞았다.
사진=SPOTV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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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이 높은 코스나 몸쪽으로 형성되면서 결국 아찔한 장면이 나오자 최정이 양창섭을 한 차례 쳐다보고, 양창섭이 최정에게 모자를 벗어 사과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자 경기를 중계하던 오재원 위원은 “이거는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라며 “이런 상황을 정말 싫어한다. 사과할 필요도 없다”라며 고의적인 빈볼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오재원 위원은 삼성 벤치가 빈볼을 지시했다는 뉘앙스로 해설을 이어갔다. 20대 중반의 상대적으로 어린 투수인 양창섭에게 벤치에서 원하지 않는 상황을 강요했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해당 해설 직후 팬들의 여론은 들끓었다. 일부에선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여론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오재원 위원의 사견을 마치 사실처럼 방송에서 언급한 것에 대한 지적들이 주를 이뤘다. 오재원 위원이 양창섭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 경기 종료 후 양창섭 역시 개인 SNS를 통해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라는 탈무드의 말을 게시하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오재원 위원의 발언이 일종의 ‘낚시’라고 설명한 셈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이런 간접적인 입장 표명에 오재원 위원은 탈무드의 글을 인용해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올리며 온라인 상에서 설전을 이어갔다.
사진=양창섭 SNS, 오재원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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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양창섭이 SNS에 글을 올린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 자체는 오재원 위원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자신의 의견을 단언해 방송에서 언급한 것에서 비롯됐다. 적절하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양창섭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스스로의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니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재원 위원의 행동은 빈볼 의혹 제기부터 시작해서 이후 대응까지 야구계 선배이자 해설위원이라는 위치를 망각하고, 또 한 번 많은 이들이 지켜볼 수 있는 매체를 통해 후배에게 대응해 추태를 벌인 것에 가깝다.
다음날인 25일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사령탑도 장외에서 제기 된 오재원 위원의 ‘셀프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동시에 거론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먼저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에 “맞다, 틀리다를 하기 전에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 요즘은 점수차가 나더라도 정상적인 야구를 한다. 리그를 보고 있으면 우리 때와 다르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빈볼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 동시에 오재원 위원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와 달리 야구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졸지에 빈볼을 지시한 것이 된 박진만 삼성 감독은 더 강하게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박 감독은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투수는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한다. 또 타자는 상대 투수의 약점을 노린다”면서 “우리가 분석했을 때 최정은 몸쪽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양창섭이)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공을 던진 것뿐이다”며 정상적인 투구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렇게 양 팀 사령탑이 의견을 밝히면서 상황이 종료되는 듯 했다.
사진=해당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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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독들의 입장 표명 이후 이어진 25일 SSG-삼성 경기의 해설을 맡은 오재원 위원의 표현이 또 한 번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역시 원인은 오재원 위원이 제공했다.
이번엔 ‘편파 해설 논란’이다. 이날 경기 시작 직전 SSG의 선발투수 조성훈을 소개하던 오재원 위원은 “오늘은 꼭 승리하면서 스윕을 부탁드리겠다”고 발언했다. 일반적으로 키플레이어를 소개하는 해설의 내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승리하면서 스윕을 부탁드린다’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SSG의 입장을 전한 것이 아니라 오재원 위원의 삼성 벤치를 향한 ‘뒤끝’이 남은 바람이 담긴 표현으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선 오재원 위원의 발언이 ‘편파 해설’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부적절한 해설의 내용임은 물론, 전날 방송과 글로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가 해선 안될 표현이었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오재원 위원의 이 같은 말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오재원 위원은 5월 한 인터뷰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운영자문의 해설을 직격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오재원 위원은 “저는 코리안 특급을 너무 싫어한다. 나와서 해설하면서 바보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져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해설할 때 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박찬호 운영자문의 해설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견으로 국민 영웅을 저격한 것과 함께,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에 이후 비판이 쏟아지자 오재원 위원도 ‘신중하게 언행하겠다’며 사과했다. 잠시 자숙의 기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 복귀한 이후 자신이 ‘책임 없는 해설’과 ‘SNS 설전’, 거기다 뒤끝이 남은 편파해설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결국 신중하지 못한 언행들로 자신의 말에 갇히고 있는 오재원 위원이 5월 당시 자신의 인터뷰를 복기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설은 제3자다. 해설할 때 목적은 정확한 사실과 상황을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수비 정말 아쉬웠다. 저 타격은 매우 아쉬웠다’ 이런 말은 되게 하기 쉽다. 또 ‘내가 봤을 때’와 같은 말들은 자기가 본 거고, 그런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과 그로 인해 한순간에 쌓아지는 이미지들(과 같은) 그런 게 정말 싫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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