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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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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이겨낸 KPGA 정한밀 “첫 우승하고 PGA 투어 도전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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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한밀이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14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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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잡잡한 피부에 골퍼치고는 작은 신장(172㎝)에도 다부진 체형, 여기에 날카롭고 매서운 독수리 같은 눈매는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를 쏙 빼닮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자기 플레이를 펼치는 ‘닥공’ 스타일도 그를 연상시킨다. 최경주의 별명을 따서 ‘작은 탱크’로 불리는 정한밀(31)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7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정한밀은 파란만장한 골프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탁월한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그의 꿈을 가로막은 것은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었던 심장병이다. 심장 판막에 구멍이 있어 6세 때 수술을 받았지만 과격한 운동을 하기에는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았다. 정한밀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운동이 골프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8세 때였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작은아버지의 권유였다. 진로를 결정한 후 온 가족이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어쩌면 무모해보일 수도 있는 도전에 온 가족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정한밀은 “내가 우리 부모님이었어도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더 절실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에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시작해 밤 10시 연습장 문을 닫을 때까지 혹독한 훈련을 반복했다.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놓고는 골프채를 휘둘렀다. 어려서 입문한 경쟁자들을 이기려면 연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정글처럼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정한밀은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었으니 생활비와 레슨비도 빠듯했다”면서 “골프 경력이 10년 이상 차이가 난 친구들을 따라잡으려면 두세 배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고는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한국일보

정한밀이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14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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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결과는 서서히 드러났다. 그는 2015년 미국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차이나’ 시드를 얻어 중국으로 건너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발목 골절 부상이라는 불운에 가로막혔다. 1년가량의 장기 치료가 필요했던 그는 결국 국내로 돌아와 2017년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획득하며 돌고 돌아 국내 정착에 성공했다.

그는 코리안 투어 데뷔 첫해부터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와 '닥공 골프'로 골프팬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19년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이다. 올 시즌은 지난 5월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과 6월 KPGA 선수권대회에서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래서 그의 올 시즌 1차 목표는 생애 첫 우승으로 안정적인 시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 정한밀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정한밀은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시드를 모두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풀시드를 확보했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 전념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하반기에는 아시안투어 문도 두드려볼 생각이다.

더 큰 무대도 바라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PGA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정한밀은 "올 상반기 내에 안정적인 시드 확보라는 1차 목표를 이룬다면 아시안투어나 PGA 투어 모두 편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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