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점검서 ‘긴축 재확인’
“근원물가는 하락 속도 매우 더뎌”
물가상승률 연말 3% 내외 예상
이창용 총재 “금리 인하 시기상조”
추경호 부총리 “내달 2%대 진입”
경기운영 강조 발언과 ‘온도차’
한국은행이 “근원물가 전망의 상방 위험이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뚜렷하게 내려오는 와중에도 기조적인 물가에 대한 경계심은 오히려 높인 것이다. 하반기 물가가 안정된다고 보고 경기운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당국과는 다소 결이 다른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최근 “소비자물가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하락 속도가 서로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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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올해 5월 3.3%까지 10개월간 3.0%포인트 낮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5월 3.9%까지 6개월간 0.4%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뚜렷하게 떨어진 데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근원물가가 더디게 내려오는 것은 서비스물가의 ‘경직적’인 특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최근 근원물가 오름세의 경직적 흐름은 양호한 서비스 소비 및 노동시장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소비는 2021년 하반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최근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취업자 수도 1998년이나 2008년 물가 둔화기와 달리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고용상황에 대해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설명회에서 “고용이 (당초 한은의) 예상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데 양호한 고용상황은 결국 경제 측면에서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근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근원물가 경로와 관련해서는 상방 위험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지난 2월 3.0%에서 3.3%로 올렸지만 이보다 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최근 호주나 캐나다처럼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2% 물가 목표에 충분히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만, 지금은 3%대로 가는 것도 확인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씀을 반복해서 드린다”고 말했다.
한은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로 잠시 떨어졌다 다시 높아져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흐름을 좌우할 요인 가운데 국제유가의 경우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 회복과 계절적 수요 등으로 완만한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주요국 경기 부진 지속, 통화긴축 강화 우려 등의 하방 위험도 잠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국제 식량가격 추이도 곡물가격이 지난해 2분기 고점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불안정한 설탕·육류 가격과 엘니뇨 등에 따른 이상 기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수출협정 중단 가능성 등을 지켜봐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임금 오름세가 점차 둔화하겠지만 대면 서비스 부문 개선 흐름이 여행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강하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근원물가로 떠넘겨질 경우 근원물가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등의 정부 정책도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대기하고 있다.
한은의 이 같은 진단은 기획재정부 진단과 다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면서 “이번달이나 다음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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