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현대 선수들의 인종차별 논란이 축구계를 크게 흔들고 있다. 박용우와 정승현, 이명재, 이규성, 그리고 팀 매니저까지 포함된 이 문제는 쉽게 바라보거나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지난 11일 울산 선수들은 이명재의 SNS에서 댓글을 이어갔다. 먼저 이규성이 이명재에게 “동남아 쿼터 든든하다”는 글로 시작했고 이후 정승현이 “기가 막히네”라며 답을 남겼다. 이후 이명재가 “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다시 답글을 썼고 여기에 박용우가 “사살락 폼 미쳤다”라고 실명을 언급하며 문제를 키웠다. 더불어 팀 매니저가 “사살락 슈퍼태킁”이라고 적으며 그들이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선수에게 국가대표가 될 자격은 없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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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락은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 출신 선수다. 울산 선수들은 까만 피부를 가진 이명재를 사살락에 빗댔고 이는 충분히 인종차별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팬들의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해당 선수들과 팀 매니저, 그리고 울산 역시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살락의 전 소속팀이었던 전북은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구호 “NO ROOM FOR RACISM”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울산 선수들의 인종차별적인 내용의 글이 한국을 넘어 사살락의 조국인 태국에도 전해졌다는 것이다. 태국 축구대표팀은 물론 사살락은 사실 파악 후 SNS를 통해 이에 대한 일들을 알리고 또 아쉬워했다. 특히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된 사살락은 SNS에 전북을 해시태그,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게시하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울산은 징계에 대해 논의,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숨거나 피하지 않고 확실히 벌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연맹과 울산의 징계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킨 울산 선수들 중 박용우와 정승현은 이번 6월 A매치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우는 첫 국가대표 선발이며 정승현은 대체 선발로 오랜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물론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일에 대해 파악, 연맹이 울산에 요구한 경위서를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 역시 상황을 인지한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살락의 실명을 언급한 박용우의 경우 교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가대표라는 무게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고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키는 선수에게 주어질 자리도 없다. 물론 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의 뜻이 가장 중요하지만 박용우가 대표팀에 남을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승현은 다소 애매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직접 인종차별적인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저 “기가 막히네”라는 글이 전부다. 다만 그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글을 이어갔다는 점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바로잡았어야 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최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스페인 내 인종차별 문제가 축구계를 슬프게 했다. 이강인조차 소속팀 수장인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이 ‘치노(유럽 및 남미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중국인)’라고 부르는 등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선 태국 선수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일으켰다. 이보다 부끄럽고 또 망신은 없을 것이다.
인종차별 관련 문제처럼 매우 민감한 부분은 일벌백계해야 다음이 없다. 이와 같은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징계해야 한다. 한국축구의 망신이자 치욕의 하루를 보내게 한 책임은 분명 지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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