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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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고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밝혔다. 한은은 올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부진한 수출이 개선되는 등 국내 경제가 서서히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근원물가와 주요국 통화정책 등 불확실성과 부동산발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2023년 6월)'를 통해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2월과 4월, 5월 등 세 번 연달아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은은 향후 국내 경제에 대해 저성장 기조 속에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근래 둔화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와 달리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더디다고 평가했다. 근원물가 흐름에 있어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 양호한 노동시장 등이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국내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용 상승에 따른 2차 파급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대외 불확실성도 높다"며 "중국 리오프닝과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연준 통화정책과 시장 기대 등이 물가 상·하방 리스크로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중국 리오프닝 영향이 가시화하고 IT경기 회복 등 대외 여건이 나아지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고금리와 물가로 인한 가계 구매력과 투자 여력 약화, 부동산 경기 부진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특히 민간과 상업용 부동산시장 리스크에 대해 비중 있게 언급했다. 국내 주택시장이 정부 규제 완화로 가격 급락세가 진정되고 경착륙 우려가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금리와 전세시장 불안 등으로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부진에 따른 대출 연체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측은 "주택 전세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하락해 역전세난 우려가 높다"며 "상업용 부동산 역시 PF 대출 중 상당 부분이 주거용 부동산 개발에 활용되면서 연체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대출 중 상당 부분도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부진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그동안 미국과 영국 등 통화 긴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주요국들이 속도 조절을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변수로 제시됐다. 주요국 움직임에 따른 국내외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은 향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은은 지난 2월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원화 환율이 역대 최대 적자(1월 기준 -125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무역수지 쇼크'에 기인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금리차 확대와 환율 불안 우려에 대해 "환율 움직임은 금리 격차뿐 아니라 국내외 요인을 종합적으로 보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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