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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는 확실히 다르다".
국가대표에 뽑혀 훈련하거나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리그에 나서는 것도 충분히 책임감을 느끼는 일이지만 나라를 대표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책임과 압박감을 갖는다는 의미다. 공 하나, 스윙 하나가 가져올 결과 역시 한층 더 무겁다. 여기에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들에게는 '모범'이라는 책임도 따라다닌다.
이를 잘 알고 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주장이자 선수협회장인 김현수(LG)는 이번 음주논란이 터진 뒤 선수협회장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좋은 경기력만 있어서는 국가대표라 할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하고, 경기 외적으로도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O가 3월 WBC 대회 기간 중 새벽까지 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김광현(SSG), 정철원(두산), 이용찬(NC)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7일 개최한다. 김광현은 1일, 정철원, 이용찬은 2일 이미 1군에서 말소돼 자숙하고 있지만 KBO는 국민들의 응원을 등지고 대표팀의 명예를 실추시킨 세 선수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 위해 그동안 철저한 조사를 표방해왔다.
징계 근거는 KBO 규약집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 징계. 3.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규정이다. KBO 관계자는 "비활동기간에 문제를 일으킨 선수도 리그 징계를 받는 것처럼 대표팀 선수들도 리그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규약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물의'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라 징계의 타당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문제다. 현실적으로 세 선수는 미성년자가 아니기에 술을 마시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고 이로 인해 대표팀을 무단이탈한다거나 경기를 방해한 것도 아니다. 경기력 영향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KBO도 실제로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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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세 선수에게 징계를 내린다면 결국 '국민의 실망'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국가대표의 무게다. 국민들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제대회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가슴에 새긴 '코리아'가 가진 소속감 때문.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상황에서 '열심히 했는데 진 것'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싸우고 진 것'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
그렇기에 세 선수도 KBO가 징계를 내릴 경우 이의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마음 먹었다. 김광현은 1일 공개 사과하며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겠으며, 이번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여 다시는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숙였다. 이용찬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정철원 역시 "어떠한 처벌과 질책 모두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가대표 관련 논란은 선수 발탁, 차출 거부, 성적 부진, 자격 박탈 등 대회 전후에 불거진 일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대회 중, 그것도 구장 밖에서 일어난 일로 징계를 받는 일은 없었다. 야구 밖에서는 2007년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4명이 아시안컵 기간에 숙소를 무단이탈해 현지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게 확인돼 대표팀 자격정지 1년 징계가 내려졌다. 야구계 전례가 없는 징계를 고심하게 된 KBO 상벌위원들은 어떤 징계로 태극마크의 무게를 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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