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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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3.3% 오르며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5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도 석유류와 서비스 가격 등이 안정세를 보인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물가 오름세가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보다 빨리 꺾이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물가 상승률 2%’대 진입도 눈앞에 두게 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2020년=100)는 111.13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3% 올랐다. 상승폭이 앞서 올해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넉 달 연속 축소된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국내 물가 고점이었던 지난해 7월(6.3%)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품목별로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각각 1.8%, 3.7% 올랐다. 그러나 상승폭은 4월에 견줘 0.2∼0.3%포인트 남짓 축소됐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8% 내리며 물가를 0.99%포인트 끌어내렸다. 외부 활동 재개로 고공 행진하던 외식 물가도 오름세가 둔화하며 물가 상승폭 축소에 기여했다. 농축수산물은 0.3% 하락해 2020년 2월(-0.7%)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수도·가스요금은 23.2% 오르며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지속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5월 중순부터 적용된 까닭에 요금 인상분의 절반은 6월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6월에도 공공요금 두 자릿수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와 생선·채소·과실 등 신선식품지수도 지난달에 각각 3.2%, 3.5% 상승하며 오름폭이 3%대에 머물렀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021년 9월(3.1%) 이후 가장 낮았다.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조사에서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3% 오르며 상승폭이 전달보다 0.3%포인트 축소됐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반영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근원 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3.9%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3.9%) 이후 10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반적으로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 영향 등으로 당분간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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