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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KFA, 축구인 100명 사면…“승부조작에 가려진 52명 명단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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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사회서 징계 축구인 사면

축구연맹 측은 우려 표명…“영구제명 징계 해제 없다”


한겨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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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KFA)가 14년 만에 내린 대규모 사면 결정의 내용과 절차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를 망쳤던 사람들을 다시 축구에 복귀시켰다’, ‘팬에 대한 도의를 저버린 행동이다’ 등 비판이 인다.

협회는 28일 공식누리집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라며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라고 알렸다. 마침 같은 장소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성인 대표팀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킥오프가 있기 약 한 시간 전에 올라온 공지였다.

프로축구연맹 우려에도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


당장 사람들의 눈길을 끈 건 승부조작 가담자들에 대한 내용이다. 협회는 이번 사면 대상자에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됐던 선수 48명도 포함됐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사건은 한국 프로축구사에서 최악으로 손꼽히는 비리 스캔들로 검찰 수사 결과 9개 구단 소속 53명의 선수가 조직적인 승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수십 명의 선수들이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됐다.

축구협회는 이번 사면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라며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의결 과정에서는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올해 초부터 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선수를 포함한 징계자 사면을 검토한다고 의견을 물어왔고 여러 차례 논의했는데 저희는 계속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어제 이사회에서도 ‘아직 K리그가 승부조작 청정지대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축구협회의 사면 결정이 프로축구연맹에서 내렸던 징계까지 무위로 돌리는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일단 저희가 내린 징계에 대해서는 사면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승부조작 가담자들은) 제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K리그로 돌아올 수 없다. 혹자는 (협회가 상급기관이기에) 사면을 포괄적으로 해석해서 프로축구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했다.

“축구는 공공재…팬은 사면 명단 알 권리 있어”


일각에서는 ‘승부조작 가담자 48명보다 미공개 52명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승부를 조작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명단이 돌고 있고 팬들도 안다. 사실상 이 사람들이 사면됐다 한들 앞으로 한국축구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 정말 문제는 비위도 신분도 밝혀지지 않은 52명이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축구는 공공재다. 축구협회의 수익 원천은 팬에게서 나오고 팬이 존재해야 축구도 존재한다”라며 “(축구협회는) 사면을 하더라도 그 면면과 비위 정보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팬에게는 어떤 인물이 사면의 혜택을 받는지 알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특별사면할 때 주요 인사는 공개하는데 (이대로면) 사면된 임원, 심판, 지도자가 복귀해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를 통해 “사면권 발의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협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며 사면의 종류, 대상 등은 사면법상의 징계 사면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어제 이사회 결정으로 (사면자) 명단은 내지 않기로 했다”라며 “(사면에 대해) 보도자료 이외에 추가로 설명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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