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영원한 건 없었다. 황금기가 지나가자 암흑기가 찾아왔다. 2010년 이후 에인절스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것은 2014년이 유일했다. 이마저도 첫 라운드에서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시리즈 스윕패를 당했다. 지난 13년 동안 에인절스의 가을은 너무나 짧았고, 너무나 쓸쓸했다.
그 사이 에인절스가 투자에 인색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FA 잔혹사가 끊이지 않았다. 2007년 개리 매튜스 주니어(5년 5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2년 앨버트 푸홀스(10년 2억4000만 달러) 2013년 조시 해밀턴(5년 1억2500만 달러) 2018년 저스틴 업튼(5년 1억600만 달러)은 모두 상처만 안겨줬다. 지금도 2020년부터 시작된 앤서니 렌돈의 7년 2억4500만 달러 계약으로 고통 받고 있다.
에인절스 이적 후 승리기여도 (팬그래프닷컴)
1. 푸홀스 : 5.4 (1181경기)
2. 렌 돈 : 3.4 (157경기)
3. 업 튼 : 3.0 (366경기)
4. 해밀턴 : 2.4 (240경기)
5. 매튜스 : -0.5 (370경기)
*총 7억6600만 달러 (승리기여도 도합 13.7)
에인절스의 오판은 선수 영입으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장기 집권이 끝난 후 차기 감독으로 브래드 아스머스를 선임했다. 그런데 아스머스는 2017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낙마한 감독이었다. 이듬해 빌리 에플러 에인절스 단장의 특별 자문 역할을 수행했는데, 쉬운 선택이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아스머스는 72승90패 성적을 남기고 한 시즌만에 경질됐다. 그리고 그 자리를 꿰찬 인물은 조 매든이었다. 매든은 탬파베이 레이스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고, 2016년 시카고 컵스에게 108년 만의 우승을 안겨준 명장이었다. 에인절스와의 인연도 깊었기 때문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매든도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컵스 말년 매든은 이미 감독으로서 평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스타 감독이 되었지만, 에인절스는 스타 감독보다 스타들을 융화시킬 수 있는 리더가 필요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이 더 돋보이고 싶어하는 감독은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매든도 5할 승률을 한 번도 넘지 못하고 물러났다(2020-22년 130승148패). 감독 생활을 출발한 곳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계약 기간 도중 경질된 불명예 퇴진이었다.
지난해 에인절스는 시즌 첫 44경기 동안 27승17패로 선전했다. 하지만 5월26일부터 14연패에 빠지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매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대를 통솔하는 지휘관의 잦은 교체는 부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설상가상 구단 매각설까지 나돌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쓰러진 에인절스는 5월26일 이후 승률 .39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쳤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에서 에인절스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오클랜드(.359)뿐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인절스는 심기일전했다. 한 곳에 치중하지 않고 선발과 불펜, 타선을 두루 보강했다. FA 시장에 선수 5명을 영입하면서 7825만 달러를 투자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헌터 렌프로와 지오 어셀라도 데리고 왔다. 알짜배기 선수들로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에인절스 주요 영입
[FA] 타일러 앤더슨(3년 3900만 달러) 브랜든 드루리(2년 1700만 달러) 카를로스 에스테베츠(2년 1350만 달러) 맷 무어(1년 755만 달러) 브렛 필립스(1년 120만 달러)
[트레이드] 헌터 렌프로(from 밀워키) 지오 어셀라(from 미네소타)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는 에인절스는 6선발 체제를 가져가야 한다. 시즌 중 발생할 변수를 고려하면 선발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에 에인절스는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타일러 앤더슨을 재빨리 선점했다. 앤더슨은 지난해 15승5패 평균자책점 2.57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초 다저스의 기대보다 더 뛰어난 피칭을 선보여 선발 한 자리를 따냈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무장도 잘 되어 있다.
앤더슨의 합류로 선발진은 한층 더 안정됐다. 그러나 좌완 앤더슨이 오면서 에인절스 선발진은 지나치게 좌완으로 도배가 됐다. 오타니와 원투펀치를 이뤘던 패트릭 산도발, 팀 최연소 노히터 투수가 된 리드 뎃머스, 후반기에 반등했던 호세 수아레스는 모두 좌완이다. 남은 한 자리를 노리는 터커 데이비슨 역시 좌완이다. 심지어 산도발과 수아레스는 앤더슨과 마찬가지로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한다. 비슷한 유형의 선발진은 그리 좋은 구성이 아니다.
지난해 에인절스는 선발보다 불펜이 문제였다. 공 들여 쌓은 탑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애런 루프와 라이언 테페라, 라이셀 이글레시아스 필승조가 타선의 트리오(오타니 트라웃 렌돈)만큼 삐꺽거렸다.
시즌 중반 이글레시아스를 트레이드 한 에인절스는 마무리부터 찾아야 한다. 지난해 깜짝 활약을 한 지미 허겟을 포함해 '새로운 얼굴' 맷 무어와 카를로스 에스테베츠도 후보군이다. 에인절스처럼 불펜이 불안한 팀은 마무리를 확실하게 고정하는 편이 낫다. 불펜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필 네빈 감독도 경기마다 바뀌는 변칙적인 방식보다 정석적으로 불펜을 이끄는 게 더 무난하다.
에인절스는 원래 공격 야구를 추구해야 하는 팀이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의 취향을 저격한 방향성이다. 그런데 지난해 팀 623득점은 디트로이트(557득점)와 오클랜드(568득점) 다음으로 리그에서 적은 기록이었다. 한 점을 내주면 두 점을 뽑아야 하고, 두 점을 내주면 석 점을 뽑아야 하는 팀이 점수 쟁탈전에서 밀리고 만 것이다.
올해도 필수 조건은 건강이다. 오타니와 트라웃, 렌돈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함께' 출장하는지가 공격의 열쇠다. 지난해 에인절스가 첫 44경기 27승17패를 질주할 때도 오타니와 트라웃, 렌돈이 33경기에 동시 출격하며 힘을 보탠 바 있다. 렌프로와 드루리, 어셀라가 가세했지만, 에인절스 타선의 기본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브렛 필립스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각종 규정 변화에 따라 뛰는 야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기동력을 갖춘 선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한때 49도루를 했던 트라웃도 지난 3년간 도루 수가 4개에 불과하다. 몸을 아껴야 하는 오타니도 도루 성공률은 55%밖에 되지 않았다(11도루 9실패). 이러한 측면에서 필립스가 팀의 갈증을 채워줘야 한다. 제4의 외야수보다 승부처에 투입되는 대주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FA가 다가온 오타니는 우승을 원하고 있다. 오타니를 붙잡고 싶은 에인절스는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타니가 떠나는 건 에인절스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는 것과 같다. 외부적으로 경쟁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멸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가진 전력을 고스란히 발휘해야, 응원하는 팬들은 이번에도 속아줄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