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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연장전 승부치기 영구 도입, 거세지는 찬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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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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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1920년 5월 2일,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와 브루클린 로빈스(현 다저스)가 브레이브스필드에서 맞붙었다. 경기는 5회 초 로빈스와 6회 말 브레이브스가 한 점씩 획득하면서 1대1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더 이상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오후 3시에 시작된 경기는 어둠이 깔릴 때까지 계속 됐다. 과거에는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가 지면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없었다. 3시간50분 만에 1대1로 끝난 경기는 무려 26회나 이어진 연장 승부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장 이닝 경기였다.

1984년 5월 9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맞대결. 이 경기는 앞선 최장 이닝 경기에 한 이닝 부족한 25회 승부였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9회 초 밀워키는 두 점을 올려 3대1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9회 말 화이트삭스가 두 점을 따라붙어 3대3 동점이 됐다. 연장으로 향한 경기는 좀처럼 막을 내리지 못했다. 설상가상 당시 아메리칸리그는 새벽 1시가 넘어가면 경기를 할 수 없는, 이른바 통행금지 규정이 있었다. 이에 경기는 17회 이후 서스펜디드 선언이 됐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6시반에 재개돼 9시12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전날 5시간24분 포함 총 8시간6분이 소모된 경기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장 시간 기록을 세웠다. 25회 말 끝내기 홈런을 친 해롤드 베인스는 "경기가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원칙적으로 무승부가 없다. 어느 한쪽이 승리할 때까지 치고받는 끝장 승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야구를 보다가 잠이 들어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면 눈을 뜰 때까지 야구를 하고 있었다. 투박하고 무모하게 보여도 메이저리그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야구는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국은 잠정적으로 적용했던 연장전 승부치기를 영구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출발하는 승부치기는 타자의 출루가 첫걸음이 되는 공격보다 점수를 뽑기 더 수월하다. 그래서 기약 없는 초장기 승부가 연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메이저리그가 연장전 승부치기를 도입한 건 2020년 단축 시즌이다. 국제 무대 WBC에서 승부치기가 소개될 때만 해도 시큰둥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선수 보호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실제로 기나긴 연장 승부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연장 13회 이상 치러진 경기가 2018년 39경기, 2019년 37경기였는데, 승부치기가 시행된 2020-22년은 도합 11경기에 불과했다. 연장 15회 이상 지속된 경기도 2021년과 2022년 각각 한 차례뿐이었다.

2018 - 39경기
2019 - 37경기
2020 - 2경기
2021 - 3경기
2022 - 6경기


승부치기가 처음 등장할 때는 모두가 어색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LA 에인절스는 2020시즌 개막전에서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9회 초 에인절스의 마지막 타자였던 오타니 쇼헤이는 10회 초 2루 주자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었다. 심지어 갑작스레 들어온 탓에 루상에서 아쉬운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뉴욕 메츠는 애틀랜타에게 승부치기 패배를 당했다. 그 해 메츠 감독으로 부임한 루이스 로하스는 승부치기 이론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부딪치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야구를 연구한 지도자마저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로하스는 "경기를 할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소했던 승부치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어느덧 3시즌을 함께 하면서 연장전을 장식하는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현장에서도 반기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간 단축에 혈안이었던 사무국은 당연히 승부치기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일선에 있는 감독들도 로스터 운영이 한결 편해졌다는 이유로 대다수 승부치기를 지지했다. 초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선수들도 점차 순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만약 선수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승부치기가 만장일치로 영구 전환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 결정에 가장 반감을 보이는 건 팬들이다. 특히 야구의 근간을 중시하는 전통론자들은 승부치기를 야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주자를 2루에 두는 것 자체를 기만이라고 봤다. 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승부치기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나치게 오래 하는 야구는 경기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승부가 지루해지면 모두가 지칠 수밖에 없다. 보는 이들도 '경기가 어떻게 끝나는지'보다 '경기가 언제 끝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우선 순위가 바뀌는 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당초 승부치기는 '득점 방식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있어 번트 시도가 늘어나고 희생플라이로 득점을 노릴 것을 내다봤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무조건 번트를 대진 않았다. 먼저 공격하는 원정팀의 경우, 동점 시 무사 2루보다 1사 3루에서의 승리 확률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2020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50%에서 48%로 감소). 통계 분석에 능통해진 구단들이 이 점을 모를 리 없었다.

승부치기의 맹점은 기록이다. 투수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기록적으로 투수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기존 2루 주자만 자책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 나머지 실점은 자책으로 처리된다. 또한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서 경기가 끝나면 자책은 없어도 패전은 덮어써야 한다. 등 뒤에 주자를 두고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로서는 부담감이 배가되는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어느 종목보다 기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현재 승부치기 규정은 타자에게 유리하고 투수에게는 가혹하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승부치기에 대한 평가가 지금보다 호의적으로 바뀌려면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승부치기 논쟁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것이 이례적이다. 어떤 관점에서 야구를 보는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나와 다르다고 무작정 배척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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