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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골볼 선수가 된 시각장애 배우…"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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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29)이 시각 장애 판정을 받은 건 6살 때의 일입니다.

딸의 사시가 심하다고 느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김희진은 녹내장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희진의 시력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사물의 형태는 흐려지기 시작했고, 가족, 친구들의 얼굴도 희미해졌습니다.

그러나 씩씩한 성격의 김희진은 묵묵하게 장애를 받아들였습니다.

김희진은 비장애인 친구들과 다름없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갔습니다.

시각 능력은 사라졌지만, 그에겐 남다른 청각 능력이 있었습니다.

절대 음감이 된 김희진은 음악적 소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습니다.

지난 1일(어제)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김희진은 "힘들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부르며 힘을 얻었다"며 "학창 시절 밴드 보컬로 활동했고, 스무 살 때 뮤지컬 배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희진은 음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섭렵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맹학교로 전학 간 뒤 골볼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골볼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소리 나는 방울이 들어있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운동입니다.

김희진은 "골볼은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운동"이라며 "음악과 운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음악과 골볼은 거리가 멀지만, 시각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다른 운동 신경과 청각 능력, 반사 신경을 가진 김희진은 고교 재학 중 골볼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국가대표와 뮤지컬 배우,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룬 김희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골볼 선수로 성장한 김희진은 지난해 국제시각스포츠연맹(IBSA) 골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주장으로 나서 결승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1위 일본을 3-2로 꺾었고, 강팀 캐나다와 준결승에서도 5-2로 승리했습니다.

대표팀 주전 센터 김희진은 상대 팀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으며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여자 골볼 대표팀은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024 파리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여자 골볼 대표팀이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입니다.

김희진은 "당시 일본을 꺾고 펑펑 울었다"며 "그토록 바라던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다는 게 아직도 꿈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는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와 파리 패럴림픽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음악 활동보다는 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두 국제대회에서 후회 남지 않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2023년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직접 단상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동료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김희진은 가수 김윤아 씨의 'Going Home'(고잉 홈)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김희진은 "'고잉 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세상은 잔인하고 힘들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가사 내용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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