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축구선수는 흥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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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에 아들은 여전히 ‘월드클래스’가 아니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14일 <티브이엔>(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내 아들 ‘월드 클래스’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진행자의 관련 질문에, “그건 아니다” “그 생각에 변함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이유는 세계 수준급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손웅정씨는 “축구에서 흥민이가 늘 10% 성장하기를 갈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들이 월드 클래스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손웅정씨가 바라보는 월드 클래스의 기준은 더 높게 설정 돼 있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다면, 그건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뜻이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을 때도 강조한 것은 겸손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전성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내려가는 신호다. 영원한 것은 없다. 도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고향 지자체에서 손흥민 이름을 딴 도로를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정중하게 거절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은퇴하면 이름도 안 불러 준다. 기억도 못한다. 현역에서 교만 떨고 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들에 대한 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손웅정씨는 “나에게 세상에서 축구 선수는 손흥민 밖에 없다.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는 선수도 손흥민 뿐이다. 경기 전에, 경기 뒤에 누가 보지 않더라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축구를 통해 더 단단해진 부자지간의 정을 표시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4살 때부터 ‘탱탱볼’로 하루 100개 이상씩 공을 차고 논 뒤 잠자리에 든 사실을 공개했다. 축구 선수가 되느냐 마느냐,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손흥민이 어렸을 때부터 공을 너무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후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들의 뜻에 따라 그야말로 남들과 다른 ‘3류 프로선수’ 출신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아들을 가르쳤다.
프로선수가 됐지만 부상으로 20대에 은퇴한 손웅정씨는 “나는 내가 3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교육이 가능했다. 하루에 두 시간은 기본만 가르쳤다”고 했다. 슈팅 연습을 본격적으로 한 것도 17~18살께였다. 다 이유가 있다. 손웅정씨는 “걸음마도 못 뛴 어린 선수들에게 100m를 달리라고 하는 게 어른들의 욕심이다. 경기만 한다면 좋다. 그런데 성적을 내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성적인가”라며 기득권에 대한 근원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실제 그는 그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에서도 “아이들을 고사리처럼 다뤄야 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강훈련으로 관절이나 연골을 망가트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제도권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식으로 손흥민을 가르친 그는 “자유라는 연료가 타면 창의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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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다. 아들이 훈련할 때, 그 이상으로 운동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찬가지였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의 차가운 빗속에서도 아들의 훈련모습을 6시간 지켜보며 다음날 보충해야 할 개인 훈련 프로그램 목록을 구상했다.
이런 열정이 부른 일화도 소개됐다. 손흥민이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개인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왔다. 손흥민을 영입하려는 그의 의지가 강했던 반면, 레버쿠젠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손흥민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 레비 회장이 3차 협상마저 결렬돼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을 때, 그는 레버쿠젠의 회장, 부회장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지으며 손흥민의 이적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당시 레버쿠젠 부회장은 손웅정씨를 보고 “북한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는 한다.
손웅정씨는 아들을 독하게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식이 하나의 인격체이며,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매우 크다.
그는 “어린 나이에, 어려운 곳에서 저놈이 살아보겠다고 게으름 피우지 않아서 이렇게 자리 지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좋아서 축구하고 행복하게 축구 경기를 하니 부모로 감사하고, 고맙다”고 했다. 또 아들이 은퇴할 때에는 “그동안 고생했다. 나는 너한테 고맙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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